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오면 더욱 그윽해지는 절집 나들이

입력 2006년07월07일 00시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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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 고찰 보광사.
장마철이다. 오락가락하는 빗줄기가 주말 여행길 발목을 잡는다. 이럴 땐 가까운 산사 나들이는 어떨까. 맑은 날보다 비가 오면 절집의 분위기는 더욱 그윽해진다. 절 마당 화초 잎에 투둑투둑 떨어지는 빗방울이며, 탑신을 적시는 빗줄기, 바람에 흔들리는 풍경, 요사채에서 느릿느릿 솟는 연기, 인기척 끊긴 그 적막함···처마 아래서 비를 그으며 바라보는 절 풍경은 더없이 감상적이고 낭만적이다. 그 때 문득 스님의 청아한 독경 소리라도 들려온다면 어느 새 속세의 번뇌가 사라지고, 목어처럼 가벼워진 자신을 문득 깨닫게 된다.



경기도 파주시 광탄면에 있는 보광사는 서울(은평구 일대)에서 불과 30분이면 천년 고찰의 면모를 만날 수 있는 곳이다. 고령산(622m) 기슭에 자리잡은 보광사는 신라 진성여왕(894년) 때 도선국사가 창건한 절이라 전해진다. 당시는 국가의 비보사찰로서 한강 이북의 6대 사찰 중 하나였을 만큼 규모며 절의 위세가 대단했다고 한다. 고려 때인 1215년(고종 2년) 원진국사가 중창했고, 또 법민대사가 불보살 5위를 봉안했으며, 계속해서 1388년(우왕 14년)에는 무학왕사가 삼창했다고 한다.

특이한 구조의 만세루.


조선시대에 들어와서는 임진왜란 때 불에 타서 폐허가 된 절을 뒤에 중건해 겨우 명맥만 유지해 오다가 영조 때 대웅보전, 관음전을 중수하고 만세루를 창건했다고 한다. 이는 숙종의 후궁으로 영조 임금을 낳은 숙빈 최 씨의 묘인 "소령원"이 절 근처에 있어서 이 곳을 숙빈 최 씨의 원찰로 삼았기 때문이다. 효심이 지극했던 영조 임금은 절 안에 최 씨의 위패를 모셔 놓고 매월 친히 가마를 타고 됫박고개를 넘어와 제사를 드리곤 했다고 한다.



만세루 뜰.
6·25사변 당시 많은 피해를 입었던 이 곳은 이후 부속건물들을 새로 지었고 만세루를 해체, 복원했다. 단청이 지워져 고색창연함이 느껴지는 대웅보전은 통일신라 때 건축물로 경기도 유형문화재로 지정됐다. 대웅전 내부에는 석가모니불, 약사여래 아미타 삼존불을 비롯해 문수보살, 보현보살 등의 협시보살과 영산후불탱화가 봉안돼 있다. 천정에는 동양화 기법으로 그린 화조화(花鳥畵)와 초충도(草蟲圖)가 있는데 이 같은 천정화는 그 유례가 드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웅보전과 마당을 사이에 두고 마주하고 있는 만세루도 눈여겨 볼 만하다. 1740년 무렵에 세워진 것으로 보이며 정면 9칸에 승방이 딸린 누각의 형태다. 건물은 "ㅓ"자 평면인데, 동서 "ㅡ"자로 놓인 큰 방채를 잇대어 막음하며 9칸의 승방이 남북 "ㅣ"자로 놓이는 특이한 구조를 하고 있다. "ㅡ"와 "ㅣ" 가 맞닿는 부분에 대청마루를 놓고 건물 동쪽과 남쪽에 마루를 달았는데, 이는 왕실원찰이 갖는 기본적인 구조라고 한다. 영조 때 중창하면서 법당에 들 수 없는 상궁이나 부녀자들을 위해 이 곳에서 예를 올리게 한 깊은 배려가 아니었을까 추측된다. 만세루 마루 앞에 걸린 목어는 1913년 만세루 중수 시 만들어졌을 것으로 보이며, 근래에 보기 드문 수작으로 인정받고 있다.

만세루에 걸린 목어.


*가는 길

구파발 3거리에서 1번 국도인 통일로를 따라 달리다가 대자동 4거리에서 우회전해 국도 39번을 타고 의정부 방향으로 접어든다. 7km 남짓 가다가 여충사, 보광사 등 표지판을 따라 좌회전해 2km 정도 달리면 오른쪽으로 서울시립 용미리묘지 방향으로 이어지는 315번 지방도를 만난다. 이 길을 따라 됫박고개를 넘어서면 보광사 입구다. 상가 주차장을 지나 조금만 더 들어가면 절 주차장이 나온다.

대웅보전 벽면에 그려진 그림.


원당(일산) 방향에서는 39번 국도를 타고 벽제 승화장 고가도로를 지나서 좌회전한다. 서울시립 용미리묘지 방향으로 갈라지는 3거리에서 우회전해 315번 도로를 따라 벽제동 3거리(아시아호텔 앞)에서 다시 우회전하면 된다.



보광사계곡 나들이객.
*기타

보광사 입구 계곡을 끼고 여러 음식점이 모여 상가를 이루고 있다. 더러 계곡에 자리를 펴고 더위를 피하는 사람들도 볼 수 있고, 나무 사이에 들마루를 놓고 차양을 둘러 운치를 더한 음식점에서 동동주를 마시는 나들이객도 많이 보인다. 산채정식으로 소문난 시골보리밥집(031-948-7169)을 비롯해 사찰음식을 선보이는 산촌, 낭만적인 분위기의 꼭대기산장 등이 줄을 잇는다.



음악이 있는 꼭대기 산장.
이준애(여행 칼럼니스트)

주변 상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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