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발길 잡는 눈빛을 돌아보라

입력 2006년09월08일 00시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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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느껴지는 시선이 있다. 걸음 멈추고 휘휘 주변을 둘러보지만 아무도 없다. 그런데도 무엇일까, 알 수 없는 이 부드러운 눈빛은?



바로 파주시 광탄면 용미리 장지산 기슭에 서 있는 거대한 쌍미륵불의 눈길이다. 우거진 숲에 가려 그 모습을 금방 찾아낼 순 없지만 미륵불의 부드러운 눈빛은 주변을 지나는 사람들의 발길을 잡는다.



좀 가파르긴 하지만 자동차가 들어갈 수 있는 산길 언덕을 조금 오르면 우거진 소나무숲 사이에 아담한 절집이 보인다. 그 곳에서 왼쪽으로 연결된 계단을 조금 올라가면 거대한 모습으로 우뚝 솟은 쌍미륵불이 나온다. 천연 암벽에 새겨진 두 석불 입상은 키가 무려 17.4m나 되고 얼굴 크기만 2m가 훨씬 넘는데, 우람한 그 모습이 보는 이를 압도한다. 넓은 암벽을 몸체로 삼아 그 위에 목과 머리, 갓을 따로 얹어놓은 불상이다.



그런데 처음엔 웅장한 크기 때문에 다소 위압적인 느낌이 들지만 찬찬히 쌍미륵불을 바라보다 보면 저도 몰래 빙그레 미소짓게 된다. 크기에 비해 신체 비율이 자연스럽지 못하고 서투른 조각수법이 오히려 친근감을 준다. 4각형의 각진 얼굴에 가늘고 긴 눈, 큰 코, 꾹 다문 입도 그러하거니와 특히 큰 얼굴 위에 멋없이 쓴 네모난 갓과 합장한 손은 마치 벙어리장갑을 낀 듯하다.



확실한 조성연대는 알 수 없지만 논산 관촉사의 은진미륵과 함께 고려시대를 대표하는 불상으로 추정되는 이 쌍미륵불에는 고려 선종과 그의 후궁인 원신궁주가 아들을 낳기 위해 만들었다는 전설이 내려온다.

용암사 경내.


이야기에 따르면 고려 13대 선종이 정비와 후궁에게서 모두 자식을 얻지 못해 걱정하던 중 후궁인 원신궁주가 어느 날 밤 꿈을 꾸었다. 꿈에 두 도승이 나타나 “우리는 장지산에서 온 사람들인데 먹을 양식이 없어 곤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꿈에서 깨어난 후궁은 이를 이상하게 여겨 왕에게 고하자 왕은 곧 사람을 그곳에 보내 알아보니 두 개의 커다란 바위가 솟아 있었다. 왕은 그 곳에 두 도승을 새기게 하고 사찰을 지어 불공을 드렸는데 그해에 바로 왕자 한산후(漢山候)가 탄생했다고 한다. 이런 전설로 인해 쌍미륵불에는 지금도 아이없는 여인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는다고 한다.



쌍미륵불 아래에 자리잡은 용암사는 최근 새로 지어진 절집이다. 원래 이 곳에 있던 절은 화재로 소실돼 몇 년 전 새로 지어졌다. 그리 크지 않은 절이나 보물로 지정된 쌍미륵불(보물 93호)을 관리하는 절로, 앞뜰에 봉덕사종을 본 딴 범종이 범종각에 안치돼 있다.



용미리 쌍미륵불 근처에는 고려 때 여진족을 무찌르고 국위를 떨친 윤관 장군의 묘와 신라 고찰 보광사가 있어 다양한 나들이를 즐길 수 있다.



*가는 요령

용암사 진입로.
서울 구파발 3거리에서 1번 국도인 통일로를 따라 달리다가 국도 39번을 타고 의정부 방향으로 접어든다. 벽제 3거리에서 좌회전해 3km 가면 용암사와 보광사로 나뉘는 갈림길이 나온다. 다시 좌회전해 311번 지방도를 타고 5km 가면 오른쪽 산자락에 용미리 석불입상이 보인다.



*맛집

쌍미륵불이 있는 용암사 입구엔 마땅한 식당이 없지만 보광사 주변엔 인근 고령산 자락에서 채취한 산채를 내놓는 음식점과 토종닭 등을 파는 식당이 많이 있다.



이준애(여행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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