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이미지는 첫 눈에 80%가 결정된다는 말이 있다. 사랑하는 상대를 80% 이상의 첫 호감 때문에 선택했을 수도 있고, 친구도 마찬가지다. 인간관계뿐 아니라 물건을 살 때도 첫 느낌은 큰 비중을 차지한다. 가령 백화점에 물건을 사러 갈 때 구입계획이 없던 물품에 이끌려 오히려 다른 물건을 사기도 하고, 차를 타고 지나다가 멋진 매장에 전시된 벤츠를 보고 바로 계약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필자도 그런 경험을 한두 번 한 게 아니다. 그러나 필자를 더 괴롭히는건 물건을 사러 갈 때마다 고민만 하다 진이 빠져 아무 것도 사지 못한 채 돌아오는 경우였다. 그럴 때마다 정말 허탈해진다. 그러나 페라리 512TR이라면 전혀 구입하는 데 고민하지 않을 것이다. 이것저것 잴 것도 없이 첫 눈에 100%로 감흥을 이끌어낸 차여서다.
"붉은 머릿결"이라는 뜻의 테스타로사 후속모델인 512TR(1991~1994)은 전반적으로 강인한 선 속에 부드러운 터치가 조화를 이뤄 매우 아름다운 차다. 512TR의 뜻은 5.0ℓ 엔진에 V12 그리고 "TestaRossa"의 약어가 합쳐졌다. 421마력에 35.0kg·m의 토크로 시속 100km까지 가속시간이 4.7초다. 최고시속은 314km에 이른다.
앞램프는 시대흐름에 걸맞게 팝업식이라 깔끔하고 정갈한 이미지다. 특히 테스타로사로부터 물려받은 머릿결 라인의 기교에서 흘러나온 선이 후미를 매우 강인한 장군의 인상으로 남기는 게 정말 멋지다. 딱딱해 보이는 실내는 대부분 가죽으로 덮고 있어 투박스러움을 품격으로 대변한다.
무겁고 거친 클러치와 운전대 그리고 "툭툭" 들어가는 기어와 "쿵쿵"거리는 변속충격 , 딱딱한 승차감과 뒤에서 흘러나오는 거친 숨소리…. 그 안에 있는 이탈리안 멋쟁이…. 너무나 환상적이지 않은가?
이준우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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