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350, 조용히 달리는 즐거움에 빠지다

입력 2006년12월24일 00시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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렉서스의 라인업이 350과 460으로 신속하게 교체됐다. IS, ES, GS, LS로 이어지는 렉서스 세단 라인업에서 GS는 플래그십카 LS의 바로 아래 배치되는 고급 스포츠 세단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수수한 모양이지만 구석구석 뜯어보면 치밀하게 차를 만드는 토요타의 고집을 만나게 된다.

▲디자인
"스포츠 세단이라고?" 디자인으로 보면 그냥 세단이다. "스포츠"라는 접두어가 어울리지 않는다. 얌전한 모양이 튀지도 않고 단단한 느낌을 주기에도 어딘지 약하다. 스포츠 세단이라면 성능도 성능이지만 디자인에서도 조금은 튀어 보일 것이라는, 혹은 그래야 한다는 선입견을 가진 사람이라면 이 차가 스포츠 세단이라는 데 동의하기 힘들다.

디자인, 즉 인테리어와 익스테리어를 통해 만나는 건 토요타가 차를 만드는 자세다. 첨단 기술이나, 경쟁사보다 앞서 적용하는 기술이 아니다. 틈새를 없애거나 일정하게 하고, 단차를 줄이는 꼼꼼한 손길이 구석구석 닿아 있다. 눈길이 머물지 않는 곳에도 토요타 근로자들의 손길은 지나가지 않는다.

트렁크 안쪽 깊숙한 곳 윗부분. 스피커 등이 놓이는 이 곳은 대부분의 메이커들이 맨철판을 그냥 노출시키는 경우가 많다. 고급차 중에서도 간혹 그런 경우가 있고, 심지어 어떤 브랜드의 플래그십카도 트렁크 안쪽에 맨철판이 그대로 노출된 채 출고된다. 평평한 철판이 아니라 굴곡과 프레스 자국이 있고, 군데군데 구멍이 뚫린 철판을 대할 때는 참 민망하다. GS350은 방음재로 잘 마감해 맨철판이 드러나지 않는다. 지붕과 앞유리창이 만나는 지점의 마감처리도 잘 돼 있다. 철판이 마주하는 틈새는 치밀했다. 틈새가 치밀하면 빨리 달려도 바람소리가 커지지 않는다.

아니나 다를까. 공기저항계수가 0.27이다. 0.29만해도 최우수라 할 만한데 그 보다 공기저항을 적게 받는다. 공기저항계수는 디자인에서 승패가 결정된다. 별로 있어 보이지도 않고, 힘세 보이지도 않는, 그저 그렇게 생긴 수수한 자동차가 만만치 않은 성능에 공기저항도 덜 받는 쫙 빠진 몸매라는 게 믿어지는가.

눈으로 봐선 모르겠으나 제원표를 잘 살피면 차체 높이가 1,425mm에 불과하다는 걸 알게 된다. 다른 일반 세단들보다 조금 낮은 것. BMW 530보다 40mm 정도가 낮다. 무게중심도 함께 낮아지고 달리기 성능, 특히 고속주행성능도 따라서 좋아질 것임을 미뤄 짐작해 본다.

열선이 깔린 시트는 찬 바람을 내기도 한다. 엉덩이가 호사를 부린다.

▲성능
디자인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면 성능은 이를 충분히 보상해주고도 남는다. 디자인을 보고 “스포츠 세단 맞아?” 하고 질문을 던졌다면 이 차를 타본 뒤 “스포츠 세단 맞아!”하고 고개를 끄덕일 게 분명하다.

생긴 것과는 다르게 힘이 셌다. 최고출력 307마력. 최대토크는 37.9kg·m에 이른다. 1,710kg의 무게는 그리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은 정도. 스트로크 길이보다 실린더 지름이 더 큰 숏 스트로크 엔진은 스포츠 세단의 정석이다.

서스펜션은 단단했고 가속반응은 빨랐다. 가속 페달을 툭툭 밟으면서 3,000~4,000rpm을 순간적으로 넘나들 때마다 차는 튕겨 나갈 듯 반응했다. 가속 페달과 차체가 거의 동시에 움직인다. 입력과 출력에 시간차이를 느끼기 힘들 정도.

