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번호판, 옛것이 좋다

입력 2006년12월09일 00시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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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사회적 경향을 보면 5~6년새에 자동차 및 교통관련 사안이 예전보다 더욱 큰 관심을 끄는 걸 알 수 있다. 정부 정책에 대해 현실과 조금이라도 다르면 적극적으로 의견을 제시하고 개선을 요구하는 경향을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다. 격세지감을 느낄 수 있다. 주변 선진국은 이런데, 우리는 이럴 수 있느냐는 항의는 기본이고, 우리도 이제 이 정도는 해야 하지 않느냐고 도리어 전향적인 주장을 내놓기도 한다. 그 만큼 예전과는 달리 우리나라의 위치가 선진국에 다다르고 있다는 현실감과, 조금만 노력한다면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의 표현이기도 하다. 필요에 따라서는 여론의 힘을 빌리기도 하고, 정부 당국이나 정치권의 힘을 통해 의견을 관철시키는 경우도 있다. 바람직한 결과가 도출되기도 하지만 도리어 없는 경우보다 못한 결과를 가져오기도 한다.

최근의 자동차관련 사안 중 자동차번호판이 대표적인 예다. 3년 전 시작된 자동차번호판 문제는 이제 전 국민적인 관심거리로 등장해 최근까지 건설교통부는 이 사안으로 ‘안주거리’가 되기도 했다. 이제는 번호판 종류가 6가지가 돼 어느 번호판이 진짜이고, 어느 것이 괜찮은 지도 혼돈스러울 정도다.

초심과는 달리 사안의 본질이 무엇이고, 왜 이런 논란이 발생했는 지도 가물가물하다. 도리어 최종안이라는 흰색 바탕에 검은 색 글씨의 기다란 번호판을 자세히 보노라면 차와 잘 어울리기보다는 합판으로 만든 임시번호판같은 느낌도 든다. 도리어 초기의 초록 바탕에 흰색 글씨를 가진 옛 번호판에 애착이 가기도 한다. 중간중간 논란의 결과로 태어난 번호판들을 보면서 근본적인 문제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자동차번호판 논란의 핵심은 이전의 번호판이 차와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최근에 출시되는 차를 보면 예전의 투박하고 껄끄러운 모습보다는 세련되고 매끈한 외모를 자랑하고 있다. 이에 걸맞는 번호판을 달아야 한다는 논리도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우선 생각해야 할 것은 디자인이나 모양에 앞서 번호판 부착의 의미다. 즉 제 3자에게 나의 존재를 알려주는 게 번호판의 주목적임을 알아야 한다. 멀리서도 눈에 띄게 확실하면서 뚜렷한 모습을 인지시키는 게 가장 중요하고, 그 다음으로 모양이나 차와 어울리는 디자인 등이 수반된다면 더욱 좋을 것이다.

최근 수년간 진행돼 온 번호판 논란을 보면 이러한 원칙에 앞서 너무 여론에 따른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누리꾼 등을 통해 제기된 문제를 시작으로 일파만파 번져 수년 후인 지금까지 온 과정은 정상적이라기보다는 본질적인 문제를 다지기에 앞서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처음부터 번호판의 본래의미를 기반으로 전문가들이 모여 의견을 개진했다면 이러한 사태까지 이르지는 않았을 것이다.

초기에 건교부 담당자가 자동차번호판 전체의 글씨를 키우고자 글자 하나를 내리기만 하고 글씨 형태나 전체적인 색깔을 유지한 행태는 번호판 본래의 목적을 생각하면 당연한 작업이었다. 수십년간 우리가 보아 오고 누구도 제시하지 않았던 보편적인 번호판을 갑자기 검증되지 않은 여론에 의해 휩쓸려 새로 만든 점은 다시한 번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만든다.

이제는 한 걸음 물러서서 재삼 숙고하는 자세를 우리는 배워야 한다. 해당 분야의 전문가가 모여 우선 논의하고 대안이 마련되면 여러 가지 중 우리가 평가하고 건전한 의견을 제시한다면 시행착오에 앞서 검증된 절차가 제도화되는 계기를 제공할 것으로 믿는다. 사소한 문제로 정부당국인 건교부를 밀어부쳐도 안될 것이고, 건교부도 설익은 정책 입안으로 국민을 자극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

옛날 번호판이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주변에서 늘고 있다는 사실을 생각하면서 자신도 한 번 어느 번호판이 좋은 지 비교해 보자. 그리고 멀리서도 눈에 잘 띄는 번호판이 어느 것인 지도 확인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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