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생차는 엔진, 차축 등 중고차의 핵심장치를 새로 바꿔 성능을 높이고 차 수명을 늘린 신차와 중고차의 중간 개념이다. 외관을 다른 형태로 바꾸는 것도 재생차에 포함된다.
독일 등 일부 나라의 경우 재생차업체는 신차메이커와 같은 생산업체로 인정받고, 원래의 엠블럼 대신 자체 상표를 달 수 있는 등 재생차사업이 활성화돼 있다. 필리핀의 명물로 서민들의 교통수단으로 자리잡은 ‘지프니’도 재생차다.
국내에서도 재생차사업이 전성기를 누리던 시기가 있었다. 한국전쟁이 끝난 뒤 군수용품인 트럭, 지프차 및 미군에서 불하받은 자동차를 전국에 흩어져 있던 운수업자나 정비업자들이 망치로 드럼통을 두드려 펴고 판금작업을 한 뒤 버스 또는 트럭으로 개조하는 재생자동차산업이 번창했다. 1955년 서울에서 정비업을 하던 최무성 씨가 드럼통과 지프차 엔진 및 변속기 등을 이용해 만든 첫 국산차 ‘시발’도 재생차에 해당한다.
시발이 사라진 이후 40년 가까이 잠자고 있던 재생차사업을 2000년 자동차전문 벤처기업인 C사가 다시 추진했다. C사는 용·부품을 대량 구입하고 자체 정비공장을 통해 중고차를 재생차로 만든다는 프로젝트를 구상했다. 또 전국 각지에 직영매장을 개설, 중고차 매매업체와 협력해 판매하고, 차체 및 일반부품은 3개월 또는 5,000km, 엔진 및 동력전달계통은 최고 2년6개월까지 무상보증수리를 할 방침이었다. 재생차 기술에 대해 ISO9000 인증과 독자 엠블럼 부착 계획까지 세웠다. 그러나 자금사정 등의 문제로 얼마 못가 사업을 접어야 했다. 재생차사업이 공식적으로 국내에서 사라진 것이다.
그러나 중고차시장에서는 재생차사업의 초기형태가 ‘상품화’라는 이름으로 뿌리내린 지 오래다. 부품 교환 등으로 판매용 중고차의 가치를 높이는 상품화는 지난해 2월 자동차관리법 시행규칙 개정으로 중고차 성능점검기록부 내용과 법적 처벌이 강화되면서 중고차시장에서 확산되고 있다. 매매사업자는 중고차를 팔 때 소비자에게 반드시 이 기록부를 교부해야 하는데, 종전까지는 형식적으로 점검이 이뤄지고 허위 발급도 많았으나 시행규칙 개정으로 기재내용이 실제 성능 및 상태와 다를 경우 매매사업자가 아닌 점검자가 모든 걸 책임지게 됐다.
이에 따라 매매사업자가 소비자에게 차를 넘기기 전 성능점검을 받다가 점검사항이 너무 많아 거래가 무산되는 일까지 생겼고, 판매 뒤 부품 고장 등으로 보상을 해주는 일도 자주 발생했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 중고차딜러들은 판매 전 상품가치를 높이는 데 더욱 신경쓰게 됐다. 그 전에는 협력 정비업체 등을 통해 세차나 광택을 하고 도어나 보닛 및 패널 등을 일부 교체하는 등 겉모양을 가꾸는 데 치중했으나 성능점검제도가 강화된 이후에는 부품 교환 등 보다 적극적인 상품화에 나서게 된 것이다.
올들어서는 상품화에서 한 단계 발전해 재생차에 더욱 가까워진, 아니 재생차라 불러도 무방한 자동차 리모델링이 등장했다. 자동차 리모델링은 중고차의 외관을 보기 좋게 만드는 건 물론 중고 및 새 부품 등을 이용해 성능도 신차에 버금가도록 바꿔주는 것이다. 언뜻 상품화와 비슷해 보이지만 상품화는 일부 문제있는 부품을 교체하는 수준에 머무르는 반면 리모델링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부품까지 교환해 성능을 향상시킨다는 데 차이가 있다. 또 상품화는 중고차딜러가 고객이지만 리모델링은 자동차를 소유한 일반인들이 주 고객이다. 판매를 원활히 하기 위해 무난함을 추구하는 상품화와 달리 리모델링은 차 소유자가 자신의 개성에 맞게 차를 개조하는 튜닝과도 결합될 수 있다.
리모델링 비용도 저렴하다. 리모델링업체는 자체 또는 협력 정비업체를 통해 일반 정비업체의 3분의 2 수준으로 자동차의 가치를 높인다. 리모델링사업은 경제적이며 환경친화적이기도 하다. 비교적 저렴한 비용으로 차의 성능과 가치를 상승시켜 소유자에게 이득을 줄 뿐 아니라 폐차주기를 늘리고 중고부품을 재활용해 환경을 보호해주기 때문이다. 정부와 수도권 지방자치단체들이 대기환경 개선을 위해 3,500억원이 넘는 국고와 지방비를 지원하며 낡은 디젤엔진을 새로 개발한 LPG엔진으로 개조해주는 배출가스저감사업도 넒은 의미에서 재생차사업에 포함한다.
앞으로 차 소유자들이 좋은 성능을 유지하면서 알뜰하게 운전하고 환경까지 개선할 수 있는 재생차사업이 다양한 형태로 등장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최기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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