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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 아래로 장난감같은 도시가 펼쳐진다. |
다사다난했던 2006년이 저물고 있다. 다가오는 2007년에는 어떤 새로운 일들이 펼쳐질까. 새 캘린더를 앞에 놓고 저마다 이런 감회 한둘 쯤은 떠올리게 되는 때다. 한 해를 보내고, 차분히 새해를 계획하고 싶은 이들이라면 오산시 지곶동에 있는 독산성과 세마대는 어떨까. 옛 성곽을 한 걸음 한 걸음 밟아오르며 각오를 다지고, 사방 툭 터진 세마대에 서서 새 날의 밝은 희망을 두 팔 벌려 맞아보자.
사적 제140호로 지정된 독산성은 사람들에게 그리 널리 알려진 곳은 아니다. 산성이라고는 하나 내세울만한 위용을 갖춘 것도 아니다. 본성의 총 길이가 1,100m, 내성은 겨우 350m 남짓한 아담한 산성이다. 백제 때 쌓은 고성으로 추측되는 이 곳에는 그러나 오랜 세월에도 바래지 않는 전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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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슴 탁 트이는 세마대. |
통일신라, 고려를 거쳐 조선시대까지 군사상 중요한 기지였던 이 곳은 본래 ‘석대산’ ,‘향로봉’으로 불려 왔으나 조선시대 임진왜란 때 권율 장군이 이 곳에서 진묘한 병법전략을 펼쳤던 까닭에 지금은 ‘세마산’ 또는 ‘세마대’라 부르고 있다. 도대체 어떤 진묘한 전략이었기에 산 이름이 바뀌었을까.
전해 오는 얘기에 따르면 독산성은 주요한 군사기지였으나 물이 부족한 게 큰 흠이었다. 선조 25년(1592년)에 일본군이 쳐들어와(임진년에 처음 발생했다 하여 임진왜란) 파죽지세로 북상하며 온나라를 유린하려 했다. 이 때 삼도제찰사였던 권율 장군이 2만명의 군사를 이끌고 독산성에 진을 치고 일본군과 대치하게 됐다. 왜장 가토 기요마사가 이끈 왜군은 이 벌거숭이산에 물이 없을 것이라 짐작하고 탐정군사에게 물 한 지게를 산 위로 올려 보내 조롱했다. 그러자 권율 장군은 왜군의 의도를 꿰뚫어보고 백마를 산 정상에 세우고 말에 흰 쌀을 끼얹어 말을 씻는 시늉을 하게 했다. 이 것을 본 왜군은 성내에 물이 많은 것으로 알고 퇴각했다고 한다. 그 후 이곳은 세마산((洗馬山)이라 불리게 됐고, 정상에는 세마대 정자가 이를 기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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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적사 겨울풍경. |
1957년에 복원된 세마대는 이승만 전 대통령의 친필 현판이 붙어 있다. 현재 성내에는 보적사라는 작은 사찰이 자리잡고 있다. 아무런 사적자료없이 고려 초기 창건된 것으로 전해 오는 보적사는 대웅전과 요사채만 있는 작은 절이다. 이러한 형태도 현대에 와서 갖춰진 모습이다.
잔설을 머리에 인 보적사를 한쪽에 끼고 성곽을 천천히 거닐면 발 아래로 멀리 오산시와 수원시의 모습이 장난감 도시처럼 펼쳐진다. 한 발짝만 물러나 보면 세상사는 일, 이렇게 장난같은 인생이구나 하는 해탈의 마음을 가지게 됨은 비단 지금이 연말연시이기 때문만은 아니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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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산성벽. |
*가는 요령
경부고속도로 오산 IC에서 나와 수원 방향으로 1번 국도를 탄다. 10여분쯤 가면 UN군 초전기념비가 보이고, 이 곳을 지나 좌회전해 5분 정도 가면 독산성 입구가 나온다.
이준애(여행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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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마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