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고형규 기자 = 에쓰오일 김선동 회장의 거취가 주목되고 있다. 에쓰오일이 자사주(28.4%) 매각 추진의 전제 조건으로 매입 주체에 절반의 경영권을 주겠다는 이른바 "공동 경영" 입장을 정리했기 때문에 매매 성사시 그의 거취에 변화가 생길 수 있어서다. 특히 그가 GS칼텍스 허동수 회장과 함께 정유업계를 대표하는 "롱 런" 에너지통으로 인정받아온 인사라는 점에서 업계의 관심이 적지 않은 편이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에쓰오일은 현재 최대주주인 사우디 아람코의 "견제와 균형" 경영을 위한 선택에 따라 김 회장과 함께 아람코 실세로 알려져있는 사미르 A. 투바이엡 CEO의 공동 대표이사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어떻게 보면 "옥상옥"처럼 보이는, 투톱 체제지만 유수의 외국기업에서는 흔한 체제로 "총감독(회장)-감독(CEO)"에 견줄 수 있다는 게 에쓰오일 측의 설명이다. 그러나 향후 에쓰오일 자사주 매각이 이뤄져 아람코와 새 파트너가 경영권을 공동 행사하면 이사회 구성 등에서 아람코와 새 파트너가 절반 씩의 권리를 갖게 되는 것과 맞물려 이런 투톱 인적 구성에도 변화가 생길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 변화라는 것은 아람코 측 대표이사 몫이 절반으로 줄어서 김 회장과 투바이엡 CEO 중 한 사람이 하차하는 수순으로 가지않겠느냐는 것이며, 그 경우 김 회장의 하차 가능성이 더 높지 않겠느냐는 가설과 연결돼 있다. 물론 김 회장의 전문 역량과 오랜 대표이사 경력 등이 감안돼 현 체제가 유지될 수 있다는 관측도 없지 않다. 실제 유공 출신의 김 회장은 아람코 측의 신임을 바탕으로 지난 1991년 이 회사 대표이사 사장에 취임한 이래 부회장, 회장 직급 상승과 더불어 지금까지 대표 자리를 지켜오고 있다. 승승장구 일로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김 회장은 2002년 주가조작 혐의로 기소된 이후 CEO직에서 물러난 뒤 자리를 현 CEO 전임인 알 아르나우트 대표이사에게 내준 바 있다.
91년 쌍용정유 재직 당시 아람코의 투자 유치를 성사시켜 오랜 CEO로서 사실상 전권을 갖고 현재의 에쓰오일을 만드는 데 주도적으로 역할한 그로서는 소회가 남달랐을 "장면"이었다. 그는 이어 아르나우트 전 CEO의 사망으로 바통을 이어받은 투바이엡 CEO와 함께 현 투톱 체제를 이끌고 있으나 이사회 의장으로만 역할하고 있어 과거의 "막강 파워"는 상당히 시들해졌다는 게 중론이다. 일상 경영이나 의사결정, 인사, 대외 활동 모두 지난해 10월 취임한 투바이엡 CEO가 전담하고 있고, 굵직한 의사결정과 관련해서도 김 회장은 그저 이사회의장으로서의 제한적 권한 밖에는 행사할 수 없기 때문에 이미 무게중심은 투바이엡 CEO에 쏠려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앞으로 아람코 측의 희망대로 "한국에서 에쓰오일의 지속적인 성장과 발전을 도모하기에 적합한 새 파트너에" 자사주가 팔리고, 이러한 새 파트너가 경영권 행사를 둘러싼 아람코 측과의 역학 관계와 변화 추동 등을 적극 고려할 것이라고 본다면 김 회장의 입지에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현재로서는 우세한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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