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립고 따뜻한 곳에서 추억을···

입력 2006년12월22일 00시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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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뒷모습이 나를 잡았다. 매운 해풍이 사납게 헤집고 다니는 그 솔숲에서였다. 칼바람에도 아랑곳없이 움직임없는 뒷모습으로 그녀는 그 곳에 서 있었다. 무엇일까. 무엇이 그녀를 저토록 ‘눈멀도록 바다만 지키게’하는 것일까.

그녀가 나를 잡았다


세월이 흐르는 소리가 파도처럼 선명하게 들리는 12월말. 이 맘 때면 사람들은 그립고 따뜻한 곳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안면도 꽃지해안에도 추억에 분주한 이들의 발길이 이어진다.



......(전략).......

오랫동안 나는 보이는 것만 사랑했다

이제는 보이지 않는 것도 사랑해야 하리라

낙조
내 등뒤로 사라진 어제, 나 몰래 피었다 진 들꽃

한 번도 이름 불러보지 못한 사람의 이름

눈 속에 묻힌 씀바귀

겨울 들판에 남아 있는 철새들의 영혼

오래 만지다 둔 낫지 않은 병,

추억은 어제로의 망명이다

오션캐슬
생을 벗어버린 벌레들이 고치 속으로 들어간다

너무 가벼워서 가지조차 흔들리지 않는 집

그렇게 생각하니 내 생이 아려온다

짓밟혀서도 다시 움을 밀어 올리는 풀잎

침묵의 들판 끝에서

추억은 혼자 분주하다

노천온천욕의 즐거움


그 곳에서 이기철의 시 <추억은 혼자 분주하다>를 떠올린 건 그녀의 뒷모습 때문만은 아니다. 여느 겨울바다의 쓸쓸함과 달리 꽃지해안의 겨울풍경이 만들어내는 그리움과 따뜻함, 왠지 모르는 아릿함이 잠든 추억을 깨우기 때문이다.



방포항과 나란히 이어지는 꽃지해안의 첫손 꼽히는 풍경은 할미바위와 할아비바위다. 슬픈 전설을 간직한 채 바다 위에 마주 선 두 바위는 그 자체만으로도 구경거리지만 특히 이 곳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일몰풍경은 너무도 아름답다. 그 아름다움을 잡기 위해 많은 사진작가들이 연말이면 이 곳으로 몰려든다.



전해 오는 이야기에 따르면 신라시대 해상왕 장보고가 지금의 전남 완도인 청해진을 기점으로 해 북으로는 장산곶, 중앙부로는 견승포(지금의 안면도 방포)를 기지로 삼고 주둔했을 때 당시 기지사령관으로 승언이라는 이가 있었다고 한다. 그는 부인과의 금슬이 유난히 좋았는데, 어느 날 바다로 출정명령을 받고 떠난 후 돌아오지 않았다. 날마다 바닷가로 나가 남편이 돌아오기를 기다리던 승언의 아내는 결국 죽어서 바위가 됐는데 이 바위가 할미바위이고, 그 앞의 바위를 할아비바위라 부르게 됐다고 한다.

바닷가 여인들


할미바위와 할아비바위를 바라보며 해안도로를 따라가면 오션캐슬의 당당한 모습이 이름처럼 등장한다. 오션캐슬은 서해안을 대표하는 최고급 종합휴양리조트다. 호텔급 숙박시설과 콘도미니엄뿐 아니라 아쿠아월드를 비롯한 여러 시설을 갖추고 있어 4계절 많은 이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멤버십으로 운영되지만 부대시설은 일반인들도 이용할 수 있다. 특히 인기있는 곳은 노천 선셋 스파로, 김이 무럭무럭 나는 야외온천에 몸을 담그고 파도소리에 귀를 기울일 수 있다.



오션캐슬 주변에 형성된 포장마차촌도 이 곳의 명물. 바닷가를 거닐다 언 몸을 녹이기 위해 휘장을 들치고 들어온 사람들은 조개구이 화덕이 더없이 반갑다. 매콤한 양념과 쫄깃한 조개맛에 빠져 노을이 지는 것도 깜빡 잊어버린다.



방포항으로 가면 항을 가로지르는 꽃다리를 건너 깨끗한 시설의 횟집촌이 네온을 반짝이며 손님을 부른다. 싱싱한 횟감과 다양한 밑반찬이 구미를 당긴다.

조개구이와 생선회


*가는 요령

서해안고속도로를 타면 홍성 IC에서 빠져나와 해미 방면으로 향하는 국도 29번을 탄다. 갈산 3거리에서 좌회전해 서산 AB지구 방조제를 타고 쭉 달린다. 원청 3거리에서 고남·안면 방향으로 좌회전, 77번 국도를 따라 달리다가 연육교를 지나면 안면도다. 꽃지해안은 안면읍에서 이정표를 따라 움직이면 쉽게 찾을 수 있다.



이준애(여행 칼럼니스트)

꽃지 해안.멀리 두바위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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