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자동차가 안개 속에 빠졌다. 갈 길은 멀지만 노조의 전면파업과 내수부진이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어서다.
노조가 벌이는 전면파업의 이유는 중국 상하이자동차가 약속을 지키지 않아서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지난해 1월 쌍용을 인수한 상하이자동차는 장쯔웨이 중국측 경영진을 앞세워 노조와 특별협약을 맺었다. 이 협약에는 모든 직원의 고용승계 및 노조활동 보장, 기존 노동조건 저하 금지, 생산능력 향상을 위한 국내 생산설비·판매·애프터서비스부품망 유지 확장·매년 일정 규모 이상의 투자 실시 등이 포함돼 있다. 그러나 장쯔웨이 부총재는 소진관 전 사장을 경질하고 중국 내 합작공장 설립을 위한 "S-100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등 특별합의서에 반하는 행보를 계속해 왔다는 게 노조측 주장이다.
상하이자동차는 또 중국에서 엔진 현지 공장을 준공해 기술이전을 시도하는 "L-프로젝트"를 추진, 노조의 반발을 샀다. 아울러 지난 7월에는 "경영 상 어려움"을 내세워 986명에 대해 희망퇴직을 논하자는 공문을 노조에 발송하기도 했다. 노조 입장에서 볼 때 중국 경영진의 이 같은 행보는 분명 특별협약을 지키지 않은 셈이다.
그렇다면 상하이자동차는 왜 약속을 지키지 않은 것일까. 가장 큰 이유는 완성차의 판매부진에서 찾을 수 있다. 상하이자동차는 당초 국내 판매를 기반으로 쌍용의 중국 진출길을 터놓으면 이 같은 계획이 충분히 달성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국내 판매가 부진했다. 게다가 중국 내 진출도 쉽지 않았다. 둘 중 하나만 제대로 풀려도 최악의 시나리오를 면할 수 있었으나 불행히도 두 가지 모두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우선 내수판매 악화는 경유값 인상이란 악재가 크게 작용했다. 여기에다 새로 출시한 카이런이 스타일에서 호감을 얻지 못하면서 무쏘에 비해 판매가 급락했다. 또 중국 진출은 준비가 채 되지 않았다. 완성차를 팔 수 있는 네트워크가 전혀 없었다. 상하이자동차는 쌍용을 인수한 후에야 비로소 판매망을 갖춰 나가기 시작했으나 이미 때는 한참 늦었다. 결국 현지 생산이 최종 대안으로 떠올랐고, 합작공장 설립을 위한 "S-프로젝트"가 진행됐으나 중국정부의 반대로 조립공장 설립이라는 "L-프로젝트"가 추진됐다. 제대로 풀린 일이 하나도 없었던 셈이다.
현재 쌍용 사태를 바라보는 사람들은 첫 단추가 잘못 꿰어졌다는 말을 하고 있다. 애초 쌍용의 주식을 처분할 때 자동차산업이라는 특수성을 감안했어야 함에도 조흥은행 등 채권단은 오로지 인수가격에만 관심을 가졌기 때문이다. 준비도 되지 않은 상하이자동차에 덥석 주식을 매각한 것부터가 잘못됐다는 지적이다. 금융회사야 물론 돈 많이 주면 그 이상 좋은 일이 없겠지만 자동차산업은 기간산업이라는 특수성이 있다는 점을 간과했다는 얘기다.
노조의 옥쇄파업은 분명한 이유가 있다. 그러나 파업으로 뾰족한 해결책이 나오기도 어렵다. 현재의 문제는 회사 전체의 구조적인 문제이지 특정 사안에 대한 개선이나 시정을 요구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1954년 하동환자동차로 시작해 1969년 신진자동차, 1981년 거화자동차, 1983년 동아자동차, 1986년 쌍용자동차로 이름을 바꾼 뒤 다시 대우자동차로 흡수됐다가 독립, 지금의 상하이자동차가 최대 주주로 등장할 때까지 쌍용의 역사는 질곡, 그 자체였다. 어쩌면 이번 진통도 오랜 기간 겪어 온 질곡의 또 다른 연장선인 지도 모르겠다.
권용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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