경기도와 부산지역 중고차매매업체와 자동차경매장들이 사업자거래 감면세액 추징 문제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경기도의 경우 지난해 6월 감면세액 추징관련 조례가 시행돼 오는 13일부터 적용되고, 부산에서도 감면세액이 본격적으로 추징되기 때문이다. 이 경우 매매업자들이 세금부담을 줄이기 위해 사업자거래 대신 위장 거래를 선호하게 되고, 중고차시장의 투명성이 훼손되는 등의 문제가 발생한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최근 돌발변수가 나타났다. 2년 전 전국에서 처음으로 감면세액 추징이 시조례로 제정돼 매매업체들의 반발을 불러일으켰던 서울에서 올 6월부터 추징관련 규정이 완화돼 매매업자들이 감면받은 세금을 되돌려줄 가능성이 크게 줄어든 것. 경기도와 부산의 매매업체들도 서울처럼 감면세액 추징 규정이 완화되거나 사라져 매매업자의 부담이 감소할 것으로 막연히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조례는 지방자치단체 의회가 제정하는 것이고, 시도의 재정상황과 중고차단체의 역할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등 각종 변수가 작용해 속단하기 힘들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게다가 다른 시도에서 감면세액 추징을 추진할 가능성도 있다. 감면세액 추징관련 논란을 정리하고, 문제점은 없는 지 살펴본다.
▲매매업자 간 거래 세금 감면과 추징
중고차를 사면 지방세법에 따라 취득세 2%, 등록세 5%를 내야 하지만 매매업체는 시도조례의 세감면 조례를 적용받아 매매용으로 취득한 중고차에 대해 취득세 2%, 등록세 5% 중 4%를 내지 않았다. 그러나 2003년 12월30일 서울시가 전국에서 처음으로 매매업자가 감면세액을 추징하는 조례를 만들자 문제가 불거졌다. 당시 서울시는 조례 제11조(매매용 중고차 등에 대한 감면) 1항에 “자동차관리법에 따라 자동차 관리사업(자동차매매업에 한한다) 등록을 한 자가 매매용으로 취득하는 중고차에 대해 취득세를 면제하고, 당해 자동차를 등록하는 경우 등록세는 지방세법 제132조 2의 규정에 불구하고 1,000분의 10의 세율을 적용한다”고 규정했다. 또 4항에 “취득일부터 1년 이내에 ‘정당한 사유’없이 중고차 등을 ‘실수요자’에게 매각 또는 수출하지 않으면 감면된 세액을 추징한다”는 내용을 포함했다.
규정이 신설된 이유는 매매업자가 매매용으로 차를 매입한 뒤 장기간 매각하지 않고 운행하는 등 매매용 차의 불법운행을 방지하기 위해서라고 서울시는 밝혔다. 조례에 따라 2004년 1월1일부터 중고차를 매입한 매매업자는 취득세와 등록세를 정해진 기간 내에 실수요자 이 외의 사람에게 판매하면 감면된 세금을 내게 됐고, 추징 사유가 발생한 뒤 30일 이내에 신고납부를 하지 않으면 가산세까지 부담하게 됐다.
부산시도 서울시 조례를 참조, 지난해부터 감면세액 추징 규정을 만들었다. 경기도도 지난해 6월13일 “정당한 사유없이 실수요자에게 판매하지 못할 경우 감면세액을 추징한다”는 규정을 만들어 올 6월13일부터 시행한다.
▲감면세액 추징 논란과 문제
감면세액 추징 조례에서 혼돈을 일으켰던 용어가 ‘정당한 사유’와 ‘실수요자’다. 정당한 사유라는 용어가 모호하다는 지적에 대해 서울시는 천재지변, 전쟁, 화재, 도난 또는 법령의 개정 등으로 중고차 매각이나 수출이 불가능한 경우라고 답변했다. 또 실수요자는 소비자를 뜻한다. 따라서 차를 매입한 뒤 천재지변 등으로 국한된 ‘정당한 사유’가 발생하지 않은 상황에서 ‘1년’이라는 제한된 시간 이내에 차를 팔지 않는다면 감면받은 세금을 내야 한다. 1년 이내에 처리하더라도 소비자를 제외한 사람에게 팔았다면 감면받은 세금을 추징당한다.
