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다 시빅 A필러에 숨은 디자인

입력 2006년12월19일 00시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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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다 시빅이 왔다. 1960년대 데뷔 이후 지금까지 1,700만대가 팔린 혼다의 근본이다. 시빅의 한국 상륙은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일본의 대중 세단이 한국시장에서 본격 판매된다는 점에서다. 다른 수입차는 물론 국산차메이커들도 경계해야 할 대목이다. 그래서일까. 시빅 발표회장에는 경쟁사 관계자들이 많이 참석했다. 다른 수입차업체는 물론 현대자동차 관계자들도 눈에 띄었다. 업계가 그 만큼 신경쓰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 풍경이다.

일본차들은 한 때 기자의 로망이었다. 90년대초 일본 자동차잡지를 통해 눈이나마 한껏 호사를 부렸다. 시빅도 그 때 만났던 많은 차들 중 하나다. 그런 차를 이제 한국에서 실제 만나는 순간이 온 것이다. 2.0ℓ 엔진을 이번에 내놓고, 내년 2월에 하이브리드카를 시판한다는 게 혼다의 일정이다. 1.8ℓ도 내년 상반기중에는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시빅 2.0을 시승했다.

▲디자인
시빅은 평범해 보이면서도 매우 적극적이고 강한 개성을 지닌 차다. 좀 작아보이기는 하지만 준중형급으로는 손색없는 모습이다.

자세히 보면 객실 공간을 최대한 넓히기 위해 애썼음을 알게 된다. 일단 보닛이 짧고 엔진룸이 드러난 부분이 좁다. 객실 안쪽으로 파고들어갔다. 캡포워드 디자인이다. 실내공간을 많이 확보하기 위해 A, C필러를 최대한 바깥으로 빼놓는 방법이다. 이 때문에 실내에 앉으면 운전석 앞공간이 상당히 넓고 깊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높은 곳에 올라가 내려다보면 앞유리창이 다른 차들보다 넓게 만들어졌다. A필러를 더 많이 기울여 앞으로 쭉 빼놓았기 때문이다.

A필러 끝에 작은 삼각형 유리창을 만든 것도 캡포워드 디자인 영향이다. A필러가 누운 만큼 차창도 넓어져야 하는데, 그렇게 되면 창을 열고 닫는 데 많은 공간이 필요할 뿐 아니라 문이 제대로 열리지 않을 수 있다. 유리를 조각내 끝부분만 분리하면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따라서 A필러 끝부분에 물리는 도어 형태도 조금 복잡한 형상을 띄게 됐다.

캡포워드 디자인의 장점은 역시 공간을 넓힐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넓어진 공간의 상당 부분이 대시보드부터 앞유리창까지다. 공간을 넓히기는 했으나 넓어진 공간을 효과적으로 사용하게 만들지는 못했다.

계기판을 2단으로 배치해 아래는 rpm게이지, 위로는 속도계를 뒀다. 속도계는 숫자로 표기되는 디지털 방식이다. 그 옛날 르망의 디지털 속도계를 접했던 이들은 아련한 향수를 느낄 지도 모르겠다. 계기판의 컬러 코드는 블루다. 세련된 컬러 감각이 돋보인다. ‘그대 안의 블루’란 영화가 있었다. 독특한 컬러감각이 인상적이었던 이 영화를 만들 때 이 차가 있었다면 여주인공 강수연의 차로 딱 좋았겠단 생각도 해본다. 인테리어에서 돋보이는 파란 색이 인상적이다.

새 차를 만날 때 습관적으로 점검하는 곳이 윈드실드와 루프가 접하는 곳의 마감상태다. 이 곳을 보면 얼마나 세심하게 차를 마무리했는 지 대강은 알아챌 수 있다. 고급차라고 광고하는 차들 중에도 의외로 이 곳을 허술하게 처리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러니 준중형 세단에서야 조금 허술해도 이해할 수 있다. 그럼에도 시빅은 이 부분이 깔끔하게 마무리됐다. 고급차 저리가랄 정도다.

뒷좌석은 바닥이 평평하다. 앞바퀴굴림이어서 센터터널이 없고, 레이아웃을 적절하게 조절해 평평한 바닥을 만들었다.

▲성능
가속을 하면 가늘고 높은 하이톤의 엔진소리가 들린다. 155마력, 19.7kg·m의 토크는 실제 주행영역에서 편안하게 차를 움직인다. 시속 160km 이상으로 속도를 높이기에는 2% 부족한 느낌이다. 힘이 부족한 건 아니지만 질감은 아쉽다. 굵고 강한 힘이 여유있게 느껴지기를 원한다면 이 차에 실망할 지 모른다. 시빅의 엔진 파워는 얇고 빠듯하지만 그렇다고 부족하다고는 할 수 없는 딱 맞는 힘이다. 조금의 힘도 낭비하지 않도록 "저스트 파워"를 구현했다고 보면 된다.

국산 중형차 쏘나타 2.0과 비교하면 시빅이 힘은 좀 더 세고 몸무게는 조금 가볍다. 상대적으로 효율적이랄 수 있다. 1,330kg의 비교적 가벼운 몸은 어떤 속도에서도 부담없이 움직인다.

조용한 편은 아니다. 속도를 높이면 엔진소리와 함께 바람소리가 실내로 파고 든다.

마음에 드는 건 스티어링 성능이다. 우선 손에 잡히는 느낌이 좋다. 그리고 날카롭다고 할 정도로 민감했다. 서행하면서 좌우로 한 번 운전대를 흔들기만 해도 차의 거동이 크다. 카트를 모는 것 같은 생각이 들 정도다. 한 번에 감기는 맛이 일품이다.

변속레버는 CR-V와 같은 형태다. S모드에서는 운전대에 붙은 패들 시프트로 변속할 수 있다. 패들 시프트를 이용하면 변속이 쉽고 빠르다. 그리고 재미있다. 자동 5단 변속기는 부드럽다. 변속순간이 충격없이 부드럽게 넘어간다.

살짝 비가 내려 노면이 미끄러운 상태에서 코너를 거칠게 공략했다. 타이어와 노면의 밀착감이 느껴질만큼 차는 급한 코너를 급하지 않게, 정확히 돌아나갔다.

고성능차는 아니지만 차급에 맞는 꽉 찬 성능이다. 최첨단, 최고급이란 수식어는 이 차에 맞지 않는다. 그 보다는 적절한 힘과 성능이 잘 다듬어진 차라 할 수 있겠다.

▲경제성
시빅은 한국에서 2,990만원에 팔린다. 여러 복합적인 판단이 작용한 가격이 아닌가 싶다. 수입차시장에서는 분명 싼 가격이기는 하다. 그러나 일본, 미국시장과 비교하면 싸다고 할 수 없다. 혼다가 마음만 먹으면 좀 더 매력적인 가격을 내놓을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짐작해 본다. 하지만 공급이 문제다. 주문이 밀리고 소비자가 줄을 서는데 제 때 공급을 하지 못한다면? 한 달에 100대 정도 팔릴 것으로 기대한다는 혼다코리아측 설명에 답이 있다. 공급을 마냥 늘릴 수 없는 입장이니 수요를 적정한 선에서 유지할 수 있는 가격을 구한 답이 2,990만원이 아닌가 해석해 본다.

시승 / 오종훈 기자 ojh@autotimes.co.kr
사진 / 권윤경 기자 kwon@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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