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게모르게 차에서 사라지는 부품들이 있다. 새 차가 나오면 신기술, 새로운 편의장치 등 새로 등장하는 것들이 주목을 받지만 그 이면에서는 조용히 사라지는 장치들이 많다. 세월이 흐르면서 세상은 변하고, 변하는 세상과 함께 차에서 있어야 할 이유가 사라지는 것들.
그 중 하나가 카세트테이프 플레이어다. CD가 보편화되고 이제는 MP3로 대표되는 디지털 음악에 밀려 카세트테이프는 찾아보기 힘들다. 혼다 CR-V, 현대 베라크루즈 등 국내외를 막론하고 요즘 신차에는 카세트테이프가 없다. 대신 자동차 오디오 시스템은 CD를 거쳐 MP3의 시대를 활짝 열고 있다. 애플이 개발한 휴대용 디지털 오디오기기인 아이포드를 자동차에서 이용할 수 있는가하면, 르노삼성차에서는 삼성전자의 MP3 플레이어를 볼 수 있다.
재떨이도 곧 사라질 처지다. 아직은 차에서 완전히 없어진 건 아니지만 일부 차종에 휴대용 재떨이가 적용되면서 차에서 사라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휴대용 재떨이는 설합처럼 차에 끼워져 있는 게 아니라 컵 형태로 놓여져 있어 운전자가 마음만 먹으면 손쉽게 없앨 수 있다. 흔적도 남지 않는다. 담배를 피우지 않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점점 재떨이는 차에서 애물단지가 되고 있다. 차에 있어봐야 흡연자들이 차에 탈 때 담배를 피는 구실만 될 뿐, 담배를 피우지 않는 운전자에게는 담배만큼이나 필요없는 게 재떨이다.
트렁크에서는 스페어타이어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푸조 206CC에는 스페어타이어가 없다. 대신 휴대용 컴프레서와 펑크났을 때 임시조치할 수 있는 제품이 실려 있다. 차의 무게와 원가를 함께 줄이기 위한 조치다. 많은 자동차에는 스페어타이어가 여전히 자리잡고 있으나 변화의 조짐은 있다. 이른바 템퍼러리 타이어를 적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 임시 타이어로 펑크가 나면 정비소까지 이동하는 동안만 사용하라는 타이어다. 사이즈가 작아서 계속 끼우고 다닐 수가 없다. 업계에서는 스페어타이어의 생존기간이 얼마 남지 않은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평소에는 쓸모없는 걸 단지 펑크가 났을 때 필요하다는 이유로 무거울 뿐 아니라 비싼 걸 트렁크에 계속 싣고 다니는 데 대해 계속 의문이 제기될 것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펑크가 나도 일정 거리를 달리는 런플랫 타이어가 일반화되고 있어서다.
안테나도 찾기 어려워지고 있다. 라디오를 켜면 “윙”하는 모터 소리와 함께 올라오는 안테나를 앞으로는 점점 만나기 힘들게 된다. 자동차 유리에 안테나가 내장돼서다. 유리에 내장된 안테나는 초기에는 전파수신이 일반 안테나에 비해 떨어진다는 문제도 있었으나 갈수록 성능이 개선되면서 일반 안테나를 몰아내고 있다.
시동키의 변화도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고성능 차를 지향하는 세단에서 푸시 스타트 버튼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이와 비례해 키를 꽂은 후 돌려서 시동을 거는 고전적인 방식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그런 키에조차 보안암호가 내장돼 있어 길가에 있는 열쇠코너에서 깎아 만든 키로는 시동을 못거는 차들도 많다. 키를 차에 휴대만 하고 있으면 굳이 구멍에 열쇠를 꽂는 것조차 필요없는 차들도 있다. 키를 갖고 있으면 잠긴 차도 열리고, 버튼만 누르면 시동이 걸리는 것. 이른바 ‘스마트 키’의 시대가 왔다. 크랭크축을 억지로 돌려 시동을 거는 시대에서, 전기를 이용해 스타트 모터를 돌리고, 이제는 단순히 버튼을 눌러 시동을 거는 시대다. 기술의 발전에 맞춰 키의 형태도 변화를 거듭하고 있는 셈이다.
오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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