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사고보다 사고를 좋아하는 보험사의 속마음

입력 2006년11월04일 00시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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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보험 장기 무사고 운전자를 홀대하는 손해보험사들의 행태가 또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 10월말 금융감독원이 박영선 국회의원에게 제출한 자료를 분석한 결과 대형 손보사 4곳에서 할인혜택이 높아 보험료가 40만원 이하인 계약건수가 크게 감소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장기 무사고 운전자의 보험 인수를 꺼렸다는 증거다. 이유는 간단하다. 돈이 안되기 때문.

손보사가 무사고 운전자을 박대하는 게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올들어 부쩍 심해지는 경향이 있다. 올 1월 모 대형 손보사는 7년간 무사고 등으로 보험료를 적게 내는 가입자를 보험 영업조직이 유치하면 수수료를 7.5%만 주고, 최초 가입자 등 돈되는 가입자를 데려오면 22.3%를 주는 내용으로 수수료 체계를 바꾸려 시도했다. 사실상 돈이 안되는 가입자는 받지 말라는 뜻이었다. 결국 이 수수료 체계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자 이를 철회했으나 무사고 운전자에 대한 보험사의 시각을 단적으로 보여줬다.

손보사들이 불량 가입자를 골라낼 때 사용하는 인수지침으로도 손보사들이 얼마나 무사고 운전자를 싫어하는 지 알 수 있다. 예전에는 인수지침의 타깃이 손해율이 나쁜 지역이었으나, 지난 몇 년새 무사고기간이 길어 할인율이 40~55%에 이르렀거나 보험료가 40만원 이하로 떨어진 가입자들로 타깃이 옮겨졌다. 반면 무사고 운전자와 달리 사고를 낼 가능성이 높아 보험가입이 힘들었던 사고 다발자는 최근 우대받고 있다. 이들은 사고를 많이 내 보험료가 높은 편이다.

사고 다발자 우대정책은 특별할증률에서도 엿볼 수 있다. 특별할증률은 사고를 낸 가입자들을 음주 및 뺑소니 여부, 사고횟수 등에 따라 A(음주 및 뺑소니사고)~D(가벼운 대인 또는 대물사고)등급으로 나눠 차등 적용하는 요율로, A등급이 가장 높다. 등급이 높으면 보험료가 비싸진다. 지난해 4월 손보사들은 A등급의 특별할증률을 50%에서 25~30% 수준으로 내리는 등 특별할증율을 인하했다. 당시 보험범죄자까지 보험료를 내려주는 건 문제가 있고, 손해율까지 나빠질 것이란 지적이 있었으나 손보사들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러다 올들어 우려가 현실이 돼 손해율이 악화되자 보험사들은 특별할증률을 올렸지만 A등급만은 그대로 놔뒀다. 반면 가벼운 사고를 낸 가입자들이 해당되고, 대상자도 가장 많은 D등급의 특별할증률을 많이 인상했다. 사고예방보다는 보험료 수입에 더 관심을 갖고 있다는 걸 스스로 증명한 셈이다.

이 처럼 무사고는 홀대하고, 사고는 우대하는 손보사의 ‘희안한’ 정책에 대한 비난이 거셌으나 손보사는 무사고로 할인을 많이 받는 고할인계층(40~60%)의 손해율이 저할인계층(70~90%)보다 15.9%포인트나 높다는 통계(2003회계연도 기준) 등을 내세워 저항했다.

이런 와중에 보험사들은 시중의 비판을 잠재우는 데 쓸 수 있는 ‘전가의 보도’를 하나 찾았다. 보험개발원이 지난 9월 발표한 ‘자동차보험료 산정방식 개선안’이 바로 그 것. 개선안에 따르면 내년 1월부터 무사고 운전자들의 최고 할인율 도달기간을 자율 결정하게 된다. 말로는 자율이지만 실제로는 현행 7년인 도달기간이 10~12년으로 연장될 것으로 예상된다. 손보사들은 그 동안 도달기간을 12년까지 늘려야 무사고 운전자 인수 회피가 사라질 것이라고 주장해 왔다. 손보사들은 이후 무사고 운전자들을 홀대한다는 지적이 나올 때마다 내년부터는 사라질 것이니 걱정말라는 답변을 하고 있다.

소비자단체들은 이 개선안이 사실상 보험료를 올리는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정말 손보사의 주장처럼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갖고 있다. 10년 넘게 꼬박꼬박 보험료는 내고 보험금은 받지 않았는데도 사고확률이 높다는 이유로 소박맞고, 사고를 내야 오히려 대접받는 모순을 해결할 수 있다면 말이다.

솔직히 손보사의 주장을 액면 그대로 믿기는 어렵다. 최저 할인율 도달기간이 늘더라도 매년 최저 할인율을 적용받는 운전자들도 증가하고, 결국엔 도달기간만 좀 더 길어질 뿐 똑같은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서다. 또 현재 무사고기간이 12년을 넘어 할인율 도달기간 연장에 영향을 받지 않는 가입자들은 여전히 찬밥 처지에 놓일 가능성이 있다. 무엇보다 보험사는 이익을 추구하는 기업이라는 점에서 더울 그렇다. 가입자들은 보험을 ‘십시일반, 상부상조’라는 공익적 측면에서 생각하는 데 비해 보험사는 ‘최대한의 이익실현’이라는 사기업으로서의 목적을 우선시한다.

결국 정부 당국이 보험의 공적 측면과 사적 측면을 적절히 조정하고, 보험사보다 약자인 소비자를 보호하는 데 적극 나서지 않는 한 무사고 운전자들이 홀대받는 현실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최기성 기자 gistar@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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