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이 절이고, 절이 곧 섬인 그 곳

입력 2007년01월06일 00시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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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위섬 위의 간월암.
우리나라 대부분의 절들은 산 속에 자리하고 있는 산사(山寺)다. 하지만 이 곳은 산새 울음보다 파도소리와 갈매기 울음소리가 더 친숙한 곳이다. 사방이 온통 바다에 둘러싸인 곳에 자리한 이 절은 그야말로 해사(海寺)다. 충남 서산시 부석면 간월도리에 자리한 간월암은 섬이 절이고, 절이 곧 섬인 곳이다.



천수만 한가운데 떠 있던 바위섬 간월도는 1980년대 천수만 간척사업으로 뭍이 된 섬이다. 예전에는 굴양식배나 드나들던 외딴 섬이었으나 지금은 자동차가 드나드는 관광지로 탈바꿈했다. 특히 어리굴젓은 이 곳을 대표하는 특산물로 그 명성이 전국에 자자하다.



바다와 이웃한 절집.
그런데 간월도 앞바다에는 아직까지 물이 들면 섬이 되고, 물이 빠지면 뭍이 되는 작은 돌섬이 떠 있다. 그 신비한 돌섬 위에 자리한 암자가 바로 간월암이다.

처음 간월암을 찾는 이들은 그래서 한껏 기대를 한다. 그만한 배경을 가졌으니 얼마나 멋진 절일까. 그러나 이들은 의외로 작은 대웅전과 초라한 부속건물을 보고 실망을 감추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 이들은 간월암의 숨은 아름다움을 모르고서 찾은 이들이다. 빼어난 건축미를 자랑하는 그 어떤 명산대찰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아름다움이 이 곳 간월암에는 깃들어 있다.



1914년 수덕사 주지였던 만공선사가 중건했다는 간월암(看月庵)에는 조선초 이성계의 왕사였던 무학대사에 얽힌 전설 하나가 전해져 내려온다. 그 이야기에 따르면 어머니에게 업혀 간월도에 온 어린 시절의 무학대사가 암자에서 달빛을 등불 삼아 공부하던 중 천수만에 뜬 달을 보고 홀연히 깨달음을 얻게 됐다고 한다. 그 후 무학대사가 공부하던 암자를 간월암이라 하고, 섬 이름도 간월도가 됐다고 한다.

간월암.


간월암에 가려면 물이 빠지는 간조 때를 기다려야 한다. 정오 무렵(오전 11시부터 오후 2시경 간조)이면 물이 빠지고 바닥이 드러난다. 이 때 사람들은 어리굴젓기념탑 옆으로 난 조그만 언덕을 넘어 가기도 하고, 드러난 갯벌을 가로질러 바로 절로 가기도 한다.



절에 이르면 산죽 울타리숲에 둘러싸인 대웅전과 부속건물(용왕당, 종각, 요사채), 산신각 등이 모습을 보인다. 보통사람들 눈에는 초라하고 어설픈 행색이지만 불자들이 볼 때는 이 곳이 오래 전부터 훌륭한 수행터였다는 사실을 눈여겨볼 것이다. 한국 근대 불교 선맥을 잇는 기라성같은 선승들의 발자취가 고스란히 남아 있어서다. 조사단에 모셔져 있는 지공화상, 나옹선사, 경허선사, 만공선사, 벽초선사의 초상이 이를 증명한다.

해풍을 막는 담벼락.


간월암 앞마당에 서서 바라보는 서해 경치도 빼놓을 수 없는 볼거리다. 툭 터진 망망대해를 바라보고 있노라면 가슴 속의 잡다한 번뇌가 소리없이 사라진다. 암자 뒤쪽으로 가면 갯벌과 포구 풍경이 앞바다와 또다른 분위기를 연출한다.



저녁 무렵이면 시작되는 일몰 풍경의 그 저릿저릿한 아름다움은 또 어떻게 표현할까. 수많은 사진작가들이 최고의 일몰장소로 꼽는 이 곳의 낙조를 보기 위해 오히려 저녁 때면 주차장이 차들로 빼곡해지는 기현상을 보이기도 한다.

간월암 앞마당.


매년 정월 보름날 만조 시에는 간월도리 어리굴젓기념탑 앞에서 굴의 풍년을 소원하는 기원제가 열리기도 한다. 이 때를 맞춰 찾아가면 채취한 굴을 관광객에게 시식하게 한다.



*가는 요령

바닥을 드러낸 해안.
서해안고속도로 서산IC - 32번 국도 - 서산 - 649 지방도 - 부석 - 서산 AB지구 방조제 - 간월암에 이른다.



이준애(여행 칼럼니스트)



뭍이 된 간월도.


어리굴젓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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