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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년 고찰 보광사. |
장마철이다. 오락가락하는 빗줄기가 주말 여행길 발목을 잡는다. 이럴 땐 가까운 산사 나들이는 어떨까. 맑은 날보다 비가 오면 절집의 분위기는 더욱 그윽해진다. 절 마당 화초 잎에 투둑투둑 떨어지는 빗방울이며, 탑신을 적시는 빗줄기, 바람에 흔들리는 풍경, 요사채에서 느릿느릿 솟는 연기, 인기척 끊긴 그 적막함···처마 아래서 비를 그으며 바라보는 절 풍경은 더없이 감상적이고 낭만적이다. 그 때 문득 스님의 청아한 독경 소리라도 들려온다면 어느 새 속세의 번뇌가 사라지고, 목어처럼 가벼워진 자신을 문득 깨닫게 된다.
경기도 파주시 광탄면에 있는 보광사는 서울(은평구 일대)에서 불과 30분이면 천년 고찰의 면모를 만날 수 있는 곳이다. 고령산(622m) 기슭에 자리잡은 보광사는 신라 진성여왕(894년) 때 도선국사가 창건한 절이라 전해진다. 당시는 국가의 비보사찰로서 한강 이북의 6대 사찰 중 하나였을 만큼 규모며 절의 위세가 대단했다고 한다. 고려 때인 1215년(고종 2년) 원진국사가 중창했고, 또 법민대사가 불보살 5위를 봉안했으며, 계속해서 1388년(우왕 14년)에는 무학왕사가 삼창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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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이한 구조의 만세루. |
조선시대에 들어와서는 임진왜란 때 불에 타서 폐허가 된 절을 뒤에 중건해 겨우 명맥만 유지해 오다가 영조 때 대웅보전, 관음전을 중수하고 만세루를 창건했다고 한다. 이는 숙종의 후궁으로 영조 임금을 낳은 숙빈 최 씨의 묘인 "소령원"이 절 근처에 있어서 이 곳을 숙빈 최 씨의 원찰로 삼았기 때문이다. 효심이 지극했던 영조 임금은 절 안에 최 씨의 위패를 모셔 놓고 매월 친히 가마를 타고 됫박고개를 넘어와 제사를 드리곤 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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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세루 뜰. |
6·25사변 당시 많은 피해를 입었던 이 곳은 이후 부속건물들을 새로 지었고 만세루를 해체, 복원했다. 단청이 지워져 고색창연함이 느껴지는 대웅보전은 통일신라 때 건축물로 경기도 유형문화재로 지정됐다. 대웅전 내부에는 석가모니불, 약사여래 아미타 삼존불을 비롯해 문수보살, 보현보살 등의 협시보살과 영산후불탱화가 봉안돼 있다. 천정에는 동양화 기법으로 그린 화조화(花鳥畵)와 초충도(草蟲圖)가 있는데 이 같은 천정화는 그 유례가 드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웅보전과 마당을 사이에 두고 마주하고 있는 만세루도 눈여겨 볼 만하다. 1740년 무렵에 세워진 것으로 보이며 정면 9칸에 승방이 딸린 누각의 형태다. 건물은 "ㅓ"자 평면인데, 동서 "ㅡ"자로 놓인 큰 방채를 잇대어 막음하며 9칸의 승방이 남북 "ㅣ"자로 놓이는 특이한 구조를 하고 있다. "ㅡ"와 "ㅣ" 가 맞닿는 부분에 대청마루를 놓고 건물 동쪽과 남쪽에 마루를 달았는데, 이는 왕실원찰이 갖는 기본적인 구조라고 한다. 영조 때 중창하면서 법당에 들 수 없는 상궁이나 부녀자들을 위해 이 곳에서 예를 올리게 한 깊은 배려가 아니었을까 추측된다. 만세루 마루 앞에 걸린 목어는 1913년 만세루 중수 시 만들어졌을 것으로 보이며, 근래에 보기 드문 수작으로 인정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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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세루에 걸린 목어. |
*가는 길
구파발 3거리에서 1번 국도인 통일로를 따라 달리다가 대자동 4거리에서 우회전해 국도 39번을 타고 의정부 방향으로 접어든다. 7km 남짓 가다가 여충사, 보광사 등 표지판을 따라 좌회전해 2km 정도 달리면 오른쪽으로 서울시립 용미리묘지 방향으로 이어지는 315번 지방도를 만난다. 이 길을 따라 됫박고개를 넘어서면 보광사 입구다. 상가 주차장을 지나 조금만 더 들어가면 절 주차장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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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웅보전 벽면에 그려진 그림. |
원당(일산) 방향에서는 39번 국도를 타고 벽제 승화장 고가도로를 지나서 좌회전한다. 서울시립 용미리묘지 방향으로 갈라지는 3거리에서 우회전해 315번 도로를 따라 벽제동 3거리(아시아호텔 앞)에서 다시 우회전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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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광사계곡 나들이객. |
*기타
보광사 입구 계곡을 끼고 여러 음식점이 모여 상가를 이루고 있다. 더러 계곡에 자리를 펴고 더위를 피하는 사람들도 볼 수 있고, 나무 사이에 들마루를 놓고 차양을 둘러 운치를 더한 음식점에서 동동주를 마시는 나들이객도 많이 보인다. 산채정식으로 소문난 시골보리밥집(031-948-7169)을 비롯해 사찰음식을 선보이는 산촌, 낭만적인 분위기의 꼭대기산장 등이 줄을 잇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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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악이 있는 꼭대기 산장. |
이준애(여행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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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변 상가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