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운전 사고피해, 차주인에게 떠넘기나

입력 2006년10월15일 00시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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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보험 대리운전자가 낸 사고를 이용자의 자동차보험으로 보상해주는 금융감독원의 제도개선방안이 자동차보험 가입자에게 모든 책임을 떠넘기는 데 불과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금감원은 무보험 대리운전으로 이용자들이 피해를 입는 걸 막기 위해 이 같은 내용의 개선방안을 마련, 11월부터 시행한다고 최근 밝혔다.

금감원은 대리운전자가 사고를 내면 대리운전 이용자인 차주인의 책임보험으로만 보상해주고 있으나 개선방안이 시행되면 보험약관이 개선돼 ▲차 주인의 대인배상II 및 대물배상으로도 피해자에게 보상할 수 있으나 ▲자동차보험의 기본계약(누구나 운전 가능)에 가입한 차 주인의 경우 무보험 대리운전자가 사고를 내면 자신이 가입한 보험으로 보상받을 수 있고 ▲가족이나 부부, 1인 한정특약 등 운전자를 제한한 차 주인은 ‘대리운전 위험담보 특약상품’에 가입하면 보상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대리운전자가 무보험일 경우 사고 피해자가 책임보험 외의 손해배상을 보험사가 아닌 차주인에게 요구해 발생했던 마찰이 줄어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금감원의 설명처럼 이 방안은 겉으로는 차주인을 무보험 대리운전 피해로부터 보호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속을 들여다보면 돈을 주고 대리운전 이용자에게 대리운전자가 져야 할 책임까지 떠맡으라는 내용이다. 제도가 개선됐다고 하지만 대리운전자가 사고를 내 차주인의 보험으로 처리했다면 3년간 보험료가 할증되는 내용은 변함이 없어서다. 이는 "차주인은 그 차가 사고냈을 경우 운전기사와 함께 피해자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을 진다"고 규정한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에 근거를 두고 있다. 차주인은 대리운전 비용도 내고 보험금도 부담하며 보험료도 인상되는 삼중고를 당하는 셈이다.

게다가 대리운전 이용자는 보험료도 더 내야 한다. 누구나 운전가능하도록 자동차보험을 설정한 차주인을 제외한 나머지 가입자들은 특약 보험료까지 부담해야 한다. 현재 가입자 10명 중 9명은 보험료를 줄이기 위해 부부한정 등 각종 한정특약에 들어 있다. 이들은 1만4,000~2만5,000원의 보험료를 추가로 내 ‘대리운전 위험담보 특약’에 가입해야만 보상받을 수 있다. 이 특약은 현재 6개 손보사가 판매중이지만 가입률은 2% 미만에 불과하다. 10명 중 보험료가 비싼 누구나 운전가능 가입자 1명만 혜택을 받을 뿐 보험료를 아끼기 위해 각종 한정특약에 가입한 나머지 9명은 보험료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문제는 또 있다. 1년에 몇 번 있을까말까한 대리운전을 위해 자동차보험에 가입할 때 특약을 선택할 운전자들이 몇이나 되겠느냐는 것. 나중에 가입할 수도 있겠으나 따로 드는 게 불편한 데다 특약의 필요성을 느끼는 시기는 술을 마신 뒤인데, 그 때 특약에 가입할 운전자들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한밤중에 보험사나 설계사에게 연락해 특약을 선택할 수도 없다. 특약에 들지 않으면 현재와 마찬가지로 무보험 대리운전자가 사고를 냈을 때 피해자에게서 손해배상을 요구받게 된다.

의문점도 생긴다. 금감원이 낸 자료에서는 전체 대리운전자의 63%가 보험에 가입한 것으로 나와 있다. 전체 8만3,000여명으로 추정(2005년말 기준)되는 대리운전자 중 5만1,766명(2006년3월 기준)이 든 셈이다. 그러나 이전까지는 10명 중 3명만이 대리운전보험에 가입한 것으로 알려져 왔다. 이 같은 차이가 발생하고 무보험 피해가 많이 나타나는 원인은 대리운전자의 정확한 수를 파악하기 힘든 데다 동부화재 상품을 제외한 다른 보험사의 상품은 대리운전자 개인이 아니라 대리운전업체가 가입하기 때문이다.

대리운전은 일이 힘들고 보수도 적어 직업삼아 하는 사람보다는 아르바이트생이 많다. 대리운전 수요가 많아지고 대학가가 방학에 들어가는 가을, 겨울에는 아르바이트생이 더욱 늘어난다. 대리운전업체도 대리운전자 개개인을 보험에 가입시키는 게 아니라 가입인원 수만 정해 보험에 든 뒤 사람이 바뀔 때마다 새로 채워넣는다. 이 과정에서 데리운전업체는 보험사에 바뀐 대리운전자를 제대로 전달하지 않기도 하고, 상당수 업체는 모든 고용 대리운전자를 가입시키지도 않는다. 이에 따라 무보험 대리운전이 양산되는 것.

전체 대리운전자의 63%가 보험에 가입한 게 사실이라도 금감원의 정책에는 문제가 있다. 가입률 2%밖에 안되는 대리운전 위험담보 특약을 100%로 끌어올리는 것보다는 가입률 63%를 100%로 만들 수 있는 대리운전보험 가입 의무화가 차라리 쉽지 않을까.

보험사 관계자는 "이번 금감원의 제도 개선은 결국 보험료를 많이 낸 누구나 운전가능 가입자에게만 혜택을 줄 뿐 대리운전자가 져야 할 손해배상 책임을 이용자들에게 떠넘기는 것"이라며 "사고가 나더라도 이용자의 보험료는 할증되지 않도록 대리운전자가 낸 사고를 무과실사고로 처리하면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을 바꾸지 않고도 이용자의 피해를 줄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다른 관계자도 "이번 개선방안으로 대리운전자들이 무보험으로 운전해도 된다는 생각을 할 위험성이 높아졌다"며 "2년 전부터 추진했으나 지지부진한 대리운전보험 가입 의무화를 도입하고, 사고를 낸 대리운전자가 책임을 직접 지도록 만든 대리운전보험 특약을 활성화해 이용자들을 보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동부화재 등 일부 보험사는 대리운전자가 보험에 들 때 4만~28만원 정도를 추가로 내면 대리운전 이용자의 보험료가 할증되지 않도록 하거나, 할증된 보험료 피해를 이용자에게 보상해주는 책임포괄손해담보 특약, 대인사고수습지원금 특약 등을 판매중이거나 개발중이다.




최기성 기자 gistar@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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