짚은 정통 SUV 이미지가 강하다. 섬세하고 세련된 도시형 SUV라기보다는, 조금 거칠고 덜 세련됐으나 자연과 잘 어울리는 터프한 이미지를 간직한 브랜드다. 차 표면이 조금 찌그러지거나 살짝 긁혀 있어도 멋있어 보이는 건 바로 이런 이미지 덕분이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정통 SUV의 입지는 좁아지는 게 사실이다. 고급, 첨단 기술이 접목되면서 ‘정통’보다는 ‘고급’을 지향하는 SUV들이 많아지고 있어서다. 실제로 시장에서 팔리는 SUV들을 보면 험로주행을 지향하는 차들보다 도심에서의 다목적차로 쓸 수 있는 SUV들이 많다.
이 와중에 정통 SUV 브랜드인 짚이 고급 SUV를 내놨다. 커맨더다. "사령관", 혹은 "지휘자"라는 뜻을 가진 이름이다. 짚 브랜드의 플래그십카 이름으로 어울린다. 이름에 야성이 묻어 있다. 한국에 소개된 것은 지난 4월의 부산모터쇼에서다.
▲디자인
각진 모양이다. 에어로다이내믹과는 거리가 있다. 세련되고 싶은 욕망을 억지로 눌렀을까. 갈수록 늘어나는 도시형 SUV의 세련미를 이 차에서는 보기 힘들다. 개인적으로 디자이너의 개성이 마음껏 발휘된 차들은 마주하기가 부담스럽다. 적절하게, 때로는 심하다 싶을 만큼 절제되고 제어된 디자인이 보기 편하다. 커맨더는 그런 면에서 보기 편했다.
직선과 평면이 많이 사용된 스타일링이다. 그런 모습이 오히려 신뢰를 준다. 도시의 때가 덜 묻은 시골사람에게서 느끼는 그런 믿음이다. 커맨더를 보면서 허머 H3를 생각했다. 강인한 이미지가 그들의 공통인자다. 그러나 역시 짚이다. 7개의 구멍을 가진 라디에이터 그릴을 보면 알 수 있다. 65년 전통은 이 차에서도 곳곳에 살아 숨쉬고 있다.
겉모양은 터프하지만 인테리어는 그 반대다. 섬세하고, 정밀하고, 세련됐다. 물론 고급스러움은 기본이다. 정통 SUV도 이런 고급스러움을, 이런 세련됨을 표현해낼 수 있다는 게 신기하다. 첨단 내비게이션이 올라왔고, DVD도 있다. 보기에도 고급스러운 가죽시트에는 열선이 내장됐다. 그 뿐 아니다. 1열은 물론 2열에도 달린 선루프 사이로 쏟아지는 햇살을 맞으며 보스턴 어쿠스틱스 사운드 시스템을 통해 흘러나오는 음악을 듣다 보면 이게 웬 호강인가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3열 시트는 뒤로 갈수록 조금씩 높게 만들었다. 지붕도 따라서 높아진다. 승객들이 앞을 시원하게 볼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다. 대신 룸미러로 뒤를 볼 때 걸리는 부분이 생기는 불편은 감수해야 한다.
전통이 숨쉬고 있지만 전혀 새로운 모습을 만드는 데 성공한 디자인이다.
▲성능
첨단 기술이 총집합됐다. V6 3.0ℓ CRD 엔진은 218마력에 52.0kg.m의 토크를 자랑한다. 굵은 토크를 내뿜는 디젤엔진의 힘은 특히 중·저속에서 인상적이다. 1,600rpm에서 최대토크가 나온다. 가속 페달에 발을 대면 즉시 최대토크가 발휘된다고 해도 될 정도다.
콰드라드라이브Ⅱ는 풀타임 4륜구동장치의 이름이다. 여기에 전자주행안전장치(ESP), 전자식 전복방지기능(ERM) 등 첨단 기술과 장치들이 줄줄이 적용됐다. 이 같은 장비들은 사람과 차의 안전을 확보하고 보장하는 데 큰 역할을 한다. 그러나 정통을 추구하는 SUV에게는 때로 거추장스러운 짐이 될 수도 있다. 각종 센서와 전자장치들이 차 곳곳에 자리잡고 있어 강을 건너거나 도랑을 지고 나갈 때 부담이 된다. 이 때문에 골수 SUV 마니아들은 짚 랭글러를 최고로 치는 이들이 많다. 복잡하고 정교한 전자장치보다는 단순한 기계장치들이 험하게 쓰기에 편하고 고장났을 때 고치기도 쉽다는 게 이들의 지론이다.
