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운 센 천하장사 볼보 FH/FM 덤프트럭과 트랙터

입력 2006년06월14일 00시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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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보가 새 모델 FM과 FH를 선보인 건 지난 3월이었다. FM과 FH? 당연히 볼보에 그런 모델이 있느냐는 질문이 나올 것이다. 물론 있다. 다만 승용차가 아니라 대형 트럭이다. 볼보트럭코리아가 선보인 FM과 FH가 오늘 시승기의 주인공이다. 1만2,780cc, 480마력짜리 엔진이 올라가는 볼보의 최신 제품이다.

대형 트럭이라고 하지만 정확하게는 덤프트럭과 트랙터다. 덤프트럭은 주로 건설현장을 누비고, 트랙터는 컨테이너 등을 연결해 장거리 운송을 맡는 물류의 주역이다. 북유럽 스웨덴에서 만들어진 대형 트럭을 타고 달렸다.

거친 산업현장을 누벼야 하는 대형 트럭이지만 그렇다고 생김새마저 거칠지는 않다. 승용차만 상대하던 이의 눈에는 무지막지하게 큰 덩치 때문에 주눅이 들지만 구석구석 살펴 보면 아기자기하고 오밀조밀한 맛이 승용차 뺨친다. 실내의 다양한 수납공간, 오디오, 조명 등이 그렇다.

차에 다가서면 절벽을 마주한 기분이 든다. 절벽에 난 계단을 밟고 올라서서 도어를 열어야 비로소 차 안으로 들어갈 수 있다. 차 높이는 무려 4m에 가깝다. 덤프트럭이 3,400mm, 트랙터가 최고 3,720mm의 높이에 이른다. 덩치가 워낙 큰 차여서 차의 사방을 비추는 거울이 곳곳에 있다.

실내는 단순히 자동차의 실내가 아니다. 대형 트럭을 운전하는 이들이 하루의 대부분을 보내는 장소인 만큼 아기자기하고 깨끗하게 꾸며졌다. 사무실로, 응접실로, 때로는 침실로 사용되는 공간이다. 신발을 벗고 차 안으로 들어가야 하는 경우가 많다. 대형 트럭의 문화인 셈이다.

사방에 수납공간이 마련돼 있고 트랙터에는 침대도 있다. 트랙터는 장거리 운행이 많아 휴식공간이 반드시 필요하다. 필요에 따라서는 운전자 2명이 타고 며칠간을 달려야 하는 게 트랙터의 운명이다. 한국에서야 그럴 일이 없겠지만 미국이나 유럽, 호주 등에서 대륙횡단을 하는 트랙터는 한 번 시동을 걸면 며칠씩 달리는 경우가 많다. 차의 내구성과 실내 편의성이 중요한 이유다.

세단을 타다가 SUV를 타던 사람은 다시 세단으로 돌아가기 힘들다는 말이 있다. ‘SUV의 눈높이’ 때문이다. 높게 앉아서 세단을 내려다 보며 운전하는 맛에 빠지면 다시 세단을 타기가 쉽지 않다는 말이다. 대형 트럭을 여기에 비유하는 게 적절하지는 않겠지만 도로에서 가장 높은 자리에서 운전하는 맛은 유별나다.

이 차의 운전석은 마징가제트의 조종석이다. 운전석에 앉으면 ‘기운 센 천하장사를 움직이는 작은 버튼’들이 쫙 펼쳐진다. 무지막지하게 큰 덩치지만 아주 작은 사람도 쉽게 운전할 수 있게 차는 만들어졌다. 전자화된 덕택이다. 전진 12단, 후진 4단의 변속기는 어른 주먹 안에 쏙 들어오는 조그만 변속레버로 조작된다. 큰 차를 작은 버튼으로 움직이는 셈이다. 사이드 브레이크도 승용차의 그 것보다 작다.

운전하기는 승용차보다 쉽다. 운전자는 핸들조작과 가속 페달, 브레이크 조작만 신경쓰면 된다. 나머지는 볼보의 첨단 메커니즘이 스스로 판단하고 도로상황을 파악하면서 실시간으로 차의 운행상태를 결정한다. 대표적으로 ‘프리휠’ 기능이 있다. 도로가 평탄하고 노면상태도 좋은 곳에서는 가속 페달에서 발을 떼면 ‘프리휠’ 모드로 달린다. 변속기가 스스로 중립으로 위치하면서 차는 공회전 상태로 달리는 것. 연료소비가 최소화되는 상태다. 물론 프리휠 모드로 달려야 하는 조건중 하나라도 어긋나는 순간 프리휠 모드는 끝나고 다시 변속기가 정해진 단수로 물리면서 달린다.

