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 전손차, 무조건 폐차시켜라?

입력 2006년12월28일 00시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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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해보험사가 보유한 전손차는 무조건 폐차시켜야 한다는 개정법률안이 의원 발의돼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전손차는 자동차보험의 대물 또는 자기차량손해 사고로 수리비 등이 차값보다 많이 나왔을 때 수리 대신 중고차시세나 보험개발원의 차량기준가액을 기준으로 피해자나 가입자가 보험금을 받고 보험사에 소유권을 넘긴 차다. 보험사 입장에서 전부 손해를 봤다는 뜻. 태풍과 집중호우로 침수돼 자기차량손해 보험금을 받은 자동차도 전손차에 해당한다.

차명진 한나라당 의원은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자동차관리법 일부 개정법률안을 지난 27일 대표발의했다. 이 개정법률안이 시행되려면 국회 건설교통위, 법사위, 본회의 및 공청회를 거쳐야 한다. 차 의원은 개정법률안 제안 이유에 대해 보험사의 전손차가 도난차 유통에 악용되는 걸 막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현재 자동차절도범들은 보험사가 전손보험금을 회수하기 위해 매각하는 전손차를 사들인 뒤 그 차의 차대번호를 훔친 차에 잘라 붙여 시중에 판매하거나 수출하고 있다. 따라서 보험사가 전손차에 대해 말소등록을 의무적으로 신청하는 조항을 자동차관리법에 포함하면 도난차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 말소등록은 폐차를 위한 과정으로 말소등록된 자동차는 시중에 중고차로 팔 수 없다.

실제 1년 전 금융감독원이 자동차 도난보험금 지급분야를 조사한 결과 2004회계년도에 2,342건의 도난사고로 252억원의 보험금이 지급됐다. 또 절도범들은 보험사가 매각하는 전손차 중 재생가치가 거의 없는 차를 헐값에 사들인 뒤 같은 차종을 훔쳐 차대번호를 위·변조해 유통시켰다. 금감원은 당시 보험사가 재생가치가 없는 잔존물은 폐차말소하는 등 처리절차를 개선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이 개정법률안을 놓고 폐차업계와 중고부품업계는 찬성, 보험업계는 반대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폐차업계는 폐차물량이 늘어나 수익성이 높아진다는 이유로, 중고부품업계는 보험사들이 폐차하기 아까운 차들을 해체해 중고부품으로 처리하면 중고부품 유통시장이 활성화된다는 이유로 각각 찬성하고 있다. 전손차는 2002회계년도에 5만6,154대, 2003회계년도에 7만2,674대, 2004회계년도에 6만4,97대로 집계됐다. 연간 6만~7만대 정도로, 국내 폐차대수 50만여대의 12~14% 정도에 이른다.

폐차업과 중고부품 유통업을 함께 취급하는 업계 관계자는 “절도범들이 주로 사용하는 차대번호 위·변조가 어려워져 도난예방에 기여할 수 있다”며 “아울러 연간 6만여대의 전손차가 유입돼 침체된 폐차 및 중고부품 유통시장이 활기를 띠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보험업계는 연간 6만~7만대에 달하는 전손차를 모두 폐차하면 보험사들이 전손 보험금으로 나간 손실을 메울 수 없어 막대한 손해를 입어 결국 보험료를 올리게 된다며 반대한다. 중고차로 판매하면 100만원은 받을 수 있는 차도 폐차나 중고부품으로 처리하면 절반도 거둬들이기 힘들어서다. 전손차를 모두 폐차대상으로 여기는 발상도 문제라고 지적한다. 전손은 보험사가 줘야 할 보험가액 한도가 모두 보험금으로 나갔다는 뜻으로 ‘폐차’와는 다른 데다, 보험가액이 중고차시세보다 낮게 설정된 경우도 많아 ‘전손=폐차’라는 공식은 성립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예를 들어 중고차시세 500만원인 차의 경우 보상한도액이 300만원이고 수리비가 300만원을 넘으면 보험사는 전손보험금으로 300만원을 차 소유자에게 주고 차를 가져온다. 자비보다는 보험으로 처리할 때 수리비가 많이 나오고, 중고부품을 사용해 수리비를 크게 줄일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용가치가 남아 있는 차를 폐차하는 건 낭비라는 게 보험업계의 주장이다.

보험업계 일각에서는 보험가액을 모두 지급했더라도 전손이 아닌 분손(부분손해)으로 처리하는 보상기법이 많아 개정법률안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한다.

대형 보험사의 보상담당자는 “전손차 10대 중 6대는 출고된 지 5~10년인 차로 중고부품 등을 활용해 얼마든지 가치를 높일 수 있다”며 “전손차 중 사용가치가 없는 차만 말소등록시키는 방향으로 개정법률안 내용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현재 보험사들은 일선 보상센터나 보상팀을 통한 자체 처리 또는 외부회사에 판매를 위임하는 방법으로 전손차를 처리하는데, 주로 자체 처리 전손차를 절도범들이 구입한다”며 “자체 처리 대신 사후관리 시스템을 갖춘 자동차경매장이나 대형 중고차업체에 전손차 처리를 맡기면 전손차가 도난에 악용되는 사례를 크게 줄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최기성 기자 gistar@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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