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덩치 빠른 펀치, 최홍만 닮은 차

입력 2006년10월27일 00시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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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아렉에 5.0ℓ 디젤엔진이 추가됐다. "폭스바겐 투아렉 V10 5.0 TDI 인디비주얼"이란 긴 이름을 가진 새 차를 만났다.

폭스바겐은 유럽 최대의 자동차메이커다. 대중적일 수밖에 없다. 투아렉은 판매가격 1억원을 훌쩍 뛰어넘는 고급차다. 대중 브랜드가 만드는 럭셔리 SUV. 차의 성격은 디자인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그렇게 있어 보이지 않는 소박한 모습, 큰 덩치와 번쩍거리는 크롬으로 만들어진 라디에이터 그릴, 그 가운데 큼지막하게 자리잡은 "VW" 마크조차 소박하다. 폭스바겐을 뜻하는 "VW"라는 마크 때문에 오히려 소박한 맛이 더하는 지도 모른다. 폭스바겐의 "VW"와 럭셔리 이미지는 이 처럼 서로 상충한다. 같은 플랫폼을 사용했다는 카이엔이 포르쉐라는 간판 덕분에 좀 더 있어 보인다는 사실을 인정한다면 럭셔리카시장에서 폭스바겐의 입지를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다.

▲디자인
가치에 비해 저평가됐다고 할 수 있는 투아렉의 디자인. 그러나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면 럭셔리카의 진수를 만나게 된다. 화려하게 자리잡은 각종 버튼들, 몸에 착 감기는 질좋은 가죽시트, 넉넉한 공간 등은 갑부집 응접실 저리가라할 정도로 호화롭다. 갈색과 회색 가죽을 이어 만든 시트가 눈길을 잡는다. 시트가 인테리어 분위기를 젊게 만들고 있다.

구동방식을 조절하는 버튼에서 시작해 변속기와 센터페시아, 계기판, 스티어링 휠을 거쳐 도어패널에 이르는 공간에 배치된 버튼, 스위치류는 80여개. 수많은 버튼과 스위치들이 나름대의 역할을 부여받고 각각의 자리에서 주인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많지만 잘 정돈돼 있어 심리적 부담을 주지는 않는다. 오히려 필요한 버튼을 한 번에 조작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버튼 기능을 한 데 모아 정리하면서 그 수를 줄여버리면 필요한 장치를 조작할 때 두세 번 버튼을 눌러야 하는 경우가 있지만, 투아렉에서는 거의 모든 조작을 한 번의 동작으로 끝낼 수 있다. 각각의 조절장치들에 익숙해지도록 매뉴얼을 열심히 공부해야 하는 건 운전자의 몫이다.

지붕에 자리한 은색의 루프랙과 티타늄 컬러의 알로이 휠이 이 차의 특징.

▲성능
엔진은 디젤 직분사 시스템 중에서도 펌프 인젝션(PD) 방식을 택했다. V6 TDI에서 피에조 인젝터를 선보였던 폭스바겐이 V10에서는 PD 시스템을 택한 것. 연료를 각 실린더 바로 위에서 가압해 분사하는 방식이다. 실린더마다 펌프가 있어 매우 높은 압력을 이용해 연료를 분사한다. 엔진의 압축비를 조절해 효율을 높일 수 있지만 그 대신 소음과 진동, 원가부담면에서 다소 불리함하다.

V10 4,921cc의 디젤엔진은 3,750rpm에서 313마력의 최고출력을 내고, 최대토크는 76.5kg·m에 이른다. 메이커측 발표로 최고속도는 225km/h를 돌파한다.

덩치와 순발력, 힘, 빠르기에서 투아렉은 격투기 선수 최홍만과 닮았다. 덩치만 보면 운동신경이 있겠나 의심이 들지만 실전에 나서면 전광석화같은 펀치를 날리며 상대를 제압하는 최홍만처럼 투아렉도 그랬다. 가속 페달을 끝까지 밟을 필요도 없었다. 지긋이 밟기만 해도 시위를 떠난 화살로 변해 도로를 내닫는다. 만만치 않은 체구가 도로 위를 날아다닌다.

운전할 때는 큰 덩치도, 높은 지상고도 크게 신경쓸 필요가 없다. 힘센 엔진과 상시 4륜구동장치 그리고 에어 서스펜션이 삼총사처럼 어울리며 내닫는 차체를 밀어주고 받쳐준다. 정신없이 달리다보면 이 차가 디젤인지, 가솔린인지 따져지지 않는다. 앞을 보고 운전대를 도로에 따라 돌리며 가속 페달을 밟는 재미에 푹 빠지다보면 어느 새 목적지이기 때문이다.

운전이 서툴다고 사양할 일도 아니다. 높은 시트위치와, 이로 인해 탁트인 시야는 조금 운전이 서툴러도 편안하게 운전대를 잡고 달릴 수 있게 해준다.

달리면 서야 하는 법. 브레이크 페달을 밟으면 차는 저항하지 않고 얌전하게 선다. 속도를 줄이는 제동력을 차체가 부드럽게 받아들인다.

또 하나, SUV의 숙명 오프로드. 차체 높이를 조절할 수 있어 오프로드에 부담을 느끼지 않아도 된다. 구두를 벗고 등산화로 갈아신듯, 오프로드에 들어서기 전 에어 서스펜션에 에어를 잔뜩 집어넣고 차체를 높이면 된다. 물론 스위치 조절로 모든 동작이 자동으로 이뤄진다.

차체가 높아지면 오프로드를 즐기며 운전하면 된다. 어지간한 오프로드는 여유있게 달릴 수 있다. 본격 오프로드에 나서는 게 재미는 있겠지만 이 차에는 안맞는다. 본격적인 하드코어 오프로드는 이 처럼 비싼 차로 하는 게 아니다. 이 차로 강을 건너고 바위를 오를 수 있느냐고 묻는다면 곤란하다. 투아렉은 주차장에 세워 놓고 오프로드 타이어를 끼운 구형 랭글러나 코란도, 갤로퍼로 본격 오프로드를 즐기는 게 맞다. 옆구리 찢어진 코란도는 멋있어 보일 수 있으나 투아렉은 참으로 보기 민망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유는 가격에 있다. 1억2,700만원짜리 차를 가지고 산넘고 물건너는 거친 놀이에 나설 수는 없을 것이다. 아무리 좋은 오프로드 성능을 가진 SUV라고 해도 말이다.

장거리 여행에 나설 때 이 차의 진가를 만끽 할 수 있다. 7.2km/ℓ 수준의 연비는 비슷한 배기량의 휘발유차와 비교할 때 연료비가 헐씬 절감된다. 절반 가까이라고 보는 이들도 있으나 3분의 1 이상 비용을 줄일 수 있음은 분명해 보인다. 물론 이런 차를 타면서 단지 연료비를 아낄 수 있어 선택했다는 건 어폐가 있다. 어디까지나 부가적인 매력이라고 봐야 한다.

럭셔리 SUV를 타는 즐거움은 오프로드에서보다는 도시에서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안전하고 편한 도심에서 세단 못지 않은 편안함, SUV의 독특한 스타일과 기능을 즐기는 게 제격이다.

시승 / 오종훈 기자 ojh@autotimes.co.kr
사진 / 권윤경 기자 kwon@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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