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스로이스 생산공장에는 차 옆 부분에 선 긋는 작업만 하는 사람이 있다. 작업에 나서기 전 몇 번이고 선 긋는 연습을 하고 손떨림없이 선이 그려질 때 비로소 일필휘지로 코치라인을 그려 넣는다. 기계가 대량으로 그려 넣는 선과는 느낌과 차원이 다른 것으로, 롤스로이스에 생명을 불어 넣는 요소다.
코치라인없이 출고됐더라도 나중에 고객이 원하면 세계 어디든 달려가서 선을 그려주기도 한다. 출장 애프터서비스도 마다 하지 않는 것. 물론 항공료와 체재비 등 모든 비용은 고객이 부담해야 한다. 이 때문인 지 아직 국내에서는 코치라인 출장 애프터서비스를 이용한 경우가 없다.
최고급 승용차는 이 처럼 사람의 손길을 거쳐 완성된다. 롤스로이스, 마이바흐가 대표적이다. 작년 선보인 폭스바겐 페이톤이나 최근 국내에 출시한 BMW 750Li도 생산과정에 부분적으로 수작업을 도입했다. 수작업없이는 최고급 명차로 인정받기 힘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들은 하루에 몇 백대씩 만들어내야 손익을 맞출 수 있는 대표적인 대량생산품목인 자동차산업에서 수작업을 고집하는 브랜드들이다.
롤스로이스는 작업의 상당 부분을 수작업에 의지한다. 양산된 프레임에 용접하는 작업부터 기계 아닌 사람의 손을 쓴다. 대량생산에 익숙한 자동차산업에서는 좀체 드믄 작업과정이다. 이 회사가 특히 신경쓰는 건 인테리어에 사용되는 고급 목재의 나이테를 맞추는 작업이다. 두 조각의 나무를 맞춰 사용하는데, 각각 조각의 나이테를 대칭이 되도록 일일히 손질한다. 가죽을 재단하고, 바느질을 해서 시트를 만들고, 인테리어에 사용하는 것도 모두 사람의 손길을 필요로 한다.
롤스로이스와 쌍벽을 이루는 마이바흐도 손으로 조립된다. 프레임을 가져다 놓고 엔진과 서스펜션같은 주요 부품은 물론 헤드라이트처럼 비교적 간단한 부품들까지 기술자들이 직접 조립한다. 차체에 도색하는 작업은 예외적으로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는 부분이지만 이 과정 역시 기술자들의 치밀한 관리감독 하에 진행된다. 인테리어작업은 말할 필요 없이 대부분 수작업으로 이뤄진다. 차 구석구석에 숙련된 기술자들의 손길이 닿았다고 보면 된다. 섬세하고 노련한 기술자들이 없이는 절대 세상에 태어날 수 없는 차인 셈이다.
마이바흐의 경우 차 1대를 조립하는 데 드는 시간이 보름 정도다. 그러나 한 대 한 대가 주문제작에 의해 만들어지다보니 까다로운 재료를 일일히 구하는 시간까지 포함하면 대당 제작기간은 6개월까지 늘어난다.
BMW 750Li나 폭스바겐 페이톤도 수작업으로 인테리어를 완성한다. 시트와 가죽장식들을 손으로 만들어 넣는다. 고객 요구에 하나하나 대응할 수 있는 것도 수작업과정이 있어서 가능하다. 인테리어를 투톤으로 해달라거나, 시트에 자신의 이름을 새겨달라는 요구도 들어준다. 물론 추가비용이 들어가고 시간도 오래 걸린다. 이 같은 추가주문을 하면 최소 4~5개월은 기다려야 한다.
오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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