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자동차산업이 세계 5위 규모로 성장하는 데에는 뒤에서 묵묵히 일해 온 자동차부품업계의 역할이 컸다. 어려운 환경에서도 국산화를 위한 노력, 비용절감과 최상의 품질이라는 상반된 특성을 만족시키는 희생적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경쟁력있는 자동차부품산업의 뒷받침없이는 완성품의 경쟁력도 기대할 수 없고, 자동차산업의 미래도 보장받을 수 없다.
최근까지 우리나라의 핵심 자동차부품은 높은 로열티를 지급하면서 외국에 의존했고, 단순 하청방식으로 생산해 기술자립을 어렵게 만들었다. 자동차부품산업도 완성차의 부품수요 유발에 의존, 완성차업체의 도움없이는 자생력이 매우 부족했다.
세계적인 자동차메이커는 계열 부품회사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철저한 역할분담을 통해 공동의 이익을 추구하고 있고, 세계 100대 부품회사 중 4~5개의 부품회사를 공유하고 있을 정도로 규모 및 역량이 글로벌화돼 있다. 더욱 첨단화되고 복잡해지는 자동차의 각종 장치를 역할을 나눠 연구개발하고, 상호 시너지효과에 기여하면서 효율적인 운영을 보장하고 있다. 서로 간의 정보공유는 물론 경쟁과 협력을 강화하면서 체질강화에도 일조하고 있다. 자동차메이커와 부품회사가 바늘과 실 이상의 관계를 추구하면서 품질제일이라는 명제를 구축해가는 관계로 발전하고 있는 것이다.
반면 국내의 자동차부품회사 환경은 열악하기 짝이 없다. 영세하고 하청 개념이 강해 자주적 연구개발이 쉽지 않은 상태다. 부품회사가 이전의 열정과 노력만으로는 글로벌 기업으로 변신하는 데 어려움이 많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자동차메이커가 세계적 브랜드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부품회사와 함께 체질개선에 나서야 한다. 우선 기존의 수직적이고 하청 개념의 체제를 가능한한 빨리 수평구조로 전환해야 한다. 공급부품의 가격하락이나 양적인 조절보다는 내구성과 품질이 우선시된 역할분담에 초점을 두고 동반자로서의 감각을 살려야 한다. 이를 위해 메이커의 발상의 전환이 요구된다. 기존의 관행을 수정해 한 걸음 물러서서 배려의 마음을 갖는 자세가 중요하다.
다음으로 선진국 대비 55% 정도에 머무르고 있는 하이브리드 기술 등 미래형 첨단 기술 개발에 전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 분야에 대한 국내 부품회사의 기술력은 매우 취약하다. 단순가공, 조립수준은 선진국 수준에 이르고 있으나 금형, 용접 및 시험검사기술은 큰 격차를 나타내고 있다. 미래형 자동차의 기술확보는 생존과 직결된 사안이다. 하이브리드 전력변환장치, 컨트롤러 시스템, 첨단 배터리, 전력용 모터 등은 물론이고 42V 고압 시스템, 수소 생산 및 저장장치, 연료전지 등 하나하나의 국산화에 매달려야 한다. 이러한 기술은 전문화된 부품회사의 연구개발을 통해 만들어내되 가격경쟁력과 품질이라는 요소를 만족시키고 각 부품의 조합을 통해 시너지효과를 극대화해야 한다.
첨단 기술 확보를 위한 지원체계도 매우 중요하다. 국내 자동차부품회사의 영세성은 심각하다. 국내 부품업체 당 연간 평균 납품액은 300억원 정도지만, 10억원 미만의 영세업체도 전체의 20%에 이른다. 부품업계의 영세성은 기술개발을 위한 설비투자를 어렵게 하고, 모듈 발주에 대한 대응도 적극적으로 만들지 못한다. 따라서 영세 부품회사의 독자적인 연구개발은 요원하다고 할 수 있다.
완성차업체의 직접적인 지원은 물론 정부 차원의 법적·제도적 지원과 함께 산학협력을 통한 가속화도 챙겨야 할 사안이다. 기술개발을 위한 대형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중점 지원할 수 있는 체제가 중요하며, 중소 부품업체의 참여율도 높일 수 있는 기회제공이 필요하다. 남들보다 좋은 조건에서 일할 수 있는 법적 체계의 정립도 뒤따라야 한다. 또 우리의 가장 큰 장점인 IT 및 통신기술을 활용한 텔레매틱스관련 부품의 개발은 첨단 자동차부품의 국산화에 큰 역할을 할 것이다.
이와 함께 현지생산의 비율도 높여야 한다. 글로벌 완성차메이커로 발돋움하려면 50% 이상을 현지에서 만들어내야 한다. 이에 따른 부품의 현지생산도 마찬가지다. 강화되고 있는 지역별 무역장벽을 타파하고 지역의 문화적 특성을 가미한 자동차 및 부품 개발은 필수적이다. 차 개발기간도 기존의 24~36개월에서 18개월 정도로 단축될 만큼 변화의 속도는 빨라지고 있어 현지생산 및 개발은 더욱 의미가 남다르다.
더불어 품질과 함께 가격경쟁력을 가져야 하는 만큼 중국 등 제3세계의 활용도를 높여야 한다. 자동차는 다른 어떠한 제품보다 가격과 무게와의 싸움이 치열하다. 가격 1원을 절약하고 무게 1kg을 줄이기 위한 전쟁이다. 동시에 자동차라는 제품을 평가하는 소비자들의 눈과 귀는 더욱 까다로워지고 있어 동전의 양면을 모두 만족시키는 극한에 도전하는 전략이 요구된다. 부품 생산에 국내외는 물론 공동 개발 및 생산 등 비용절감을 위한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렇게 하기 위해서는 내적으로 부품·소재업체의 대형화, 규모화를 위한 부품업체 간 흡수·합병을 적극 유도하고 관련기술 인프라를 적극 확충해야 한다. 또 미래형 자동차 기술을 선도할 핵심기술 개발에 투자를 집중해야 한다. 여기에 정부의 세제지원과 기술투자규모 확대, 전문 기술인력 양성 지원으로 전체적인 분위기를 환기시킬 필요가 있다.
최근 한미 자유무역협정을 위한 협상이 진행되면서 상대적으로 대미 의존도가 높은 자동차업계에서는 관세장벽의 철폐에 따른 완성차 및 부품의 의존도가 심화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특히 이후의 대일 협상에도 영향을 주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비록 길지 않은 기간이나 지금부터라도 철저한 계획과 체계적 지원 및 적극적인 기술개발을 통해 만전을 기해야 한다.
세계 100대 자동차 부품회사 중 국내 회사는 오직 2개인 만큼 역량을 키워 이를 4~5개 이상으로 늘려야 한다. 앞으로 ‘글로벌 부품산업이 없는 글로벌 자동차산업은 없다’는 걸 재삼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