프리휠 모드의 장점은 연비를 높일 수 있다는 점이다. 공차중량 12.8t에 달하는 무게를 끌고 움직이는데 연료소모는 무시할 수 없다. 적재량에 따라 달라지지만 프리휠 모드를 잘 이용하면 연비를 크게 향상시킬 수 있다는 게 실제로 이 트럭을 운전하는 이들의 설명이다. ℓ당 5km냐, 6km냐에 따라 전체 연료비 차이는 크게 벌어진다. 대부분 대형 트럭이 개인사업용인 만큼 연료비를 얼마만큼 아끼느냐는 사업의 성패에 큰 영향을 미친다. 그런 면에서 볼보의 FM/FH 트럭은 매력적이다.

똑소리나게 연비를 줄여주는 한편으로 볼보는 환경까지 배려한 엔진을 만들었다. 볼보 관계자는 이 차에 얹는 D13 엔진은 유로5 기준까지 만족시키는 첨단 친환경 엔진이라고 자랑이 대단했다.

운전석은 에어 서스펜션이 적용돼 충격을 흡수한다. 부드럽게, 혹은 딱딱하게 조절할 수도 있다. 시트와 더불어 운전석을 이루는 캡도 충격을 흡수하는 완충장치가 있다. 차 바깥에서 보면 캡이 출렁거려 곧 넘어갈 듯 착각을 일으키기도 한다.

대형 트럭을 운전하는 이들에게, 특히 처음 운전하는 이들에게 불문율이 있다. 코너를 돌 때 사이드 미러를 보지 말라는 것이다. 코너를 돌 때 충격과 원심력 등을 흡수하기 위해 캡이 어느 정도 움직이며 기우는데, 사이드 미러를 보면 마치 차가 넘어지는 듯한 착시현상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특히 차의 특성에 익숙지 않은 운전자는 이 같은 착시현상에 브레이크 페달을 밟으면 진짜 사고가 날 수 있다.

가속 페달을 밟으면 3단부터 변속이 시작된다. 적재함이 비어 있는 상황이었다. 적재함과 노면상황 기울기 등에 따라 변속단수는 차가 알아서 결정한다. 물론 운전자가 인위적으로 수동조작을 할 수도 있다. 볼보가 자랑하는 I 시프트다.

3단에서 출발한 트럭은 중간중간 건너뛰면서 6단 8단 등으로 변속하다가 곧 최고단수인 12단에 안착한다. 변속레버는 자동변속기지만 실제 변속기는 수동과 같은 구조다. 토크컨버터가 사용되는 자동변속기가 아니라 레버 조작에 따라 변속기어가 결정되는 것. 운전자는 자동변속기처럼 조작하지만 실제 작동은 수동변속기의 구조에 변속결정이 자동으로 이뤄진다. 변속이 이뤄지는 순간은 전혀 알지 못한다. 변속충격이 없어서다. 그냥 조용히 계기판의 변속기 단수 숫자만 부지런히 바뀔 뿐이다.

계기판에는 한글로 정보가 전달된다. 남은 연료로 갈 수 있는 거리, 차의 이상 유무, 온도, 부품 교환시기 등 수많은 정보가 한글로 뜬다. 영어로 표기되는 계기판에 주눅들 필요가 없다. 계기판이 알려주는 대로, 시키는 대로 운전하면 만사 오케이다. 트랙션컨트롤, EBS에 언덕길 출발 보조장치 등이 있어 안심하고 차를 운전할 수 있다.

모두가 알겠지만 엔진은 은근하고 끈기있게 힘을 늘려 나간다. 쭉쭉 뻗는 탄력있는 힘이 아니라 뒷심 강한 은근한 힘이다. 힘의 부족을 느끼기는 어렵다. 시속 100km 이상을 달릴 필요가 있을까? 시속 100km까지 아무 부담없이, 무리없이 부드럽게 속도를 높였다.

속도보다 중요한 건 브레이크의 신뢰성이다. 브레이크 역시 차와 궁합이 맞아야 한다. 스포츠카에는 날카롭고 즉각적인 반응이 필요하지만 대형 트럭에서 그런 반응이 나오면 여럿 다칠 수 있다. 시승한 볼보 트럭은 초기 반응은 조금 밀리는 듯하면서도 운전자의 의도에 맞게 정확히 차를 멈춘다. 대형 트럭이 갖춰야 할 중요한 미덕이다.

볼보는 ‘블루 프로그램’으로 자신들이 판매한 차를 관리한다. 예방점검 및 정비 프로그램이다. 연간 2~3회 기본점검에, 연 1회는 최대 88개 항목을 점검하는 등 다양한 관리편의를 제공한다. “고객에 가깝게 다가서서 최대한 만족시키자”는 게 볼보트럭코리아 민병관 사장이 강조하는 캐치플레이즈다.

덤프트럭이 FH 1억5,700만원, FM 1억5,000만원, 트랙터는 FH 1억2,800만원, FM이 1억1,600만원이다.

시승 / 오종훈 기자 ojh@autotimes.co.kr
사진 / 권윤경 기자 kwon@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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