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차 판매가 급증하고 있다. 지난 1~8월 승용차시장 내 점유율만 4.4%다. 올초 한 때는 점유율이 4.9%에 이른 적도 있다. 내년에는 5%를 무난히 넘길 것으로 보인다. 사정이 여기에 이르자 그 동안 수입차를 다른 세계로 여겨 왔던 국산차업체들이 수입차와의 경쟁을 선포하고 나섰다. 이대로 앉아 시장을 내줄 수 없다는 위기감이 작용한 결과다.
국산차업계에선 일부 소비자를 초청, 수입차와 공개적으로 비교시승 등을 통해 국산차의 품질이나 성능이 결코 수입차에 뒤지지 않는다는 점을 확인시키고 있다. 특히 미국 등지에서 일본 브랜드와 어깨를 견주고 있다는 점을 들어 국내 소비자들이 수입차에 관심을 덜 갖도록 애쓰고 있다. 여기에다 수입차에 버금가는 프리미엄 제품으로 거센 공략을 막아내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이 같은 의지는 내달초 가시화된다. 현대는 V6 3.0ℓ 디젤엔진을 얹은 최고급 SUV 베라크루즈를 출시한다. 베라크루즈는 현대 프리미엄 제품 성공 가능성을 확인할 모델이다. 현대는 이 차를 시작으로 향후 BH 등의 프리미엄 제품을 후속타로 선보여 고급차시장에 확고히 진입하겠다는 전략이다. 현대가 베라크루즈의 경쟁차로 렉서스 RX를 거론한 것도 그래서다. 적어도 렉서스와 견줘 상품성에선 밀리지 않는다는 게 현대측 계산이다. 물론 브랜드 이미지에서 렉서스를 앞설 수는 없으나 "안마당"이란 점을 감안해 일본차의 판매상승폭은 어느 정도 둔화시킬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사실 현대가 이 처럼 수입차에 신경쓰는 이유는 수입차의 시장점유율 확대가 곧 현대의 점유율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특히 중·대형 고급차시장에서 수입차의 기세가 거세지면서 그에 따른 부담은 고스란히 현대에 몰리고 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혼다가 한국에 진출했을 때 혼다 약진을 방어하기 위해 어코드와 쏘나타의 비교시승 등을 공개적으로 진행했다는 점은 현대가 수입차에 적지 않은 신경을 쓰고 있다는 걸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그러나 수입차 폭풍을 막아내기에는 이 것만으로는 역부족이다. 상품성은 그렇다치더라도 소비자들의 호기심마저 묶어둘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근래들어 수입차가 늘어나는 건 수입차업체의 중저가 판매차종 출시에도 이유가 있겠으나 무엇보다 수입차에 대한 국내 소비자들의 호기심이 적지 않다는 게 크게 작용한다. 언젠가 한 번은 타고 싶었으나 그 동안 경제적 여력이 없어서 또는 외부 시선을 의식해 구입하지 않았던 사람들이 대거 수입차로 몰리면서 시장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국산차업계라고 이를 모르는 건 아니다. 그러나 관세장벽에도 불구하고 수입차 판매가 늘자 정면돌파라는 강공을 택했다. 소비자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수입차의 경우 국내 판매가격에 비해 상품성이 뛰어난 게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는 셈이다. 비슷한 차종과 직접적인 비교시승을 택한 것도 결국 상품성에 승부를 걸 수밖에 없다고 인식해서다. 국산차업계로선 더 이상 애국심 등에 호소해봐야 효과가 없다고 판단한 것도 직접적인 경쟁에 불을 지핀 배경이 됐다.
국산차의 상품성 향상과 수입차의 가격하락이 서로 맞물리면서 서로 소비자들의 손길을 잡아 끄는 형국이다. 향후 국산차와 수입차의 판매경쟁이 어떤 양상을 띨 지 구경하는 것도 꽤 흥미로운 일이 될 것 같다.
권용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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