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범현 기자 = "앞으로의 발돋움에만 관심이 있지 지나온 발자취에 대해서는 무관심했던 자동차 업체들"
자동차 업체들은 자신들의 과거를 어떻게 보존하고 있을까? 자동차 회사로서 지나온 역사를 기록하는 가장 효과적이고 확실한 방법은 무엇보다 자사가 생산한 자동차를 모아두는 것. 하지만 대부분의 국내 완성차 업체들은 이 같은 "역사 남기기"에 인색하다.
9일 업계에 따르면 대부분의 완성차 업체들은 자체 생산한 차량들을 수집해놓지 않았거나, 수집해 놓은 상태더라도 보관중인 차량의 정확한 이력 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GM대우의 "보존 상태"가 가장 심각하다. 신진자동차, 새한자동차, 대우자동차, GM대우 등으로 이어지는 부침 때문인지 현재의 GM대우로 거듭나기까지의 과정을 설명해주는 차량들이 전무한 것. 새한자동차의 제미니는 물론이고 대우차의 간판으로 불렸던 로얄 시리즈 역시 GM대우의 손에서 멀어진 상태다. 다만 1997년 군산공장을 준공하면서 처음 생산한 누비라만이 보관돼 있을 뿐 그 이후의 흔적은 찾아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GM대우 관계자는 "과거 대우 시절부터 차량을 보관해야 한다는 얘기가 사내에서 많이 나왔지만, 90년대 후반 회사가 어려워지면서 앞길을 찾다보니 차량 보관에는 신경을 쓰지 못했다"고 말했다.
쌍용차의 과거 간판 차종은 코란도. 1983년 쌍용차의 전신인 거화가 "코란도"라는 상표를 붙이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각진 모습의 구형 코란도는 쌍용차 내부에 "보관용"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1996년부터 생산하기 시작한 신형 코란도와 1993년 출시된 무쏘 등이 업무용으로 사용되고 있거나 연구소가 보유중이다.
현대차와 기아차의 경우에는 자사가 제작한 대부분의 차량을 수집해 놓은 상태다. 현대차의 포니와 코티나, 기아차의 브리사를 비롯해 한 시대를 주름잡았던 과거의 인기 차들을 모두 보관하고 있다. 현대차는 울산공장 문화회관 홍보전시관에 포니1, 포니2, 엑셀, 스텔라 등 10대의 차량을 전시하고 있으며, 공간이 협소해 전시하지 못하고 있는 140여대의 차량은 현재 남양연구소에 보관돼 있다. 다만 코티나 픽업, 포니 픽업, 아토스, 다이너스티 등 일부 차량만을 갖고 있지 않다는게 현대차의 설명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현재 보유하지 않은 차량들은 조만간 구입할 예정"이라며 "코티나 픽업, 포니 픽업 외의 차량들은 단종된지 얼마 안된 차량인 만큼 구입에 전혀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기아차 역시 소하리공장 고객센터에 브리사, 봉고 등 이제는 한물간 차량들을 전시해 놓고 있다. 하지만 포니, 브리사 등 일부 차량은 과거부터 계속 보유해온 게 아니라 어느 시점에 중고차로 구입한 것이다. 명색이 "자동차 회사"라는 타이틀을 단 기업체가 자사 차량을 뒤늦게 사들인 셈이다. 나아가 어렵게 구입해 보관중인 차량들에 대한 이력관리도 제대로 되지 않아 매입한 차량들에 대한 질문을 던져도 관계자들은 "언제 누구로부터 샀는지 확실하지 않다고 한다"는 말만 되풀했다.
이와 관련, 업계 관계자는 "과거 자동차 업체들이 전반적으로 기록을 남기는데 인색했던 게 사실"이라며 "현대.기아차 등이 뒤늦게나마 과거 생산 차량을 수집하는 것은 다행스런 일"이라고 밝혔다.
한편 후발주자인 르노삼성의 경우에는 현재 부산 르노삼성 오토갤러리에 지난 1998년 첫 생산된 구형 SM5를 포함해 양산 차량을 전 모델을 전시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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