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질 부품 보험사기 자동차정비업체 대거 적발-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는 부품업자와 짜고 중고 부품이나 안전성 검사를 받지 않은 이른바 ‘비품’으로 사고차를 수리한 뒤 정품을 사용한 것처럼 속여 보험금을 챙긴 자동차 정비업체를 단속해 A사 대표 김모 씨 등 3명을 사기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중고(재생) 부품과 관련된 대표적인 언론보도 내용이다. 이 처럼 중고 부품은 ‘저질’의 대명사이자 ‘불법의 온상’처럼 여겨지고 있다. 그러나 중고 부품은 저질이 아니다. 중고 부품 사용은 불법도 아니다. 중고 부품의 가격은 신품의 절반 정도에 불과하지만 중고 부품 판매업체들은 최소 6개월에서 길게는 1년까지 발생한 고장에 대해 소비자 과실이 없는 이상 무료 교환과 품질보증까지 해주고 있다. 품질에 대한 만족도도 높은 편이다. 열린우리당 서갑원 의원이 서울시자동차부분정비사업조합과 지난해 10월 486명의 운전자들을 대상으로 공동 설문조사한 결과 82.7%가 가격과 품질에 대해 만족감을 표시했다.
정부도 2003년 중고 부품이 자원재활용으로 환경문제 해결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 조향장치와 브레이크장치를 제외한 모든 중고 부품의 사용을 합법화했다. 차를 고칠 때 스스럼없이 중고 부품을 택하는 운전자들도 많다. 차 소유자들이 중고 부품을 보다 쉽게 구할 수 있는 온라인쇼핑몰도 등장했다. 중고 부품 판매 및 폐차대행업체인 좋은차닷컴은 온라인마켓플레이스 옥션에 중고 부품 코너를 별도로 만들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중고 부품 장려가 국내에 한정된 것만도 아니다. 미국, 일본, 독일 등 자동차문화가 발달한 국가에서는 중고 부품 사용률이 전체 부품 사용의 10~15%에 달하는 건 물론 중고 부품 사용을 활성화하기 위한 법률까지 시행되고 있다. 지난 97년 재활용법관련 규정을 마련한 EU는 올해부터 차 무게의 85%까지 재생을 의무화했고, 토요타는 재생품을 순정품처럼 2만km 또는 1년 품질보증 정책을 시행하는 등 부품 재활용에 적극 나서고 있다
중고 부품은 자동차의 가치도 높여준다. 부품이 단종돼 멀쩡한 차를 쓰지 못하는 차 소유자에게는 중고 부품이 해결책이다. 또 중고차 성능점검법이 강화돼 품질에 대한 소비자와 중고차 딜러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광택과 세차만으로 겉만 번지르르하게 만든 뒤 차를 팔던 구태에서 벗어나 가격이 저렴한 중고 부품을 적절히 활용, 차 상태를 개선시켜 상품성을 높이고 품질불만으로 나타나는 소비자들의 불신도 줄여주는 ‘중고차 상품화’가 뿌리내리고 있다. 중고차 프랜차이즈업체인 오토젠은 더 나아가 중고차 소유자들을 대상으로 저렴한 가격에 차의 가치를 높여주는 중고차 리모델링사업을 펼치고 있다.
아울러 중고 부품은 자동차 수리비로 나가는 보험금을 줄여 자동차보험료 인상을 막는 역할도 할 수 있다. 보험개발원 자동차기술연구소에 따르면 자동차보험 지급보험금 중 부품비용은 2000회계년도 이후 연평균 14.6%씩 증가해 연간 1조원에 달한다. 부품비용은 또 전체 수리비의 45.3%를 차지하고 있다. 게다가 보험사고차를 복원하는 데 사용하는 부품은 순정, 비순정, 중고, 재제조부품 등으로 분류되지만 보험업계는 가격이 가장 비싼 순정품을 기준으로 보험금을 지급하고 있다. 중고 부품을 써도 충분한데 순정 신품을 사용하다 보니 보험금이 더욱 많이 나가 보험료를 높이는 근거가 되고 있다. 상당수 정비업체들도 부품공급업체와 공모해 실제로는 중고 부품을 사용하면서도 순정부품을 쓴 것처럼 속이는 보험사기를 저지르고 있다. 이를 뒤집어보면 중고 부품 사용을 정착시켰을 때 보험사기를 줄이고, 보험료도 낮출 수 있다는 얘기다.
이 처럼 중고 부품은 재활용을 통한 환경보호, 중고차 가치 상승, 보험사기 및 과잉정비 감소, 보험료 인하 등 1석 4조 이상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그러나 중고 부품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깊숙이 뿌리내리고 있어 사용을 확산시키는 게 어려운 실정이다. 그 원인 중 하나는 중고 부품에 대한 언론보도가 부정적인 방향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점을 들 수 있다. 긍정적 기사보다는 부정적이고 자극적인 기사가 독자들의 눈길을 더욱 끌 수 있기에 중고 부품이 지닌 긍정적 측면보다는 중고 부품을 악용해 범죄를 저지른 부정적 측면을 부각시키는 것.
소비자들의 이중적 잣대도 문제다. 보험개발원 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내 중고 부품 공식 판매매출액은 연간 3,275억원으로 상당한 실적을 나타내고 있으나 2004년 보험업계에서 사용한 중고 부품은 1%도 안됐다. 이는 정비업체나 운전자들이 차를 고치는데 중고 부품을 사용하는 비중은 크지만 ‘자동차보험’이 개입되면 중고 부품보다는 신품으로 주저없이 바꾼다는 얘기다. 매년 꼬박꼬박 보험료를 내 왔으니 기회가 됐을 때 보험금을 활용해야 한다는 소비자들의 ‘보상 심리’가 작용하는 셈이다.
보험사들이 중고 부품을 썼을 때 소비자들이 제기할 민원과 회사 이미지에 대한 부담을 크게 느끼고, 중고 부품 품질관리체계와 보험약관 등 제도적인 장치가 마련되지 않은 것도 중고 부품 사용 확산을 방해하고 있다.
따라서 자동차관련 업계는 중고 부품 품질보증제도 도입, 오래된 차부터 점진적으로 중고 부품 적용, 중고 부품 사용자에게 보험료 할인을 통해 중고 부품 사용을 장려해 나가는 게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최기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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