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이 뽑은 가장 멋진 한국차는 그랜저

입력 2006년11월28일 00시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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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美)에 관한 전문적인 식견을 가진 사람들은 어떤 한국차가 가장 아름답다고 생각할까.

이러한 궁금증에 관해 미술을 전공하고 대학에서 강의를 하는 교수 22명과, 전업 미술작가로 활동중인 3명 등 총 2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전화와 e메일, 대면 인터뷰 형식으로 진행한 이번 조사는 ‘가장 미(美)적인 한국차’와 ‘향후 자동차 디자인의 지향점’ 등이 중심이었다.

이번 조사는 디자인이 소비자의 구입결정을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로 떠오름에 따라 국내 자동차디자인을 전문가적 시각에서 반추해보려는 시도다. 표본집단의 규모와 응답자의 산업 연관성 등에 대해 이견이 있었으나 모집단의 규모가 원래 작고, 디자인은 주관성이 많이 개입되는 분야임을 인정해 계수적인 의미보다 전문가들의 의견 개진을 통해 공통점을 찾으려 했다. 또 응답자가 자동차디자인산업에 연관돼 결과가 왜곡될 수 있어 실명은 거론하지 않는다는 전제 하에 인터뷰했다.

결론적으로 전문가들에게 가장 어필한 디자인은 그랜저(TG)였다. 스타일이 멋지고 곡선이 흐르듯 정갈하며 뒷태가 곱다는 이유로 11명이 이 차를 꼽았다. 이어 베라크루즈, 싼타페, 티뷰론, 토스카의 순서였다. 마르샤, 마티즈, 에스페로 등의 의견도 있었다.

인터뷰에 참여한 임동진 교수(청강문화산업대학 디자인산업계열)는 “아름다운 디자인과 예쁜 디자인은 분명 다르다”며 “그랜저는 전체적으로 가장 스타일리시한 디자인이고, 선의 아름다움은 베라크루즈가 최고”라고 말했다. 그는 스타일과 색상의 문제는 별개라고 전제한 뒤 “분명 차종마다 어울리는 색이 있으므로 미적 요소 중 색상은 단정할 수 없는 선택”이라면서도 한국 승용차 중 50%가 흰색이라는 지적에 대해 “흰색 계열이 많은 건 분명하지만 흰색도 많이 다양해져 단순 분류는 어렵다”며 같은 계열색의 베리에이션이 산업디자인의 또 다른 도전이라고 강조했다.

향후 한국 자동차디자인의 지향점에 대해서는 개성, 실험적 도전에 초점이 맞춰졌다. 직선의 비율, 램프의 개선이라는 전문적 지적도 나왔다.

미디어 작가이자 계원예술대학에서 강의를 하고 있는 유비호 씨는 “베끼기”라는 말로 새로운 도전의 부재를 문제점으로 꼽았다. 그는 “새로 나오는 차는 새로운 차가 아니라 몇 개의 차를 조합해 놓은 퍼즐”이라며 “이런 식이라면 분명 어느 순간에는 한계에 도달할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그는 또 “베라크루즈의 뒷모양에선 BMW X3가 보이고, SM5와 SM7은 헷갈린다”며 자동차의 개성을 주문했다.

너무 순수한 의미의 예술을 이야기하는 게 아니냐고 되물었을 때 그는 손사래를 쳤다. “창조는 신의 영역이지만 창작에 대한 열망은 지평을 넓히는 일”이라며 실험과 도전이 디자인의 영역을 넓힌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계산없는 도전은 기업 입장에서 어려운 것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 그는 BMW X5를 언급하며 “7년동안 디자인을 바꾸지 않았으나 지금도 멋지다는 건 실험적 도전이 성공한 경우”라며 “2년도 못가 모델을 바꿔야 하는 것보다 앞을 내다보는 제대로 된 디자인 하나가 기업에도 훨씬 이득”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인터뷰 말미에 “한국 자동차디자인의 능력은 수준급이지만 디자인에 대한 이해는 부족하다”며 기자를 포함한 개성적 시각이 부족한 이들을 꼬집었다.

이번 설문과 인터뷰를 통해 주목할 만한 점은 25명의 미적 전문가들이 자동차에 대해 명확히 알고 있다는 것이다. 대부분은 자동차 명칭은 물론 새로 나온 자동차의 특징까지 세세히 알고 있었다. 이는 자동차디자인이 학문적 영역에서뿐 아니라 미적 영역에서도 관심의 대상임을 반증하는 것이다.

디자인이 품질보다 앞서 소비자를 유혹하는 시대다. 최근 삼성 이건희 회장이 밀라노에 최고 경영진을 모아 놓고 던진 화두도 디자인이었다. 이 회장이 ‘디자인 위기’를 선포하고 디자인분야의 1%급 인재를 충원하도록 지시한 것은 예술과 산업이 매우 밀접함을 보여주는 사례다. 소비자 의식 조사에서도 자동차를 구입하는 최우선 기준이 디자인과 색상으로 나타났다.

소비자는 고가품인 자동차를 사기 위해 많은 고민을 할 것이다. 이 중에서도 최우선으로 삼는 기준은 의식을 충분히 반영하는 것이다. 따라서 산업은 이러한 기준에 맞춰 발 빠르게 대응해야 한다. 또 거시적인 관점에서 디자인관련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한계에 봉착하지 않는다. 끊임없는 투자와 인재양성은 더 큰 이윤을 가져오는 인큐베이팅 작업임에 분명하다.



김민규 객원기자 min138@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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