서스펜션의 단단함만으로도 ‘스포츠 세단’을 느낄 수 있다. 무게가 쏠릴 때 서스펜션의 반발력이 대단했다. 제동할 때, 코너에서 서스펜션은 팽팽한 긴장감을 갖고 차체를 제어한다. 달리는 즐거움을 제대로 즐길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 조용함이 렉서스의 미덕이었다면 GS350에서는 달리는 즐거움의 미덕이 하나 더 보태졌다. 조용한 렉서스가 달리는 즐거움에 빠진 셈이다.

80km/h. 편안하다. 세상에 걱정이 없는 듯 창 밖 세상은 평온했고 차 안은 고요하다. 적막하다고 해도 좋겠다. 120km/h. 편안함은 여전하지만 간간히 긴장감이 찾아온다. 과속카메라와의 신경전도 벌여야 한다. 고요함은 물러날 때를 아는 것처럼 부지런히 차를 떠날 채비를 한다. 고요함보다 조용함이 좋겠다. 160km/h. 운전대를 잡은 손에 살짝 힘이 들어간다. 긴장이 시작된다. 평온과 긴장의 공존하는 속도. 코너에선 긴장이, 직선에서는 평온이 비중을 높인다. 바람소리도 제법 들린다. 조용함도 떠났다. 190km/h 그리고 200km/h. 긴장이 손목과 팔뚝을 타고 넘어 어깨와 목으로 전해진다. 이 속도에서도 가속 페달에 여유가 있다. 가속은 더디지만 꾸준히 속도를 높인다. 그 이상의 속도도 의미가 크겠지만 이 정도도 기자에겐 무리다.

엄청난 속도. 돌아보면 1년에 서너 번 경험할 속도를 요즘에는 거의 매달 체험한다. 고속이 일상화될만큼 차의 성능은 좋아지고 있다. 놓쳐서는 안될 게 있다. 차의 성능이 좋아지는 만큼 속도는 더 빨라지고, 그 보다 훨씬 더 위험이 커진다는 사실이다. 고성능일수록 안전에 대한 배려도 중요해지는 이유다.

충격흡수 고강도 보디와 총 10개의 에어백. 렉서스가 이 차에 적용했다는 대표적인 안전장치다. 단단한 서스펜션에 더해 브레이크 성능이 좋은 편이어서 조금 빨리 달리다가도 빠르게 속도를 줄일 수 있다.

▲경제성
연비는 10.3km/ℓ. 배기량에 비해 우수하다. 압축비를 11.8대 1까지 끌어올렸고 6단 변속기를 장착한 데다 공기저항계수가 낮은 등 여러 요인이 빚어낸 결과다. 압축비 11.8은 가솔린엔진의 한계점까지 끌어올린 셈.

차값은 7,310만원. GS는 사실 대중적인 인지도면에서 렉서스의 다른 모델들에 비해 조금 떨어진다. LS는 플래그십카, IS는 엔트리카, ES는 베스트셀링카, RX는 SUV 등 모델에 따라 연상되는 차가 있지만 GS를 스포츠 세단으로 얼른 떠올리는 사람들은 마니아들 정도다. GS와 ES를 구분하기도, 어느 차가 윗급인 지도 헷갈려하는 사람들이 많다. GS로서는 인지도를 조금 더 높일 필요성이 있다는 말이다. 당연히 7,000만원이 넘는 가격에 고개를 끄덕일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그래도 렉서스는 가격에서 양보하지 않는다. 시장에서 수위를 다투는 톱브랜드의 고집이다. 어쩌면 그래서 톱브랜드인 지도 모른다.

GS를 상대로하는 경쟁자들의 공세도 만만치 않다. 비슷한 배기량의 인피니티 G35 세단이 대표적이다. 가격으로는 IS250, 성능으로는 GS350과 경쟁할 만하다. 3.5ℓ급 차종의 치열한 추격전. 수입차시장을 보는 또 하나의 관전 포인트다.

시승 / 오종훈 기자 ojh@autotimes.co.kr
사진 / 권윤경 기자 kwon@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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