물론 일반 운전자들을 기준으로 보면 첨단 장비들은 반드시 필요하다. 1년중 오프로드를 달릴 일이 거의 없는 운전자라면 더 그렇다. 오프로드에 올라선다고 해도 차가 다닐 만한 오프로드라면 별 문제될 게 없다. 그런 정도의 길은 커맨더에게는 포장도로나 다름없어서다.
시동을 걸고 도로 위로 커맨더를 올렸다. 공회전 영역을 벗어나면 바로 최대토크가 터지는 구간이어서 움직임이 경쾌했다. 디젤엔진에다 2t이 넘는 무게여서 굼뜨고 느린 움직임을 예상했지만 빗나갔다. 중형 세단의 가속력을 커맨더에서 확인했다. 물론 0→100km/h 도달시간을 보면 9초대로 빠르다고 할 수 없는 수준이지만 체감속도는 그 이상이다.
풀타임 4륜구동이 주는 주행안정감은 뛰어났다. 이전의 그랜드체로키와 비교하면 커맨더가 한 수 위다. 차가 꽉 조여진 느낌이다. 엔진은 유효적절한 힘을 뽑아내면서 효율이 높아졌고, 서스펜션도 단단해졌다. 스티어링과 가속 페달 반응도 즉각적이다. 그랜드체로키의 다소 느슨하고 유격이 있는 감각을 커맨더에서는 찾을 길이 없다. 때로는 스포츠 세단을 연상시킬 정도다.
시속 150km 전후로 속도를 높이기에는 아무 문제없다. 그러나 시속 160km를 넘기면 가속이 더디다.
로 모드로 언덕을 내려가면 강한 엔진 브레이크를 경험하게 된다. 내리꽂힐 듯 급한 경사지만 로 모드에 1단을 택하고 가속 페달에서 발을 떼면 천천히 차는 언덕을 내려간다. 반대로 강한 구동력도 바로 이 상태에서 얻을 수 있다. 넘치는 토크가 오로지 타이어로 집중돼 느리면서도 끈기있는 힘으로 움직이는 커맨더를 보고 있으면 역시 오프로드의 제왕인 짚의 피를 타고 났다는 생각이 든다.
크라이슬러는 특히 이 차의 안전성을 강조했다. 미국 고속도로교통안전국이 실시한 전방충돌 실험에서 최고 등급인 별 다섯 개를 받았다는 것이다. 전 좌석에 사이드 커튼 에어백, 운전석 및 조수석에는 차세대 전방 에어백이 있다. 이 중 사이드 커튼 에어백은 전복과 측면충돌 시 그 정도 및 상황에 적절하게 대응하며 펼쳐진다. 똑똑한 에어백이다. ABS와 4륜 브레이크 트랙션 컨트롤 시스템(4-BTCS) 등은 기본 장착된다.
▲가격
커맨더의 가격은 6,450만원이다. 수입차시장에서 경쟁이 가장 치열한 가격대다. 연비는 8.2km/ℓ. 2,240kg에 달하는 무게를 끌고 가려면 그 정도 식성은 양해해야 한다.
짚은 충성도 높은 고객들을 가진 브랜드다. 그런 고객들을 계속 만족시키기가 쉽지 않다는 데 크라이슬러의 고민이 있다. 시대를 맞춰 나가려면 짚도 세련되고, 아름답고, 첨단화해야 하는데 짚을 아는 고객들의 눈은 과거에 맞춰진 채 좀처럼 앞으로 나가질 않는다. 커맨더는 그런 고객들까지 만족시킬 수 있을 만큼 짚의 정통성을 확보했다. 더불어 시대에 맞는 메커니즘과 기술들을 모두 받아들이며 짚의 새로운 모습을 보이는 데에도 충실하다. 커맨더는 짚의 과거가 녹아 있고, 미래를 내다보는 플래그십모델로 손색이 없다 하겠다.
시승 / 오종훈 기자 ojh@autotimes.co.kr
사진 / 권윤경 기자 kwon@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