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차의 선택폭이 갈수록 넓어지고 있다. 수억원을 호가하는 차들이 한국에 진출하는가하면 2,000만원대 차들도 속속 나오고 있다. 낮은 데로 임하는 수입차들중 하나, 닷지 캘리버가 있다. 캘리버는 크라이슬러그룹의 월드카다. 닷지 브랜드로 만들어 세계시장에서 승부를 걸겠다는 차다.
▲디자인
닷지라는 브랜드는 대담한 스타일링으로 유명하다. 캘리버라고 예외일 수 없다. 세단과 쿠페, SUV의 모습을 모두 담은 디자인이 눈길을 확 잡아끈다. 선과 각이 살아있는 앞모양은 남성적이다. ‘역시 닷지’다. 잘 다듬어진 근육질의 남성처럼 윤곽이 분명하고 힘이 있다. 평면이 주를 이루는 옆면은 앞면보다 긴장감이 떨어진다. 그러나 쿠페 스타일의 지붕선이 자칫 지루할 뻔한 옆모양을 살렸다. C필러를 중심으로 트렁크로 떨어지는 선이 딱 쿠페다. 그렇다고 뒷좌석 공간, 특히 헤드클리어런스라고 불리는 머리 윗공간이 좁을 것으로 생각하면 오산이다. 넓다. 지붕은 쿠페지만 그 아래 보디와 하체는 SUV처럼 들어올려 충분한 공간을 만들었다. 최저지상고 195mm면 SUV에 못지 않은 높이다.
닷지가 소형차시장을 노리고 만든 차라고는 하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소형차와는 개념이 다르다. 중협급 이상의 공간과 성능이다.
실내는 깔끔하다. 하얀 바탕색을 쓴 계기판이 깨끗해 보인다. 인테리어에는 소박함이 묻어 있다. 운전석 무릎공간은 좁은 듯 하다. 게다가 운전대 아래를 막는 딱딱한 플라스틱이 살짝 각져 있어 충돌사고 시 무릎부상 위험이 있다.
글로브 박스는 위아래로 구분됐고, 음료수를 넣을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됐다. 뒷좌석 천장에 마련한 실내등은 떼어내 손전등으로 쓸 수 있다. 운전석 암레스트를 열면 핸드폰이나 MP3를 넣을 수 있는 공간이 있다. 핸드폰을 마땅히 놓아둘 공간이 없는 차들이 있다. 이런 차를 운전할 때는 핸드폰이 여간 신경쓰이지 않는다. 누구나 핸드폰을 사용하는 시대, 핸드폰에 대한 배려는 곧 운전자에 대한 배려다. 조수석을 접어 탁자로 쓸 수 있다거나, 뒷좌석을 접어 풀플랫이 가능하게 해 차의 쓰임새를 많게 했다. 고급스럽다고는 할 수 없으나 넘치는 아이디어로 재미있는 실내를 만들었다. 그래도 선루프까지 있어 구색은 갖췄다.
▲성능
이 차에 얹은 엔진은 현대자동차가 개발한 세타엔진을 기본으로 만들었다. 현대와 크라이슬러, 미쓰비시가 함께 개발했다는 엔진이다. 공동개발이라고는 하지만 현대가 개발주역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그런 엔진을 단 차가 다시 한국으로 수입돼 팔린다니 감회가 새롭다.
서울시내와 교외를 달리면서 그 엔진을 괴롭혔다. 살살 쓰다듬다 뒤통수를 때리듯 정속주행하다가 레드존으로 rpm을 올리며 가속해보고 코너도 심하게 돌았다. 158마력 엔진은 힘차게 움직이면서 공차중량 1,380kg의 차체를 끌고 나갔다. 가속과 차체의 반응 사이에는 약간의 시차가 존재했다. 가속 페달을 밟으면 한 템포 늦게 차가 움직인다. 게다가 엔진 소리도 우렁차다. 이 소리는 사람에 따라서는 매력일 수도, 감점요인일 수도 있다. 변속기의 부드러움은 매력적이다. 무단변속기여서 변속충격을 느낄 일이 없다.
속도를 올리면 바람소리가 파고든다. 방음재를 조금 더 썼으면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럼 가격을 올릴까”라는 질문이 온다면 고민이 따른다. 마음같아서는 좀 더 시끄러워도 좋으니 더 싸게 차를 살 수 있으면 좋겠다.
시속 180km까지 속도를 올리는 데 무리가 없다. 넘치지 않는 힘이지만 부족하지도 않다. 차 높이가 있어 흔들림이 세단같을 수는 없다. 그래도 고속으로 달리는 데 불안하지 않다. 서스펜션은 좀 더 딱딱하고 느낌이 좋게 세팅했으면 좋겠다.
박력있는 디자인에 무난한 성능이다.
▲경제성
차의 모든 부분은 결국 가격에 직결된다. 가격이 낮은 차들에서 이런저런 아쉬움이 없을 수 없다. 그러나 그런 아쉬움이 성능이나 안전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게 아니라면 자잘한 불편은 문제될 게 없다. 왜냐. 가격이 착하니까. 사이드 미러를 접을 수 없고 운전석 시트가 전동식이 아니면 어떤가. 싼데. 그나마 고객에게 판매하는 차들은 사이드 미러는 접을 수 있는 모델이라니 그런 걸로 시비 걸 일은 아니다.
캘리버의 판매가격은 2,690만원이다. 포드 몬데오, 캘리버, 혼다 시빅 등이 수입차시장에서 2,000만원대에 팔린다. 지난 11월말 시빅의 국내 데뷔는 업계의 최대 관심사 중 하나였다. 과연 얼마에 그 차를 내놓을 지 신차발표회에 관심이 집중됐다. 업계 관계자들 다수가 현장을 찾았음은 물론이다. 시빅의 가격이 2,990만원이라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크라이슬러측 사람들 얼굴엔 미소가 번졌다. 훨씬 싼 가격에 캘리버를 내놓을 수 있어서였다.
시승 / 오종훈 기자 ojh@autotimes.co.kr
사진 / 이승용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