문제된 게 바로 이 부분이다. 매매업체(업자)는 실수요자에 포함되지 않는다. 매매업자가 다른 매매업자에게 차를 팔았다면 감면세액을 내야 하는 것. 예를 들어 A매매업체가 차를 매입해 전시한 기간이 1개월, 이 차를 B업체가 매입해 팔릴 때까지 걸린 시간이 3개월, C업체가 다시 이 차를 B업체에서 매입해 4개월 이상 전시했을 경우 매매업체는 실소유자가 아니므로 A업체와 B업체에 각각 취득세와 등록세가 부과된다.
같은 지역, 같은 시장 내 매매업자 간 거래는 이미 활성화돼 있다. 서울지역 매매업체는 서울 인근지역이나 지방 매매업체가 차를 구입하는 도매시장 역할도 하고 있다. 서울지역 매매업체들은 매입한 중고차 10대 중 1대를 지방 매매업체에 팔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매매업체 간 사업자거래는 이미 중고차유통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데 감면세액 추징 조례는 이 같은 현실을 무시한 것이라고 중고차업계는 주장한다.
또 현실을 등한시한 조례는 편법과 불법을 불러온다고 지적한다. 매매업자들은 매매업자 간 거래로 감면받은 세금을 추징당할 가능성을 없애기 위해 실제로는 매매업자에게 판매했으면서 소비자에게 판 것처럼 속일 수 있다. 사업자거래를 개인 간 거래처럼 속여 세금을 탈루하는 위장거래 방법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 매매업자들에게는 손쉬운 일이다.
이와 달리 경매장이나 기업형 매매업체들은 고스란히 세금 폭탄을 맞게 된다. 이들 업체는 세무서나 자체 감사로 불법 위장거래를 할 수 없다. 또 수백 대씩 직접 매입해 매매업자 등에게 공급해주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감면세액을 추징당하면 사업 유지 자체가 힘들어지는 셈이다.
결국 감면세액 추징 조례는 영세 매매업체의 위장거래를 확산시켜 중고차시장의 유통질서를 더욱 어지럽힐 수 있다. 자체 소비자보호 시스템 구축, 새로운 유통 시스템 개발 등에 기여한 기업형 업체들이 중고차시장에서 떠나고 새로 진출하려는 기업들이 없어져 중고차유통의 선진화가 무산될 가능성도 있다. 정부도 세금을 조금 더 걷으려다 위장거래 확산으로 오히려 더 큰 손실을 입을 수 있다.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해 성능점검법 강화 등으로 중고차시장의 투명성을 높이고, 위장거래를 사업자거래라는 제도권으로 흡수하려는 정부의 정책이 후퇴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개선방향
서울시의 감면세액 추징 규정 완화가 한 가지 해답을 제시했다. 서울시는 올 4월 제11조 4항 중 "당해 중고차 등을 실수요자에게 매각하지 아니하거나"를 "당해 중고차 등을 매각하지 아니하거나"로 바꾸는 일부 개정 조례안을 입법예고했다. 개정 조례안은 6월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서울시 조례가 바뀌는 데에는 서울매매조합의 역할이 컸다. 서울조합은 전국 조합들 중 상대적으로 인력조직이 짜임새있게 갖춰진 단체다. 서울조합은 조직력을 활용, 서울시에 감면세액 추징이 가져올 문제점과 대안을 제시했다. 서울조합이 내세운 해결방안은 "매매업자의 불법적인 중고차 운행 방지를 위해 매매업자가 1년 이상 매각하지 않을 경우 감면세액을 추징하되, 사업자 간 거래를 인정할 수 있도록 실수요자에게만 매각토록 돼 있는 문구를 삭제하는" 것이었다. 서울시에 감면세액 추징의 명분을 제공하면서도 매매업자가 세금을 되돌려줄 가능성을 줄인 것이다. 서울시는 이 방안이 타당하다고 판단, 중고차시장의 열악한 환경개선이라는 명분을 앞세워 제11조 4항에서 실수요자라는 용어를 제외했다.
