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사트 TDI, 연애보다는 결혼상대

입력 2006년10월07일 00시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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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차시장에서 디젤차의 선전이 눈부시다. 수입 디젤차는 전체 수입차시장의 10%를 넘볼 정도로 급성장했다. 승용차가 디젤엔진을 얹었다면 이상해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승용차는 당연히 휘발유엔진이고 디젤엔진은 트럭이나 버스, 잘 해야 SUV에 쓰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불과 2~3년 전만 해도 그랬다. 그러나 이제는 아니다. 디젤 승용차가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자리잡고, 사람들에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시장의 수요가 있고, 메이커들이 좋은 상품을 다양하게 공급하고 있어서다. 폭스바겐은 국내 수입차시장에 중요한 디젤 세단 공급자 중 하나다. 폭스바겐코리아가 파는 자동차 4대 중 1대는 디젤차다. 그 중 하나, 파사트 TDI를 시승했다.

▲디자인
터보 디젤 인젝션(TDI) 엔진을 올렸을 뿐 파사트의 모양은 그대로다. 빼어난 화려함이나 한눈에 눈길을 확 잡아끄는 곳은 없으나 잔잔한 외모에 기능적인 레이아웃이 깊은 장맛처럼, 볼수록 끌리는 은근한 매력이 있는 차다. 대부분 폭스바겐 디자인이 이렇다. 자극적이지 않고 깊은 멋을 풍긴다. 몇 년을 두고 함께 다녀야 하는 차라면 이런 차라야 하지 않을까. 연애상대와 결혼상대가 다르다면 파사트는 결혼상대에 가깝다고 할 수 있겠다.

인테리어도 마찬가지다. 운전석 주변에 잔뜩 늘어놓은 버튼들이 처음에는 어지럽게 느껴질 지 모르지만 어느 정도 적응하면 사용하기 편하게 잘 배치됐음을 알게 된다. 두 번 세 번 조작하지 않고 한 번 조작으로 원하는 기능을 작동시킬 수 있다.

내비게이션 기능이 생략된 게 아쉽다. 대신 경쟁력있는 가격을 제시하고 있어 아쉬움을 달랜다. 이제 수입차시장에서 내비게이션 기능을 제공하지 않는 업체는 몇 안된다. 폭스바겐도 그 중 하나다. 조만간 개선할 것이라고 하니 기대해 본다.

공간은 아쉽지 않다. 뒷좌석에도 편하게 앉을 수 있다.

변속 레버를 둘러싼 크롬 소재가 한낮에는 태양빛을 눈으로 반사시킬 때가 있다. 번쩍이는 크롬보다는 무광의 은은한 맛이 더 낫지 않을까 싶다.

▲성능
키를 꽂은 상태로 꾹 누르면 시동이 걸린다. 디젤엔진이 시끄럽다는 말은 이제 더 이상 맞지 않다. 고압 때문에 소리가 크고 진동도 많은 구조적인 특징이 사라진 건 아니지만 소음과 진동을 줄이기 위한 기술도 많이 발전한 결과다. 파사트 TDI는 디젤엔진이 이렇게 조용할 수도 있다는 걸 보여준다. 운전석에 앉아 엔진소리에 귀를 기울이면 디젤엔진의 발전을 단번에 알 수 있다. 메이커측은 가솔린보다 조용하다고 주장한다. 더 조용한 지는 입장에 따라 판단이 다를 수 있겠으나 우열을 가리기 힘들 정도로 디젤엔진이 조용해졌다고는 말할 수 있다.

공회전 상태에서 차 밖으로 나가 소리를 들으면 디젤엔진 특유의 낮은 저음이 귀를 자극한다. 실내에서보다 조용하지는 않지만 귀에 감겨드는 소리다. 진동은 느끼기 힘들다. 아예 거론하지 않아도 좋을 정도다.

차의 움직임은 승차감과 주행성능을 정확히 절반씩 배려한 느낌이다. 직선로에서는 승차감이 돋보였고, 커브가 이어지는 와인딩로드에서는 타이어와 서스펜션, 스티어링이 조화를 이루며 차체를 확실히 지탱했다. 과도한 움직임만 피한다면 펀투 드라이브를 적절히 즐기며 다이내믹한 운전을 할 수 있다.

0→100km/h 도달시간 9.8초. 빠른 편은 아니다. 고성능 세단을 기대했다면 분명 실망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배기량 2.0ℓ 140마력의 디젤엔진, 공차중량 1,534kg임을 감안해야 한다. 보어×스트로크도 81.0×95.5mm로 확실한 롱 스트로크 엔진이다. 어디로 보나 고성능을 즐길 만한 조건과는 거리가 있다. 대신 그 속도에 오르기까지는 제법 재미가 있다. 굵은 엔진음, 운전자가 적당히 즐길 정도의 긴장감, 가속 페달에 반응하는 차체의 움직임 등이 그랬다. 가속이 즐겁다.

성능도 성능이지만 TDI 엔진의 장점은 연비다. 이 차의 연비는 15.6km/ℓ. 먼 길을 갈 때 부담없는 수준 아닐까. 이 차를 소유하게 되면 아마 먼 길을 갈 때 우선적으로 뽑힐 가능성이 높다. “기름값 싸고 연비 좋은 차”로 가자고 한다면 가장 먼저 이 차를 고려해야 할 터이다. 그 뿐인가. 라디에이터 그릴에 큼지막하게 VW가 새겨진 폭스바겐 아닌가. 그 만큼 폼도 난다는 말이다.

6단 자동변속기도 이 차의 경제성을 높이는 데 한 몫 한다. 5단 변속기라면 4단에서 1대1이고 5단에서 오버 드라이브 상태가 된다. 변속기가 6단인데도 이 차는 4단 기어비가 0.9로 이미 오버드라이브 상태가 된다.

▲경제성
앞서 언급했듯이 우수한 연비는 이 차의 큰 매력이다. 판매가격은 파사트 TDI 컴포트가 4,040만원, 프리미엄이 4,250만원이다. 파사트를 수입차시장의 엔트리카라고 할 수는 없다. 이 보다 더 싼 모델들도 많아서다. 그러나 이 차를 사는 많은 사람들이 처음 수입차를 타는 사람들이라고 한다. 적어도 수입차시장의 저변을 넓히는 모델임은 분명해 보인다.

가격대로만 본다면 파사트는 국산 고급 세단과의 경계에 서 있는 모델이다. 국산 고급 세단시장을 파고들 지, 혹은 그 반대로 국산 고급차가 4,000만원대 전후의 수입차시장을 위축시킬 지 시장은 벌써부터 꿈틀대고 있다. 물론 국산차와 수입차가 경쟁한다고 국산차 때문에 수입차시장이 위축되는 일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질좋은 국산차와의 경쟁까지도 벌여야 살아남을 수 있는 환경임은 분명하다. 소비자들의 선택폭이 그 만큼 넓어지고 있고, 따라서 고민도 늘어난다는 얘기는 반대로 자동차 입장에서는 더 많은 경쟁상대와 녹록치 않은 경쟁에서 이겨야만 선택받을 수 있다는 사실이다. 매력적인 가격과 함께 철저한 품질관리가 뒤따르지 않는다면 시장에서의 성공은 보장받기 힘들다.

시승 / 오종훈 기자 ojh@autotimes.co.kr
사진 / 권윤경 기자 kwon@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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