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란트라가 국내에 처음 등장했을 때 TV에 방영됐던 CF를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속도 무제한의 아우토반을 질주하던 엘란트라 운전자가 포르쉐를 추월하는 장면을 기억할 것이다. 광고만 보자면 물론 과장이 있으나 어쨌든 현대자동차로선 엘란트라의 성능을 부각, 소비자들의 시선을 끌어들이는 데 꽤나 성공했다.
지난 90년, 국내에 중형차와 거의 같다는 의미의 준중형 승용차로 등장한 엘란트라는 93년 부분변경을 거친 후 95년 아반떼로 이어진다. 아반떼는 당시 그릴을 없앤 앞모습과 고양이 눈을 형상화한 날카로운 이미지로 각광받았다. 이를 두고 디자인의 후퇴와 진보를 놓고 논쟁이 벌어지기도 했지만 아반떼는 엘란트라에 이어 또 한 번 대박차종의 반열에 오르며 주목받았다. 물론 95년 등장한 1.8 왜건형 투어링은 빛을 보지 못했으나 98년 모든 게 바뀌었다는 의미의 ‘올 뉴(All-New)" 아반떼로 명성을 이어갔다. 이어 2,000년 아반떼XD가 등장했고, 2006년 아반떼로 그 맥이 이어졌다.
아반떼의 인기비결은 무엇보다 무난함이었다. 여기에 경제성도 더해졌다. 중형차를 타기에는 부담스럽지만 중형차같은 느낌을 받을 수 있고, 중형차보다 배기량이 작아 연료효율이 높았다. 또 한 가지는 현대의 제품전략이었다. 현대는 아반떼와 같은 준중형차가 지녀야 할 중요한 항목이 바로 공간이라는 점을 간과하지 않았다. 중형차보다는 작지만 실내공간을 최대한 키워 중형차같은 느낌을 충분히 누리도록 했던 것.
이 같은 3박자는 제대로 맞아떨어졌다. 1세대 엘란트라 97만대, 2세대 아반떼 112만대, 3세대 아반떼XD 185만 대 등 총 404만대가 판매됐으니 아반떼가 가히 대한민국의 표준형 자동차라 해도 과언은 아니다. 기아자동차가 세피아와 스펙트라, 쎄라토 등으로 맞섰고, GM대우자동차가 누비라와 라세티 등을 내놓으며 도전했으나 아반떼의 견고함을 뚫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현대는 4세대 아반떼도 이전과 마찬가지로 국내에서 별 어려움없이 독주할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아반떼 브랜드 프리미엄이 엄연히 존재하는 데다 상품성을 더욱 높였고, 스타일도 새롭게 바꾼 게 독주의 원동력이라는 설명이다. 실제 지난 8월 판매실적이 거의 1만대에 육박하면서 이 같은 자신감이 근거가 없지 않다는 걸 보여줬다.
▲스타일
역시 무난하다. 공격적이거나 반항하지 않는 스타일이다. 현대 관계자에 따르면 원래 4세대 아반떼 스타일의 컨셉트는 "땅콩"이었다. 앞과 뒤는 볼륨감을 넣어 둥글게 처리하고, 옆은 다소 들어간 곡선미를 강조하는 그림이었다는 것. 그러나 지나치게 파격적인 스타일은 아반떼의 브랜드 프리미엄에 영향을 줄 수 있고, 허리가 잘록하게 들어가면 실내공간이 축소될 수 있어 전면 수정했다고 한다. 옆에 물 흐르듯 곡선으로 그어진 캐릭터라인이 바로 땅콩 스타일의 흔적이라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실제 옆에서 캐릭터 라인을 보고 있으면 껍질을 벗기지 않은 땅콩의 선(線)과 매우 유사하다. 펜더 부분은 높고 가운데로 올수록 선이 낮아졌다가 다시 뒤로 갈수록 높아지는 모양이 인상적이다. 그러나 개성은 없어 보인다. 직선 위주의 강렬한 캐릭터라인이 더 어울리지 않을까 싶다.
앞모양은 곡선의 4등식 헤드 램프가 갖춰져 날렵함을 풍긴다. 라디에이터 그릴은 이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아 헤드 램프의 강렬함을 오히려 약화시킨다. 뒷모양은 트렁크리드의 위치가 높고, 좌우로 넓게 퍼지는 와이드 타입의 리어 램프 트렌드를 따랐다. 실제 다소 뭉툭해 보이던 이전과는 분위기가 확연히 다르다. 분명 아반떼XD에 비해 세련미가 넘친다.
아반떼의 가장 매력적인 부분은 바로 인테리어가 아닐까 싶다. 우선 스티어링 휠의 감촉이 좋다. 스티어링 휠에 부착된 각종 오디오 리모컨 스위치류의 배열은 잘 정리돼 있다. 계기판의 속도계 아래 주행거리 등을 알려주는 트립이 디지털로 표시된다. 센터페시아는 운전석쪽으로 약간 기울어져 있어 조작이 쉽도록 했다. 그 상단에는 오디오가 간결하게 자리하고, 양 옆으로 덕트가 세로 형태로 놓여 있다. 오디오 아래에는 이색적인 누드 타입의 공조장치 버튼이 있다. 누드 타입 버튼 덕분인지 계기판 조명을 켜면 블루톤의 실내 색상이 은은하게 느껴진다. 벤츠 C클래스와 렉서스 IS300에도 적용된 색상이다.
