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속은 최고, 대접은 최하인 경차 KO?

입력 2006년12월06일 00시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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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격한 유가상승으로 운전자들의 유류비 부담이 커지고 있다. 국내에서는 이에 대응하기 위해 관공서를 중심으로 실행중인 차량 5부제와 도심혼잡교통료 적용 등 자동차 운행을 줄이기 위한 여러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경차타기운동도 그런 맥락에서 추진되고 있다.

관공서의 경차전용 주차공간에 세워진 소형차.


우리나라의 대형차 선호도는 세계 2위라고 한다. 국내에서 팔리는 승용차 중 24.3%가 2,000cc 이상의 중·대형 승용차다. 경차의 비율은 계속 하락해 6.1%에 머물러 있다. 경차를 기피하는 요인으로는 경차를 무시하는 풍조가 가장 크게 작용한다. 경차를 타는 사람을 ‘경제적인 약자’로 취급, 차별하거나 무시하는 경향이 강하다. 자동차를 자기과시용으로 생각하거나, 자동차의 크기로 사람을 평가하는 우리 사회의 삐뚤어진 인식이 빚은 결과다. 그러나 경차는 주차 편의성과 각종 세제혜택 등 장점이 많아 경제적 실속은 최고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국내 도로여건 상 대형차의 필요성은 그다지 높지 않다. 비싼 유가, 정체가 심한 도로, 부족한 주차공간 등 대형차가 늘어나면서 그에 따른 교통문제도 증가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전국 주차장 확보율은 2005년말 기준으로 88.3%, 총 주차면 수는 1,159만7,639개다.



국내에서 시판되는 경차는 GM대우자동차의 마티즈가 유일하다. 아쉽게도 현대자동차 아토스, 기아자동차 비스토는 경차의 판매감소로 단종됐다. 오는 2008년부터 정부의 경차보급 활성화대책으로 경차의 규격이 너비는 1.5m에서 1.6m로, 길이는 3.5m에서 3.6m로 확대된다. 배기량은 800cc 미만에서 1,000cc 미만으로 커져 현재 판매중인 기아의 모닝도 경차에 포함된다.



경차를 구입하거나 타면서 누리는 혜택은 매우 많다. 예를 들어 △고속도로 통행료와 공영주차장 이용료 50%, 지하철 환승주차료 80%, 도심혼잡교통료 50% 할인 △거주자우선주차에서 우선순위로 적용되고 50% 요금할인 △구매 시 취득세, 등록세, 특별소비세, 도시철도공채 면제 △저렴한 세금(경차 : 80원/cc당) △높은 연비 (마티즈 : 자동 4단 16.6km/ℓ, 수동 5단 20.9km/ℓ) △작은 차체로 인한 주차 편리성 △사고나 고장 시 저렴한 수리비용 등이다.



그러나 경차에도 문제는 있다. 2002년 건설교통부가 실시한 안전도 평가에서 마티즈Ⅱ는 운전석과 전방탑승자 상해등급이 각각 별 1개로 나타나면서 안전성에 대한 큰 우려를 심어줬다. 아토스도 각각 별 3개에 그쳤다. 이 때문에 경차의 에어백 설치가 의무화돼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에어백은 비록 수동적인 안전장치에 불과하지만 충돌 시 사망의 주원인인 머리부상을 방지하는 데 큰 효과가 있어서다. 다행히 올뉴 마티즈는 "시티" 일반형에서도 EBD-ABS, 동반석&사이드에어백을 옵션으로 선택할 수 있고, 운전석 에어백은 전 모델에 기본 적용된다.



낮은 출력으로 인해 오르막길 주행이 힘들다는 소비자들의 불만도 꾸준히 제기돼 왔다. 그러나 편의성을 중시하는 소비자들의 성향에 맞추기 위해 경제성이 우선인 경차에 과분한 편의장비를 갖추다보니 차 무게가 늘어나 출력 부족을 부추기고 있는 실정이다. 실내공간이 좁다는 의견도 지배적이다. 그러나 2008년부터 경차의 규격이 커지고, 배기량도 늘어나면서 이런 불만은 일부 해소될 전망이다.



의외로 비싼 자동차가격과, 잦은 리콜로 인한 품질의 신뢰도도 문제점으로 꼽히고 있다. 올뉴 마티즈 시티 고급형에 자동변속기와 사이드에어백을 선택했을 때의 가격은 950만원으로, 소형차 가격의 90%에 이른다. 경차라는 점에서 각종 혜택을 고려하더라도 소비자들이 생각하는 경제성과는 거리가 있는 액수다. 이에 더해 마티즈는 지난 3월 CVT 변속기의 일부 부품 불량으로 리콜을 실시했고, 이에 앞서 2004년에는 20만대를 리콜했고, 주행중 냉각수가 누수돼 엔진과열 현상이 일어나 소비자들의 항의가 빗발치자 뒤늦게 무상수리에 나서는 등 소비자들에게 품질에 대한 불안감을 심어줬다.



결국 경제성과 실속을 두루 갖춘 경차가 우리 사회의 삐뚤어진 인식과 제조업체의 무책임한 행동으로 설 자리를 잃어 온 셈이다.



이길순 객원기자 lks164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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