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위도 녹여주는 효행길 따라서

입력 2006년12월09일 00시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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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쌀한 날씨에 절로 옷깃이 여며진다. 따뜻함이 그리워지는 계절, 경기도 화성에 있는 용주사로 떠나보자. 그 곳은 조선 제22대 왕인 정조 임금의 애틋한 효심이 녹아 있는 사찰로, 곳곳에 아버지를 그리는 아들의 사랑이 매서운 겨울 추위도 잊게 한다.



정조임금의 아버지는 비운의 사도세자로, 부왕(영조)의 미움을 받아 28세의 젊은 나이에 뒤주에 갇혀 8일만에 굶어죽었다. 정조는 비명에 숨져간 아버지를 늘 가슴아파했는데 왕위에 오른 후 내내 선친에 대한 지극한 효심을 보였다. 사도세자를 장헌세자로 복권시키고, 능을 수원 화산으로 옮겨 묘호를 바로 세우는 한편 1년에도 여러 차례 능 참배길에 오르기도 했다. 수원에 있는 화성은 정조임금이 아버지 장헌세자에 대한 효심으로 수도를 옮길 계획에 쌓았던 성이기도 하다.



어느 날 한 스님으로부터 부모은중경(父母恩重經) 설법을 듣고 크게 감동한 정조임금은 선친의 넋을 위로하기 위해 절을 세울 것을 결심하는데, 그 절이 바로 용주사다. 선친의 능을 바로 이웃하고 있는 이 곳은 원래 신라 문성왕 16년(854)에 창건된 갈양사가 있던 자리였다. 병자호란 때 폐사된 갈양사 절터에 다시 절을 세우고 원찰로 삼았다. 낙성식날 밤 정조임금은 꿈을 꿨는데 용(龍)이 여의주를 물고 승천하는 꿈이어서 절 이름을 용주사(龍珠寺)라 했다 한다.



정조임금의 효행길을 달려 용주사 주차장에 이르면 일주문없이 바로 사천왕문이 자리하고 있다. 절집으로 들어가는 첫 관문이다. 사천왕문을 통과하면 널찍널찍한 바닥돌이 박힌 입구가 나오며 왼쪽으로 효박물관이, 오른쪽으로는 단풍나무숲이 발아래 수북 낙엽을 깔고 있다.



법당 안마당으로 들어가려면 문루인 천보루(내부 현판에는 홍제루라 쓰여 있다) 아래를 통과해야 한다. 천보루 앞에는 넓은 공간이 있는데, 이는 당시 용주사의 위용을 말해주는 것이다. 용주사가 왕실의 원찰이었던 만큼 왕가의 사람들이나 벼슬아치들이 자주 드나들었고, 그를 수행했던 많은 사람들이 잠시 머물 공간도 필요했기에 이 천보루 앞에 넓은 공간을 마련했다고 한다.



천보루를 통과하자마자 마주하는 대웅보전은 1790년 용주사의 창건과 함께 지어진 유서깊은 건물로 정면 3칸, 측면 3칸의 다포계 팔작집이다. 지형 차이를 이용해 장대석 축대를 쌓고 그 위에 대웅보전을 놓아 돋보이도록 했다. 대웅보전은 무엇보다 후불탱화로 아주 유명한데, 김홍도가 그린 그림으로 소문나 있다. 그런데 이 그림의 밑단에는 일반적인 불화의 형식과 달리 이례적으로 화기(畵記)가 적혀 있지 않을 뿐더러 양식적으로도 김홍도의 화풍과 차이가 커 김홍도의 진작(眞作)으로 단정하기는 어렵다.



대웅보전 앞에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회양나무가 한 그루 있다. 정조임금이 용주사를 중창할 때 손수 심은 기념수라고 전해진다. 수령 약 200년의 회양나무는 여러 차례 고사 위기를 넘기고 지금도 힘들게 버티며 용주사를 지키고 있다.



용주사의 가장 중요한 문화재는 역시 부모은중경이다. 정조가 전생 부모의 은혜를 갚고, 현세 부모님께 효도하는 열 가지의 은혜를 목판과 석판에 새기고 김홍도에게 그림을 그려 동판에 새기게 해 이 절에 하사했다고 한다. 지금도 동판 7매, 석판 24매, 목판 54매가 전해 온다. 대웅보전 옆 잔디밭에는 10개 항에 이르는 부모은중경을 새긴 탑비가 우뚝 서 있다.



이 밖에 용주사에는 국보로 지정된 범종각의 동종이 있다. 상원사 동종, 국립 경주박물관의 에밀레종 등과 더불어 손꼽히는 걸작이다.



정조임금의 애틋한 효심이 200년 세월이 지나도 여전히 온기를 주는 용주사. 추운 겨울날, 또는 부모님을 떠올리면 마음이 몹시 시려지는 그런 날 이 곳을 찾게 되면 용주사는 더욱 더 따뜻하게 길손을 맞아준다.



*가는 요령

서울과 오산을 잇는 1번 국도의 태안읍 병점육교에서 서쪽으로 4km 정도 가면 안용중학교를 지나 오른쪽으로 용주사 진입로가 나온다.



수원에서는 시외버스터미널에서 국도 1번을 타고 병점(4.6km)을 지나 정남 방면 84번 국도를 타고 우회전, 6.6km를 가면 용주사 주차장에 이른다.



이준애(여행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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