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차는 여성이 판다?"
BMW·벤츠·아우디·폭스바겐 등 독일계 프리미엄 브랜드의 마케팅 책임자들이 여성 일색이어서 화제다. 수입차시장에서 마케팅 책임자는 야전군 사령관에 비길 수 있다. 시장흐름을 읽고, 때로는 그 흐름을 앞장서 만들며 판매의 각 부문을 이끌고 ‘차를 팔아야’하는 자리다. 판매실적이 곧 이들의 능력이어서 한시도 긴장을 늦출 수 없는 그런 막중한 지위에 여성들이 속속 자리잡고 있다.
BMW코리아의 홍보담당으로 10년간 일해 온 김영은 상무는 지난 연말 마케팅 담당으로 발령받았다. 시장에서 한 발 떨어져 언론을 상대로 브랜드를 알리고 마케팅을 지원하는 위치에서, 이제는 직접 시장 속으로 뛰어들었다. BMW는 렉서스와 치열하게 선두다툼을 벌이고 있어 마케팅 책임자의 자리는 더욱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한국 수입차시장을 이끄는 쌍두마차 중 하나를 김 상무가 어떻게 이끌어갈 지 업계가 관심을 갖는 이유다.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의 마케팅 책임자인 김예정 상무는 미국 NBC와 유니레버코리아, 크리스찬디오르 등을 거친 커리어우먼이다. 김 상무가 벤츠의 마케팅을 담당한 이후 벤츠의 판매가 늘어난 점은 주목할만한 일이다. 특히 2006년에는 벤츠가 월간 판매 1위에 올라서기도 했다. 김 상무는 여성 특유의 섬세함에 더해 스케일이 크다. 잠실 종합운동장에서의 S클래스 발표, 김포공항 격납고에서의 E클래스 발표 등 주요 차종의 신차발표회를 ‘통 크게’ 열었던 데에는 김 상무의 역할이 컸던 것으로 전해진다.
아우디코리아의 이연경 부장은 30대 초반의 나이에 마케팅 책임자에 오른 당찬 여성이다. 이화여대 사회학과와 연세대학교 언론홍보대학원을 나왔고 노보텔, 마스터카드를 거쳐 고진모터스에 입사하면서 아우디와 연을 맺었다. 2004년 아우디코리아 출범에 맞춰 합류했고 홍보업무를 맡다가 마케팅 총괄 책임자 자리까지 꿰찼다. 진취적이고 강한 추진력을 갖췄으며 아이디어가 많다는 평을 듣는다. 꼼꼼하게 업무를 처리하는 스타일이다. 차 물량확보를 위해 독일 본사와 협의할 때는 ‘싸움’도 불사하는 ‘터프한’ 면도 있다고.
폭스바겐코리아의 마케팅 책임자 역시 여성이 차지할 전망이다. 폭스바겐코리아에서 마케팅업무를 총괄하다 지난해 11월 본국으로 귀국한 카스텐 자이펠트 부사장 후임으로 독일 본사의 여성이 내정된 것. 1월중순 한국에 올 후임 인사가 마케팅을 맡게 되면 독일계 메이커는 전부 여성이 마케팅을 책임지게 되는 셈이다.
독일계 메이커 외에 PAG코리아도 김보민 이사가 마케팅 책임자로 있다. 이 회사 CEO인 이향림 사장도 여성이어서 PAG코리아의 우먼파워는 막강하다.
이 처럼 프리미엄 브랜드로 인정받는 독일계 브랜드를 포함한 유럽 메이커들의 국내지사에서 여성들의 활약이 두드러진 반면 렉서스를 포함한 일본계 메이커는 물론 GM, 포드 등 미국계 메이커에서는 이렇다할 여성 임원이 없는 것도 특징이다. 한국의 자동차메이커에서도 여성 임원은 찾기 힘들다. 고급 브랜드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남성들의 역할 못지 않게 여성이 담당해야 할 몫이 있음을 보여주는 메시지다. 우먼파워가 프리미엄 브랜드의 조건인 셈이다.
오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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