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파업사태로 자동차업계가 들썩거리고 있다. 특히 노조가 회사를 상대로 "보복파업" 등을 벌인 사실이 알려지면서 파장이 더욱 커지고 있다. 급기야 올해 파업이 사상 최대 손실을 가져올 것이란 전망도 나오기 시작했다. 그러나 국민들의 따가운 시선에도 불구하고 노조의 힘은 더욱 커지고 있다.
현대 노조가 거대한 힘을 가진 집단이 될 수밖에 없는 근본적인 이유는 국내 자동차시장 구조에서 기인한다. 자동차는 규모를 추구하는 산업이다. 일정 이상의 규모에 이르면 규모가 곧 경쟁력이 되는 산업적 특성을 갖고 있는 만큼 자동차회사마다 규모를 키우고 넓히는 데 주력하기 마련이다. 현대의 국내시장 점유율은 50% 정도다. 생산대수도 가장 많다. 바로 규모를 갖췄다는 얘기다. 현대자동차라는 한 회사가 책임지는 고용인원과 그에 따른 가족들의 생계 그리고 협력업체 임직원 수 등을 고려하면 가히 절대적인 지위를 갖고 있는 셈이다.
이 처럼 엄청난 규모야말로 노조의 힘을 더욱 거대하게 키우는 원동력이 아닐 수 없다. 노조가 파업으로 생산이 중단돼 소비자들이 경쟁차종을 구입한다고 해도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 이유다. 쉽게 말해 현대와 직간접적으로 연관돼 현대차를 구입할 수밖에 없는 사람에게만 차를 팔아도 일정 규모를 유지하는 게 가능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실제 해마다 현대 노조의 파업이 끝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판매실적은 제자리로 돌아오곤 했다. 파업기간중 차를 인도받지 못했다고 소비자들이 불평해도 결국 현대차를 기다렸다가 사게 돼 있다는 강력한 믿음(?)이 노조의 힘이 된 것이다.
이런 현상은 올해라고 예외가 아니다. 현대 노조의 파업은 신형 아반떼 조립라인에서 가장 먼저 발생했다. 노조 입장에선 아반떼처럼 잘 팔리는 차일수록 파업을 벌이면 그 만큼 효과도 크다고 봤다는 게 회사측 설명이다. 회사가 받아들이기 어려운 요구조건을 노조가 먼저 내건 뒤 파업으로 기싸움을 건 셈이다. 덕분에 수 많은 구입자만 차를 받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여기저기에 하소연해봐야 공허한 메아리에 그칠 뿐이다. 사이버공간 곳곳에 현대차 불매운동을 벌이겠다는 댓글이 보이지만 노조는 이 또한 말 그대로 "말뿐"이라는 점을 잘 알고 있다. 한 마디로 소비자들을 별로 개의치 않는다는 얘기다.
소비자를 외면하는 기업은 망한다고 한다. 그러나 자동차는 예외인 것 같다. 파업 등으로 제 때 차를 받지 못해 속앓이를 하면서도 결국 다른 차로 바꿔 타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바로 규모가 경쟁력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현대 노조의 파업은 해마다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그래도 살 사람은 사게 돼 있으니 말이다. 주객이 전도돼도 한참 전도됐지만 시장점유율 변화가 없는 한 거대해지는 현대 노조의 힘을 회사가 막기에는 역부족일 수밖에 없다.
권용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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