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와 쌍용자동차가 최고급 SUV의 자존심을 걸고 치열한 상품 공방전을 벌이고 있다.
포문은 쌍용이 먼저 열었다. 쌍용은 최근 현대 베라크루즈의 상품성을 평가하면서 베라크루즈는 렉스턴Ⅱ에 비해 상품성이 떨어진다고 주장했다. 쌍용은 우선 현대가 베라크루즈를 BMW X5, 렉서스 RX350과 같은 해외 유명 SUV와 경쟁할 모델이라고 강조했으나 베라크루즈에 국내 최초 V형 6기통 디젤엔진에 6단 자동변속기를 장착한 것만으로는 이들 모델보다 월등하다고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현대가 자체 개발한 엔진과 일본 아이신 6단 자동변속기의 결합에 따른 내구성에도 문제를 제기했다. 즉 아직 검증이 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쌍용은 또 베라크루즈 앞 서스펜션의 경우 쇼크업소버만으로 바퀴를 잡는, 저가의 소형차에 주로 적용되는 스트럿 방식이 사용된 반면 렉스턴Ⅱ는 더블위시본 타입을 채택해 승차감에서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고 밝혔다. 구동방식에서도 렉스턴Ⅱ는 대형 SUV답게 뒷바퀴굴림(FR)인 데 비해 베라크루즈는 앞바퀴굴림(FF)이어서 렉스턴Ⅱ가 한 수 위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현대는 반박자료를 통해 스트럿과 더블위시본 방식은 각각의 장단점이 있는 만큼 우열을 가리는 건 무의미하다고 맞섰다. 현대는 현가장치의 경우 목표수요층의 성향에 따라 어떤 방식을 쓸 지 결정하는 것이라며, 베라크루즈는 상품 컨셉트가 도심형 LUV여서 주행성능 및 승차감이 우수한 스트럿 방식을 앞 현가장치로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스트럿 방식이 소형차에 사용된다는 쌍용의 주장도 사실과 다르다는 게 현대측 입장이다. 현대는 GM대우자동차 스테이츠맨과 르노삼성자동차 SM7, 현대자동차 에쿠스 등 대형차들의 앞바퀴 현가장치가 스트럿 방식이며, 베라크루즈의 경쟁차종인 RX350도 앞바퀴 현가장치를 스트럿으로 쓰고 있음에 비춰 쌍용의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구동방식에 대한 쌍용의 지적도 현대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반응이다. 현대는 앞바퀴굴림이 직진성능과 핸들링이 좋고, 뒷바퀴굴림은 주행안정성이 높은 장점이 있다고 전제한 뒤 앞바퀴굴림은 엔진에서 구동바퀴까지의 동력전달계통이 차 앞쪽에 몰려 있어 추진축이 필요없고, 따라서 뒷좌석의 바닥을 낮출 수 있어 넓은 실내공간을 확보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강조했다. 뒷바퀴굴림보다 무게도 덜 나가 연료효율이 높다는 점도 강점이라고 주장했다. 베라크루즈의 성격이 레저용임을 감안하면 넓은 실내공간을 확보할 수 있는 앞바퀴굴림이 보다 적합한 시스템이라는 설명이다.
첨단 기술에 대한 논쟁도 이어졌다. 쌍용은 렉스턴Ⅱ에 첨단 기술인 EAS(전자제어 에어 서스펜션), EPB(전자동 파킹브레이크), TPMS(타이어공기압 자동감지 시스템) 등이 있으나 세계 유명 SUV와 경쟁할 베라크루즈에는 이 같은 기능이 없다는 점을 꼬집었다. 또 베라크루즈에 적용된 족동식 주차 브레이크는 이미 카이런에 있는 품목이라는 점, 베라크루즈에는 운전자 승하차가 쉽도록 키를 뽑으면 시트가 뒤와 아래로 이동하는 이지 억세스 기능이 적용되지 않은 점을 들어 렉스턴Ⅱ가 상대적으로 베라크루즈보다 상품성이 낫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대는 편의품목이란 어떤 상품성을 구현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며 목표한 상품성(소비자 조사결과)에 따라 어떤 부분은 경쟁차종에 비해 강화하고, 어떤 부분(필요 이상의 사양과 시스템)은 약화시키거나 제외할 수 있다고 해명했다. 회사측은 목표 소비자층 조사결과에 근거, 쌍용이 강조하는 품목들은 고급 SUV의 필수품목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차체 형식과 크기에 대한 논란도 이어졌다. 쌍용은 베라크루즈가 프레임이 없는 모노코크 방식이어서 중량감소에 따라 연비면에선 우수하지만 충돌사고 시 안전성은 떨어진다는 점을 지적했다. 또 프레임 방식은 차대차 충돌사고에서 손상이 적어 수리비가 적게 드는 반면 모노코크 방식은 상대적으로 파손 부위가 커 수리비 부담이 커지는 점도 비교우위라고 덧붙였다. 크기에서도 베라크루즈는 미국시장을 겨냥, 국내 도로 및 주차여건에는 맞지 않는 큰 체형이라고 공격했다. 특히 렉스턴Ⅱ와 비교하면 길이는 105mm, 너비는 최대 80mm가 커 좁은 골목길 주행에서 안전성이 떨어지고 주차 시 운전자 및 조수석 승객이 문을 열고 차에서 내리기가 불편하는 주장을 펼쳤다.
그러자 현대는 프레임이 튼튼하다고 해서 충돌성능이 우수한 게 아니고, 안전성은 충돌 시 차체 또는 프레임 구조가 얼마나 그 충격을 잘 흡수해 승객에게 전달되는 충격량을 줄이느냐에 따른 것인 만큼 단순비교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또 크기에 대한 쌍용측 주장에 대해선, 주차 편리성을 논한다면 마티즈만큼 좋은 차가 없을 것이라며, 이런 기준을 적용하면 마이바흐와 BMW 7시리즈는 매우 좋지 않은 차가 될 것이라고 쌍용의 주장을 일축했다.
업계 관계자는 “결국 양측의 주장은 판매실적으로 판정나기 마련”이라며 “어떤 차가 더 나은 지는 소비자가 판단할 문제”라고 말했다.
권용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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