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자동차가 최근 이례적인 보도자료를 내놨다. 12월들어 판매실적이 비약적으로 증가한다는 게 주 내용이다. 일반적으로 판매와 관련된 내용은 월말 집계 후 내놓는다는 점에 비춰볼 때 기아의 이번 발표는 전략적인 측면이 강하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게다가 대부분의 내용이 판매가 급격히 늘고 있음을 강조한 건 그 동안 판매실적 저조에 따른 수익성 악화로 구겨진 이미지를 서둘러 회복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란 해석이다.
기아의 이번 발표에 대해 일부에선 "정의선 사장 살리기"라는 풀이도 내놓고 있다. 경영시험대에 오른 정 사장이 지휘봉을 잡은 이래 적자를 면치 못한 기아로선 어떻게든 실적을 만회해야 그룹 승계에 대한 외부 여론을 잠재울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을 것이란 시각이다. 지금처럼 기아가 수익성이나 기타 판매실적에서 고전을 면치 못한다는 인상을 계속 심어줄 경우 차기 그룹의 최고경영자로서 정 사장의 입지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다는 설명이다.
실제 이번 보도자료에서 기아는 12월들어 계약대수가 1만3,174대로 전월동기 대비 21.2%, 판매는 1만484대로 19.3%가 늘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 같은 실적증가는 계절적인 요인에 힘입은 바 크다. 특히 SUV와 RV에 주력하는 기아로선 내년 7~9인승 등록세와 자동차세 인상 등을 앞두고 선구입이 몰렸고, 이는 다른 업체들도 마찬가지였다. GM대우의 경우 12월 윈스톰 판매가 전월 대비 30% 정도 신장했고, 쌍용도 연말 판촉방안이 효과를 거두며 선전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기아 스스로 월말도 아닌, 월중에 판매증대를 굳이 부각시킨 이유는 뻔하는 것.
결국 올해 1, 2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한 데다 서유럽 내 수출재고가 쌓이면서 여러모로 부담을 느낀 기아로선 어떻게든 회사가 잘 되고 있다는 걸 대외적으로 알려야 정 사장의 경영능력이 인정받을 수 있다고 본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정몽구 회장이 기아의 수익성 개선에 노력하겠다는 의지를 내보였고, 곧바로 기아가 월중에 판매자료를 내놓은 건 우연이 아니다"고 전제한 뒤 "그러나 기아는 일시적인 판매증가 현상을 알리는 데 치중하기보다는 근본적인 제품력과 품질강화에 더 신경을 써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권용주 기자
soo4195@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