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테이트는 한국에 잘 안맞는 모델이다. 그 동안의 판매된 실적을 보면 이를 알 수 있다. 픽업과 에스테이트, 즉 왜건이 한국에서 성공했다는 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다. 언젠가 누군가는 깰 기록이겠지만 아직은 깨지지 않는 기록이다.
볼보는 에스테이트에 강한 브랜드다. 740 에스테이트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각진 스타일의 튼튼한 모습으로 세계시장에서 많은 사랑을 받았던 모델이다. 과거에만 그런 건 아니다. 눈을 돌려 일본을 보면 에스테이트에 강한 볼보의 위력을 실감한다. 해마다 2,500대 이상을 팔며 ‘에스테이트의 왕’으로 불리는 모델이 바로 V50이다. 변화와 진화를 거듭한 볼보의 에스테이트가 V50으로 우리 앞에 다시 찾아왔다. 에스테이트와 그리 친하지 않은 한국시장에, 에스테이트에 강한 볼보가 도전장을 내민 것이다. 도전장이라고는 하지만 틈새시장을 보고 조심스럽게 다가선다고 해야 좀 더 사실적이겠다. 그래서 도전장을 던지는게 아니라, 내미는 셈이다.
마침 시승차로 준비된 V50의 컬러가 정열적인 빨강이다. 채도가 높은 선명한 빨간색 차를 타는 데에는 용기가 필요하다. 우중충한 기분일 때 엔돌핀 팍팍 돌게 해줄 법한 빨간색 V50을 타고, 눈 딱 감고 달렸다.
▲디자인
정열적인 빨간색 V50은 참 매력적이다. 차 뒷부분까지 지붕선이 이어지는 왜건 스타일이 마치 등산 배낭을 짊어진 듯 하다. 어디로든 빨리 길을 떠나자고 재촉하는 모습이다. 화창한 주말 이렇게 멋있는 차를 주차장에 처박아두는 것 또한 못할 노릇이다.
옆모양을 보면 왜건이지만 미니밴이라고 해도 틀리지는 않겠다는 생각이 든다. 보닛 라인은 짧고 리어 오버행은 앞에 비해 길다. 실내를 최대한 확보하기 위한 배려다. 앞으로 바짝 나가서 공간을 확보했고, 오버행을 늘려 짐칸을 넉넉히 마련한 것. 그렇지만 차 길이는 약 4.5m로 그리 긴 편은 아니다. 크지 않은 몸을 최대한 활용했다고 보면 되겠다.
볼보 가문의 패밀리룩은 어김없이 이 차에도 적용됐다. 라디에이터 그릴의 볼보 문양이 그 것이다. 물론 이 밖에도 군데군데 볼보의 아이덴티티는 살아 있다.
문을 열고 운전석에 들어가면 깔금한 인테리어가 마치 신혼집에 들어온 느낌을 준다. 이 같은 분위기의 근원은 센터페시아다. 오디오와 공조 스위치 등이 자리잡은 센터페시아가 자동차가 아닌 가구처럼 디자인됐다. 차가운 은색 금속 소재로 얇은 기둥을 세운 듯이 배치해 예사롭지 않다. 왜건이 남성적 이미지를 풍기는데 인테리어는 여성스럽다.
볼보는 자동차메이커로는 유일하게 오디오를 자체 생산한다. 협력사에서 공급받는 게 아니다. 운전석에 앉아서 듣는 라디오와 CD 음질은 괜찮았다.
뒷좌석은 6대4로 분할해 접을 수 있다. 필요에 따라 여러 형태로 2열과 트렁크 공간을 연출할 수 있다. 트렁크 공간은 최대 1,307ℓ까지 만들 수 있다.
▲성능
시승차는 V50 2.4i로 직렬 5기통 2,435cc 엔진을 얹었다. 최고출력 170마력으로 SOHC 엔진이다. 해외에서는 2.4ℓ 140마력 엔진과 220마력의 2.5T 엔진이 라인업에 추가되고, 1.6과 2.0 디젤엔진이 있으나 한국에는 단 하나의 엔진만 있다.
SOHC 엔진이란 대목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이 차는 극도의 효율을 추구하는 고성능차와는 어느 정도 거리가 있다. 가속력 그래프 기울기가 완만하다. 킥다운을 하면 차체가 반응하고 속도를 높여나가기까지 차분하게 기다려야 한다. 기다릴줄 알아야 한다. 그러나 시속 180km를 어렵지 않게 넘길 수 있다. 그래도 고속보다 80~100km/h 영역에서 가장 안정감있게 움직인다.
극단적인 고속주행을 하기는 부담스럽지만 시속 100km~150km 사이에서 달리는 맛은 아주 재미있다. 엔진 반응도 민감한 편으로, 오른 발의 미묘한 움직임에 차체가 제대로 반응한다. 롱 스트로크 엔진이지만 스프린터처럼 바쁘게 반응한다. 3,000~5,000rpm을 적극 이용해 밀어붙이면 엔진소리와 속도를 더해가면서 세지는 바람소리가 짜릿한 긴장을 즐기게 해준다.
왜건은 둘만 탔을 때보다 서너 명이 탔을 때 더 묘미가 있다. 차의 묵직함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것이다. 둘이나 혼자만 타고 다니면 어딘지 가볍게 느껴질 때가 있다. 짐을 실을 때도 그렇다. 에스테이트의 뒷서스펜션은 어느 정도 짐을 실어도 충분히 견딜 수 있게 세단보다 강하게 세팅하는 게 정석이다. 그러다보니 세단처럼 한두 명만 타고 짐도 없이 돌아다니면 안정감이 조금 떨어진다고 느낄 수도 있다.
딱딱한 서스펜션이어서 그런 지 코너에 강했다. 심한 코너에서도 하체는 부담없이 차의 무게를 지탱한다.
5기통 엔진이 부지런히 차를 움직인다. 변속감은 매우 부드럽다. 신경써서 확인하지 않으면 변속이 되는 지 안되는 지 무심해진다.
▲경제성
볼보는 올해 작심하고 가격을 낮췄다. 볼보는 폭스바겐 등과 더불어 수입차가격을 낮추는 데 한 몫하고 있다. 이 차늬 판매가격은 3,744만원. 선택의 여지는 없다. 국내에서 볼보 V50은 3,744만원이다. 다른 모델도 없고, 따라서 다른 가격도 없다. 매력있는 차가 가격까지 저렴하니 사람들이 계산기 한 번씩은 두들겨 보게 된다. 이 정도면 국산 SUV 사느니 이 차를 사는 게 더 낫지 않을까. 선택과 고민은 소비자의 몫이다. 아예 처음부터 고민을 포기하면 별문제 없겠지만 한 번 고민을 시작한 사람이라면 그 고민을 접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차를 실제 구매할 계획이 있는 사람이라면 생각할수록 매력있는 제안이 아닐 수 없기 때문이다. 어쩌면 차를 사기 위해 고민하는 그 과정이야말로 가장 행복한 순간일 것이다.
시승 / 오종훈 기자 ojh@autotimes.co.kr
사진 / 권윤경 기자 kwon@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