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디자인이다

입력 2006년10월31일 00시00분
트위터로 보내기카카오톡 네이버 밴드 공유
맨 아래는 멀쩡한 승용차 한 대, 그 위로 컨테이너 8개가 차곡차곡 쌓여 있다. 오른쪽 상단으로 ‘이 사진은 합성이 아닙니다’라는 문구가 흐른다. 볼보!

격납고 문이 열리며 전투기 사이로 출격 대기중인 자동차가 보인다. 비행기의 조종석을 그대로 옮겨 놓았다. 사브!

밖에는 비가 내리고 있으나 자동차 안은 고요함 그 자체. 창으로 빠르게 스치듯 지나가는 풍경들만이 자동차가 달리고 있음을 알려준다. 렉서스!

불과 수 년 전까지만 해도 외국의 자동차광고는 이런 식이었다. 각각의 자동차회사에서 생산하는 차나 기업의 특징을 주제로 담은 광고를 했다. 예를 들어 볼보는 안전, 사브는 비행기 조정석, 렉서스는 조용함 그리고 BMW는 속도와 핸들링 등이 강조점이었다. 비단 이들 회사뿐 아니라 벤츠나 아우디도 고유의 특징을 부각시키는 광고들을 쏟아냈다. 이 때문에 소비자들은 기업들이 만들어낸 이미지를 선입견으로 갖고 자동차를 선택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벤츠는 젊은 사람이 타기에는 어색하고, BMW는 나이들어 타기에 가벼워 보인다는 말이 나돌기도 했다.

가수 비가 등장하고, 주차장에서 쫓고 쫓기는 자동차. 엄청난 굉음으로 자동차 앞을 막아서는 유려한 곡선의 BMW!
명작품들 사이의 자동차, 명작 뉴 S클래스. 벤츠!

이제 더 이상 자동차는 고유한 특성만으로 광고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여러 조사는 디자인이 소비자가 자동차를 선택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이라는 사실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몇 개월 전 한국을 방문한 BMW 수석 디자이너 크리스 뱅글은 한 강연회에서 “차의 가치를 설명하는 건 전통이 아니라 혁신적인 디자인일 뿐”이라는 말로 소비자와 인식을 같이하고 있음을 분명히 했다.

실제 자동차 판매순위는 이러한 면을 그대로 입증한다. 미니는 디자인 하나로 없어 못파는 차가 됐고, 벤츠 뉴 S클래스는 디자인을 보강해 BMW, 아우디에 내줬던 동급 최강의 자리를 되찾았다.

벤츠의 마케팅 관계자는 “여유있는 사람들일수록 디자인에 대한 가치를 높이 평가한다”며 “경쟁차의 디자인이 바뀐다는 소문이 돌면 매출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그 만큼 소비자가 디자인을 우선 고려한다는 반증이다. 그럼에도 그는 “아무리 디자인이 좋아도 기술적 결함이 발생하면 감당하기 어렵다”는 말로 자동차의 본질을 상기시켰다.

LA에서 자동차 디자인회사를 운영하며 포드 등과 거래관계에 있는 조현재 씨는 “컨셉트카를 1,000대 만들면 그 중 1대 양산하는 것도 어렵다”며 디자인과 기술의 조화가 힘든 일임을 강조했다. 그는 “디자인이 자유롭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기술이 있어야 한다”는 말로 자동차의 본질을 설명했다.

분명히 디자인의 시대다. 그럼에도 자동차의 본질에서 벗어나서는 안된다. 자동차는 안전하고 편리하게 잘 달릴 수 있는 게 본질이다. 이 시대의 소비자는 이러한 사실을 잘 알고 있으며, 모든 자동차는 본질을 구현한 뒤에 디자인을 입었으리라 믿고 있다.

김민규 객원기자 min138@empal.com

무통장입금 정보입력
입금할 금액은 입니다. (입금하실 입금자명 + 입금예정일자를 입력하세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