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주간 점등제도에 대한 논의가 한창이다. 이 제도를 시행하면 5~40%까지 교통사고가 줄어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조등 켜기 운동을 시작한 곳은 1960년 미국 텍사스였다. 이후 72년 핀란드, 77년 스웨덴, 85년 노르웨이 등 북위 65도 이상의 국가로 확산됐다. 나중엔 위도가 내려오면서 캐나다, 덴마크, 폴란드 등도 의무화했다. 미국, 호주, 영국 등은 주간 전조등 켜기를 권장하고 있고, 중국과 일본 및 이스라엘 등은 의무화 채택을 검토중이다.
이들 국가가 채택한 주간 점등제도는 우리가 생각하는 일반 전조등을 켜는 방법이 아니라 별도의‘주간 주행등(DRL ; Daytime Running Light)"을 일컫는다. 주간 주행등은 일반 전조등보다 광도가 낮으며, 설치방법도 다양하다. 일반 전조등을 감광해 사용하거나 안개등이나 비상등에 함께 설치한다. 처음부터 별도로 전용 주행등을 달기도 한다. 주로 전조등을 감광하거나 전용 주행등을 다는 방법이 선호된다.
국내에서도 4년 전부터 제도 도입 가능성을 검토했고, 시범적으로 실시해 좋은 결과를 얻기도 했다. 2002년 하반기에 3개월동안 전국버스공제조합에서 사업용 버스를 대상으로 실시한 결과 교통사고는 4.4%, 사망자 수는 81명에서 69명으로 15% 줄었다. 한국도로공사 남원지사가 88 올림픽고속도로에서 2002년 하반기 시행한 결과 교통사고가 40%나 감소하기도 했다. 특히 일반 사업용 버스에서 효과가 좋아 현재 고속도로를 다니는 버스의 경우 주간 점등제를 시행, 만족스런 결과를 얻고 있다. 그러나 일반 승용차는 몇 년 전 캠페인을 벌이면서 주간 점등의 활성화를 촉구했으나 현재는 주간 점등을 하는 자동차가 거의 없을 정도다.
얼마 전 국회도서관에서 개최된 자동차 주간 점등제 공청회는 다시 한 번 이 제도의 필요성을 강조한 계기가 됐다. 이 제도에 대한 주제발표를 한 필자로서는 이 제도의 장단점 및 대안을 모색하는 자리였다. 주된 관심사는 교통사고 감소효과였다. 제도 시행국가는 위도가 우리보다 매우 높아 밤이 길고 낮이 짧은 특성과 함께 안개와 흐린 날 등 주간 점등의 효과를 크게 볼 수 있는 반면 우리나라는 4계절이 뚜렷하고 낮이 길어 주간 점등의 효과가 반감된다는 것이다.
주간 점등제의 장점은 교통사고 감소효과가 커 사망자 및 부상자 수를 줄일 수 있다는 점이다. 또 터널 등 어두운 곳에서의 적응시간 등을 단축시켜 안전운전에 도움을 주며 타 운전자나 보행자에게 자동차의 움직임을 쉽게 전달할 수 있다. 반면 연료소비량 및 유해 배기가스가 많이 배출되고 전구, 배터리 등 관련 부품의 수명이 단축되며 다른 운전자에게 눈부심을 주어 안전운전에 방해가 된다는 단점도 있다. 주차 시 미등을 끄는 걸 잊어 배터리가 방전될 수 있는 우려도 있다.
OECD 국가 중 교통사고율이 가장 높은 나라 중 하나인 우리나라의 경우 각종 교통관련 제도 및 인프라 구축을 비롯해 다양한 홍보 및 캠페인활동을 벌이고 있으나 생각 외로 교통사고율이 낮아지지 않고 있다. 인프라 구축을 위한 예산도 부족하다. 이런 상황에서 자동차 주간 점등제도는 대안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가장 큰 문제는 국민의 공감대 형성이다. 일몰 전후의 전조등 켜기 실태 조사에서도 평균 40% 이상이 미등을 켜지 않는 상황에서 대낮의 전조등 켜기는 너무 빠르지 않은가 하는 것이다. 흐리고, 안개 끼거나, 비가 오는 날에는 반드시 전조등을 켜는 습관을 생활화하고, 이의 실행을 위한 적극적인 캠페인활동은 더욱 효과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이 때 주간 점등제도를 도입할 경우 자연스럽게 수용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등록된 약 1,600만대의 자동차가 주간 점등제를 시행할 경우 에너지소모율이 약 2.6% 증가하고 유해 배기가스는 7.9% 늘어나 연간 1조5,000억원의 비용이 낭비된다고 한다. 반대로 주간 점등제를 도입하면 10%의 교통사고 감소효과를 얻어 수백 명의 목숨을 구할 수 있다. 한 명, 한 명의 생명을 구한다면 돈과는 비교할 수 없을 것이다. 따라서 이 제도 시행에는 국민의 공감대 형성이 관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