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라배마=연합뉴스) 박노황 특파원= 미국 남부 앨라배마주의 인구 20만의 소도시 몽고메리 카운티에 세계 7위의 현대차 공장이 들어선 지 1년 3개월.
몽고메리 공항 입국장에서 바로 눈에 띄는 "소나타와 산타페의 고향"(Home of Sonata and Santafe) 이라는 대형 광고판, 출국장에 전시된 소나타 승용차 모델, 공장 입구의 "현대 블루바드" 거리, 2백명에서 1천명 정도로 크게 늘어난 한국인, 새로 문을 연 4개의 한국 식당, "안녕하세요"하고 한국말로 인사하는 호텔 및 음식점 종업원 등은 현대차 공장 입주와 함께 생겨난 가시적인 변화다.
도심에서 멀리 떨어진 270만평 부지에 자리 잡은 현대차 공장은 외관상으로는 한적한 느낌이었지만 내부적으로는 앨라배마에 자리 잡은 독일의 벤츠, 일본의 혼다 등 선발 주자들을 추월하려는 뚜렷한 목표 아래 한치도 빈틈없이 돌아가고 있었다. 49초당 1대의 차를 만들어 내기 위해 최신식 설비가 24시간 가동되고 있고, 근로자들의 표정은 밝고 진지했다. 촬영이 금지된 공장 내부에는 "품질이 현대의 길"(The Quality is the Hyundai Way)이라는 구호가 큼지막하게 걸려있다. 최근 자동차 평가회사인 JD 파워의 고객 만족도에서 포르쉐, 렉서스에 이어 3위를 차지하는 등 괄목할 성장을 보인 현대차의 자신감을 내보인 것이다.
중국, 인도, 터키, 러시아 등 현대차의 다른 해외 공장과는 달리 이 곳은 흑인, 백인, 히스패닉 등 다양한 인종이 섞여 있어 이들의 모습을 바라보는 것 만으로도 "잘 어울려 일할 수 있을까"하는 호기심을 자아내게 했다.
몽고메리는 남북 전쟁전 연방을 탈퇴한 남부 연맹의 수도였던 보수적인 백인 지배의 사회였다. 특히 버스에서 백인에게 자리 양보를 거부했던 고 로자 팍스 여사의 저항을 계기로 1950-1960년대 흑인 민권운동을 촉발한 본거지였을 정도로 이 곳의 흑백 인종간 긴장은 유서가 깊다. 또 흑인들은 몽고메리 시내에서, 백인들은 범죄 등을 우려해 시내와 떨어진 근교에서 거주하는 이른바 미국 도시 특유의 "도심 흑인, 근교 백인"(Inner Black,Outer White)의 양극화 현상도 상존하고 있다. 그러나 적어도 현대차 공장의 근로자들 사이에서는 인종간 긴장감을 전혀 찾아 볼 수 없었다. 같은 작업 라인에서 여러 인종이 자연스럽게 조립, 검사 작업도 하고 공장밖에 함께 모여 담배를 피우며 담소를 나누는 모습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이 곳 근로자 3천여명 가운데 흑인이 58%로 가장 많다.
앨라배마 공장의 김병관 (경영지원 담당)상무는 "공장을 세울 때 부터 미국의 특성상 다양한 인종이 한데 어울려 조화롭게 일하도록 해야 한다는 원칙 아래 모두가 현대차의 소속원이라는 의식을 갖도록 노력해 왔다"고 말했다.
공장측은 이를 위해 고용자, 피고용자라는 말 대신에 노사 모두가 한 조직원이라는 뜻으로 "팀 멤버스"(Team Members)라는 용어를 쓰고 있으며, 모든 사람이 직급 없이 이름으로만 호칭하게 했다.
홍보 담당인 케리 크리스토퍼는 "현대차에 입사하면 모든 사람들은 서로 피부색은 달라도 잘 어울릴 수 있도록 다양성 훈련을 받는다"면서 "앨라배마 내 다른 공장들과는 달리 이 곳에서는 인종간 긴장이 없다"고 말했다.
현대차 공장은 몽고메리 주민들과도 잘 어울리며 민간 외교 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다. 지난해 5월 문을 연 이래 지금까지 공장을 견학한 주민은 매주 5백명씩 4만여명에 이른다. 주민들이 트램카를 타고 공장 곳곳의 첨단 시설들을 둘러 보는 동안 근로자들은 손을 흔들며 반갑게 맞이한다.
최근 이 곳을 방문한 주민 메리 호로위츠는 지난 주 "공장이 너무 깨끗해서 놀랐다"면서 "현대차는 몽고메리의 보물"이라며 감사 편지를 보내오기도 했다.
홍보 법규 담당인 김인철 차장은 "직원 모두가 매사에 성심성의껏 일하는 자세를 보일 때 현대차는 물론 한국에 대한 인식도 그 만큼 달라지지 않겠느냐"면서 "한국의 기업을 대표한다는 책임감과 긍지로 어떤 어려움도 이겨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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