원색 계열이 준중형급 계기판 조명으로 채택됐다는 점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사실 원색 계열의 계기판 조명은 그 동안 국산 승용차에서 별로 쓰이지 않았다. 원색 자체를 싫어하는 소비자들이 많아서다. 그러나 아반떼가 젊은 층을 겨냥하고 있고, 최근 젊은 층이 원색에 익숙해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제 적어도 준중형급에서 계기판 조명색상의 중요성이 점차 커질 것 같다. 버튼류의 조작감도 만족할 만한 수준이다. 전반적으로 감성품질이 많이 개선됐음을 느낄 수 있다.
▲성능
시승차는 1.6 감마엔진을 얹은 S16 AT. 최고출력은 121마력, 최대토크는 15.6㎏·m로 국산 준중형급에선 비교적 힘이 좋은 편이다. 여기에 4단 자동변속기가 조합됐다.
출발을 위해 가속 페달에 발을 올렸다. 페달을 밟자 가뿐하게 치고 나가는 맛이 느껴진다. 그러나 1,600cc라는 한계를 넘을 수는 없다. 정지 상태에서 가속 페달을 끝까지 밟으면 속도가 올라가면서 약간의 엔진 부밍(booming)이 발생한다. 예전 아반떼에 비하면 크게 줄기는 했다. 현대가 아반떼의 소음 정도를 토요타 코롤라보다 우수하다고 강조한 게 근거없는 주장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핸들은 무척 가볍다. 속도가 올라가도 별로 무거워지지 않는다. 국내 소비자들이 가벼운 핸들을 좋아한다고는 하나 지나치게 가볍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물론 여성 운전자라면 반길 만한 일이다. 어차피 자동차라는 게 어느 한 쪽이 좋으면 반대쪽은 손해를 보기 마련이다.
승차감은 역시 무난하다. 부드러움보다는 약간의 단단함에 가깝다. 사견을 전제로 하지만 아반떼와 같은 준중형차가 나아가야 할 길은 결국 역동성과 단단함이 아닐까 싶다. 실제 현대 기술연구소 관계자가 아반떼에 관해 다음과 같은 말을 한 적이 있다. "준중형차가 궁극적으로 추구해야 할 대상은 BMW 3시리즈"라고. 아직은 비교조차 하기 어렵지만 그 만큼 준중형급은 이제 역동성에 주안점을 두고 개발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런 점에서 봤을 때 역동적인 아반떼를 즐기려면 143마력의 2.0 베타II 엔진을 선택해야 하지만 세금 면에서 불리하니 어쩔 수 없다. 그나마 과거 준중형급이 1,500cc에서 1,600cc로 100cc 상향된 것에 고마워할 따름이다.
코너링 때 시트가 몸을 감싸주는 기능이 아직은 떨어진다. 좀 더 몸을 많이 감싸는 버킷 타입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반면 제동할 때 쏠림현상은 매우 적다. 앞 서스펜션의 기울기 때문이다. 서스펜션을 운전석쪽으로 보다 많이 기울여 뒤에서 밀려오는 힘을 최대한 많이 흡수하도록 했다.
▲경제성
S16 AT의 공인 연료효율은 ℓ당 13.8㎞다. 아반떼XD에 비해 ℓ당 1.5㎞를 더 갈 수 있는 셈. 무게가 가벼워져서다. 아반떼XD가 1,220㎏인 데 반해 아반떼는 1,191㎏이다. 무려 29㎏을 줄였다. 여기에다 아반떼XD에 비해 길이는 줄었으나 휠베이스 및 폭과 높이를 늘려 실내공간을 넓혔다. 자동차에 있어 가장 기본과제인 무게감소와 공간확대를 동시에 실현한 셈이다. 물론 이 같은 장점을 누리려면 돈을 더 내야 한다. 현대는 아반떼의 가격을 구형 대비 최저 15만원에서 최대 113만원 인상했다. 특히 주력 판매차종인 S16 럭셔리 AT는 1,495만원으로, 구형 1.6 골드 기본형 AT에 비해 92만원 가량 비싸졌다.
신형이 구형보다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는 이유로 회사측은 신형의 폭과 높이가 각각 50mm와 55mm 늘어나 거주공간 등이 넓어졌다는 점을 들었다. 이 부분을 30만원의 인상가치로 평가했다. 이어 엔진부문에선 연료효율이 구형 대비 ℓ당 1.5km 우수한 점을 60만원의 가치로, 출력과 토크가 각각 11마력 및 0.8kg·m 올라간 걸 25만원으로 책정했다. 엔진부문에서만 85만원의 가치가 향상됐다고 본 셈이다. 충돌안전성면에선 정면충돌의 경우 동등 수준이지만 측면충돌은 별 5개로 구형(별 4개)에 비해 좋아졌다는 점이 20만원의 가치로 매겼다. 운전편의성 및 알루미늄 엔진블록과 타이밍 체인, 기타 AUX 단자와 트렁크 비상탈출장치 등 13개 품목 가치가 우세한 점은 50만원으로 봤다. 이에 따라 구형에 비해 전체적으로 185만원의 상품가치가 더해졌지만 차값은 92만원 인상에 그쳤다는 설명이다.
시승 / 권용주 기자 soo4195@autotimes.co.kr
사진 / 권윤경 기자 kwon@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