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과 미얀마 국경을 짚을 타고 누볐다.
"짚 어드밴처 2006" 행사가 태국 서부의 국경 칸차나부리 일대에서 열렸다. 아시아 각 나라별로 팀을 이뤄 8차에 걸쳐 3박4일씩 행사를 치렀다. 칸차나부리는 유명한 전쟁영화 ‘콰이강의 다리’의 배경이었다. 태국 서부로, 과거 버마로 불린 미얀마와 국경이 맞닿은 곳이다. 인터넷을 통해 찾아보면 골든 트라이앵글의 한 부분을 차지한다는 설명이 있다. 세계적인 마약 생산지역인 골든 트라이앵글의 변두리쯤 된다는 얘기다. 그 만큼 오지라는 말로 이해하면 된다.
새벽에 나서 하루를 꼬박 달려가 칸차나부리에 도착했다. 대나무숲이 정글을 이루는 가운데로 물살이 빠른 콰이강이 흐르고, 그 사이사이 협곡을 따라 차를 타고 달리는 짜릿한 모험 프로그램이다. 크라이슬러가 짚 브랜드를 알리기 위해 해마다 개최하는 행사로, 지난해까지 2년동안 말레이시아에서 진행됐고 올해 그 무대를 태국으로 옮겼다.
오프로드 드라이빙 교육을 받은 뒤 직접 차를 몰고 정글 속으로 달려드는 짜릿한 경험은 4륜구동차가 아니면 느낄 수 없다. 인상적인 교육은 체로키게임. 운전대와 타이어의 반응이 반대로 이뤄지도록 스티어링 장치를 조작해 운전하는 것. 운전대를 왼쪽으로 돌리면 차는 오른쪽으로 가는 식이다. 이런 차를 타고 정해진 코스를 돌다보면 헷갈리는 일이 많다. 게다가 우측 핸들차다. 좌우가 바뀌고 운전대가 역으로 움직이니 운전석에 앉은 사람은 머릿속이 복잡해진다. 복면을 한 채 조수석에 앉은 사람의 지시대로 차를 운전하는 것도 색다른 경험. 팀워크를 키우는 데에는 좋은 방법이다.
그렇게 재미있는 교육을 마치고 4륜구동의 대명사 랭글러를 앞세워 체로키, 그랜드체로키, 구형 체로키 등이 줄지어 숲 속으로 달려갔다. 미얀마와의 국경으로 향하는 길은 먼지투성이었다. 그 길을 8대의 짚이 질주했다. 먼지 사이로 맨얼굴의 모터사이클과 마주칠 때면 미안함이 컸다. 수건을 뒤집어쓴 아저씨도, 아이를 뒤에 태운 맨얼굴의 아줌마도 오토바이를 타고 달렸다. 먼지와 진흙길, 경사로 등등 온갖 험로를 어렵게 통과했는데 오토바이 탄 사람이 아무렇지도 않게 그 길을 지나는 걸 볼 때의 당혹감이란….
물은 깊지 않아 손쉽게 통과했으나 늪같은 진흙구덩이에선 차가 멈출 수밖에 없었다. 윈치를 걸고, 로프를 연결하고, 정글의 진흙을 온몸에 묻혀가며 겨우겨우 차를 꺼냈다가 기어이 자력으로 빠져나온다고 같은 자리로 차를 들이미는 오기도 부렸다.
랭글러와 그랜드체로키가 험로를 달리는 데 좋은 차이기는 하지만 자연을 완전히 이기는 존재일 수는 없다. 때로는 무릎 꿇는 게 아름다운 짚의 진정한 모습이다. 왜냐하면 대자연의 품이 짚의 무대이기 때문이다.
참가자 중 누군가 여행은 환상을 깨는 과정이라고 했다. 그랬다. 골든 트라이앵글 지역의 국경을 달린다는 묘한 긴장감은 국경 초소에 닿으면서 산산이 부서지고 말았다. 태국 국기가 달린 초소 안에서는 마음씨 좋게 생긴 배불뚝이 아저씨가 차단봉을 열어주며 웃었다. 설마 여기가 국경 초소가 맞을까. 둘러보니 M16 비슷한 총에 실탄이 물려 있다.
정글도 정글이라고 하기엔 어딘지 약했다. 우리의 숲과 비슷했다. 대나무가 많았고, 간간이 진흙길이 발길을 붙들었으나 강원도 어디쯤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우리의 숲과 유사했다. 좀 더 터프한 길을 원했지만 사실 그런 험한 길이 나타났다면 주최측을 원망하며 차에서 내려버렸을 지도 모를 만큼 기자의 준비는 충분하지 못했다.
제대로 준비하지 못한 드라이버가 최적의 상태에서 오프로드를 즐기고, 나름대로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을 정도의 코스였다. 차가 바닥에 닿을 때마다 가슴 철렁이는 안타까움도 있고, 하늘만 보고 올라야 하는 언덕길도 있었다. 4L 1단으로 넣고 가속 페달도, 브레이크 페달도 밟지 않고 한참을 내려가야 하는 길도 있었고, 미끌미끌 타이어가 헛바퀴돌며 겨우겨우 빠져나가야 하는 물길도 있었다. 견딜 수 있을 만큼의 고통이라고나 할까. 즐겁게 달릴 만큼의 장애물이 우리를 기다렸고, 환송해줬다.
2차대전 당시 일본군들은 ‘쨉’으로 불렸다. "Japan"의 머릿글자를 강하게 불렀던 것. 쨉들이 설쳐대던 곳을 짚을 타고 달린 셈이다. 운전대를 붙들고 이리비틀 저리비틀 술취한 사람처럼 숲 속 험로를 달리는 중에 경쾌한 휘파람 소리가 들리는 듯 했다. 협곡에 다리를 놓으려는 연합군 포로들이 불렀던 그 휘파람 소리….
칸차나부리(태국)=오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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