서울조합은 감면세액 추징 규정이 본격 적용됐던 2005년 1월1일을 앞두고 제시신고를 통해 회원업체들의 매입 중고차를 모두 파악한 뒤 해당 업체에 감면세액이나 과징금을 부과받지 않도록 알려주기도 했다.
감면세액 추징이 적용되는 경기도나 부산시에서도 서울처럼 감면세액 추징이 완화될 가능성이 있다. 감면세액 추징 조례를 제정한 것도 서울시 조례를 참조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장담할 수는 없다. 서울지역 중고차시장은 지방의 도매시장 역할을 하지만 부산과 경기도는 상황이 달라서다. 경매장을 제외한 이들 지역 매매업체들은 주로 서울이나 경매장 등 다른 곳에서 매물을 가져와 소비자에게 판매한다. 같은 지역 내 매매업체끼리 사고파는 비중도 서울보다 낮고 편법을 사용할 수도 있다. 감면세액 추징에 대한 매매업체의 관심도 적을 수밖에 없다. 규정 완화에 걸림돌이 되는 셈이다.
▲중고차단체의 역할
서울조합의 사례처럼 조례 개정에 따른 매매업체의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중고차단체의 역할이 중요하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최상위 중고차단체로 중고차관련 법과 조례 정보를 신속히 파악하고 대응에 나서 중고차업계의 이익을 대변해야 하는 전국자동차매매사업조합연합회는 신동재 씨와 최수융 씨의 자리다툼으로 2004년 11월부터 파행을 겪으면서 업무가 마비됐다. 더구나 지난 4월 신 회장이 1년 넘는 싸움 끝에 회장으로 재선출됐으나 기존 직원들이 모두 그만둬 업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런 연합회에 시도 조례 정보까지 파악해서 대응하라는 건 욕심으로 여겨질 정도다.
대부분의 시도조합들도 정보 파악과 대응에는 한계가 있다. 행정업무를 처리할 인원도 부족한 데다 대부분 신분보장이 안돼 조합장 선거가 끝나면 업무의 연속성은 생각지 않고 자기 사람을 심는 데 열심인 조합장들의 표적이 되기도 한다. 중고차업계와 관련된 법이 시행되기 전에 문제파악과 해결방안을 모색하는 일은 힘들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번 조례와 관련해서도 “담당 공무원이 일단 시행해보고 나서 결정하자고 말했다”, “시 의회가 추진하는데 조합이 무슨 힘이 있나”, “서울과 우리는 상황이 다르니 조례 개정이 어려울 수 있고 매매업체들도 별다른 관심을 두지 않는다”며 사실상 방치해둔 조합이 많았다.
그러나 중고차유통의 환경변화를 생각해보면 단체의 역할은 앞으로 더욱 중요해진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소비자 보호라는 명분을 내세워 성능점검법 등 중고차관련 법을 계속 강화하는 추세고, 머지 않아 매매업체들의 위장거래에도 칼을 들이댈 가능성이 높다. 중고차유통에 뛰어들었다 실패한 기업들의 사례를 거울삼아 새로운 전략으로 무장한 대기업들도 중고차유통에 진출할 태세를 갖추고 있다. 정부와 소비자들의 감시를 받아 위장거래를 할 수 없는 대기업들은 기존 매매업체에 대해서도 똑같은 기준을 적용하라고 강력히 요구할 것이다. 이에 따라 매매업자들을 먹여 살리고, 감면세액 추징의 돌파구처럼 여겨지는 ‘불법 및 편법 거래’는 더 이상 통하지 않는 시기가 곧 오게 된다. 이 것이 바로 조합이 감면세액 추징 완화에 적극 나서야 하는 이유다.
최기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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