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경새재 넘어가면 초록에 물들겠네

입력 2006년06월16일 00시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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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제일관인 주흘관
신록의 눈부심을 온몸으로 느끼고 싶다면? 문경새재로 떠나라. ‘새들도 날아 넘기 힘들 만큼 험한 고개’라는 옛소문과 달리 그 곳에 가면 아이들도 쉽게 체험할 수 있는 아름다운 산책로가 기다린다. 숲길을 따라 걷다 보면 어느 새 나무가 되고, 숲이 되고, 역사 속의 나그네가 된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숲이 1년 중 가장 아름답고 활기찬 생명력을 뽐내는 건 바로 이 맘 때다. 울창한 숲을 뚫고 쏟아져 들어오는 아침 햇살, 초봄의 여린 잎사귀들이 무성한 나무그늘을 드리웠고, 아름드리나무들은 부드럽게 뻗어나간 가지마다 싱그러운 연둣빛 잎사귀들을 매달았다. 그 속을 거닐면 누구나 충만감과 행복감, 나무의 말없는 위로를 온몸으로 느낄 수 있다.



문경새재는 옛날 과거를 보러 한양으로 향하던 영남의 선비들이 다녔던 길로 울창한 숲과 깨끗한 계곡이 그대로 보존돼 있다. 2관문, 3관문으로 이어지는 옛 영남대로 길을 따라가면 그야말로 몸과 마음이 신록에 물든다.



지금 자동차들이 다니는 길은 1920년대 건설된, 옛 새재 남서쪽으로 뚫린 이화령이다. 이 길이 생기면서 옛길인 문경새재는 길로서의 구실을 잃고 관광지로 자리 잡게 됐다. 조령(鳥嶺)으로 불렸던 문경새재는 산이 높고 골이 깊어 고갯길이 거칠고 험하기로 유명했다. 그래서 얽힌 사연도 많고, 이야기도 많고, 전설도 많다.



영남과 서울을 잇는 중요한 교통로였던 문경새재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이 길은 조선시대 초기에 개통됐다. 문경새재가 뚫리기 전인 고려시대 때까지는 하늘재를 이용했다. 하늘재는 지금의 문경시 관음리와 충주시 미륵리 사이의 길을 말한다. 조선시대에도 현재와 같이 도로의 격이 있었다. 그 길은 대로, 중로, 소로로 분류됐는데, 《증보문헌비고》에 따르면 대로는 한양을 중심으로 해 전국에 아홉 개가 있었다. 그 중에서 문경새재를 지나는 길이 제4로와 제5로였다. 이러한 길에는 역과 원이 있어서 여행객들에게 편의를 제공했다. 문경새재에 남아 있는 조령원터와 유곡동에 있던 유곡역이 대표적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유곡역은 지금의 문경, 상주, 선산, 예천, 군위지역의 19개 역원을 관장하는 영남대로 상의 가장 큰 역이었다.



견고한 성벽
문경새재에는 세 개의 관문이 있다. 제1관문은 영남제1관인 주흘관으로, 조선 숙종 34년(1708) 석성과 함께 세워졌다. 제1관문보다 앞서 건립된 건 제2관문인 조곡관으로, 선조 27년(1594년)에 만들어졌다. 임진왜란 때 천연의 요새인 이 곳을 막지 못한 안타까운 사실 때문에 조곡관을 가장 먼저 쌓았고, 병자호란을 겪은 후 1708년(숙종34) 1관문과 3관문을 쌓았으며, 그 후 국방 상의 문제가 있을 때마다 증축과 개축을 거듭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 제3관문은 새재 정상에 있는 조령관으로, 경상도와 충청도의 경계 구실을 한다. 주흘관과 함께 세워졌으나 불에 타서 홍예문만 남았던 걸 1976년에 복원했다.



주흘관에서 조령관까지 6.5km의 거리는 최고의 산책로다. 하늘을 가린 빼곡한 숲과 맑은 물이 흐르는 계곡, 부드러운 흙길이 이어지는 이 곳을 걸을 때면 사람들은 신을 벗고 맨발을 자청한다. 발바닥을 통해 전해지는 숲의 느낌은 뭐라 말할 수 없는 충만감을 준다.



주흘관에서 조곡관쪽에 있는 조령원 터는 옛날 출장중의 관리에게 숙식을 제공했던 곳으로, 조선 후기에는 일반 나그네도 이용했으며 물물교환장소로도 활용됐다고 한다. 장원 급제해 어사가 된 박문수가 쉬어 갔다는 박문수 소나무도 아직 있다.



걷는 게 익숙치 않아 힘겨워하는 아이들에겐 중간에서 만나는 드라마 촬영장이 또 다른 볼거리를 제공한다. 길목에는 주막도 있어 잠시 쉬어갈 수 있다. 옛 나그네처럼 주모를 불러 먹거리를 청해 보는 재미도 색다르다.



문경쪽에서는 1관문부터 오르지만 서울에서 출발하면 수안보를 거쳐 3관문부터 넘게 된다. 경치가 가장 뛰어난 곳이 2관문 일대다. 관문 계곡을 안고 있는 주봉인 주흘산은 1,107m의 높은 산으로, 오를수록 기암절별과 송림으로 구성된 전형적인 한국산의 위용이다.



주흘관을 지나면 옛길로 이어진다
*새재박물관

문경지역은 예로부터 영남권과 기호권 문화의 교류지라는 점에서 역사적, 문화적, 지리적으로 큰 의미가 있는 곳이다. 이 곳에 선조들의 문화유산을 수집, 보존, 전시, 연구하고 후세를 위한 산 교육장으로 활용하고자 지난 97년 문경새재박물관을 개관했다. 박물관은 세 개의 전시실로 구성돼 있다. 제1전시실 주흘실은 ‘문경새재’를 전시주제로 하고 있고, 제2전시실 조곡실은 ‘문경의 문화,’ 제3전시실 조령실은 ‘문경의 문화재’를 중심으로 전시돼 있다. 문경새재 입장 시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가는 요령

중부내륙고속도로 충주 인터체인지에서 빠져 국도 3번을 타고 충주 → 수안보 → 이화령 터널 → 문경새재 진입로 우회전 → 문경새재에 이른다. 혹은 중부내륙고속도로 상주 인터체인지 → 점촌(문경시) → 문경읍(3번 국도) → 문경새재에 닿는다.



이준애(여행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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