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부터 현대자동차가 시끄럽다. 연말 성과급 중 일부 미지급분을 놓고 회사와 노조 모두 신경이 곤두서 있다. 회사는 노조를 탓하고, 노조는 회사의 일방통행을 좌시할 수 없다며 세싸움에 나섰다. 같은 현대자동차 울타리 안에 있으나 회사와 노조는 마치 서로 적인 듯 치열한 공방전을 펼치고 있다.
현대자동차 노사문제는 새로울 것도 없다. 무려 19년동안 해마다 정치파업, 단체협상을 위한 파업, 불법파업 등이 이뤄져 온 탓에 많은 사람들은 현대가 파업을 한다 하면 "그저 또 하는구나" 정도로 여길 뿐이다. 그리고 파업이 끝나기를 기다렸다가 어김없이 현대차를 구입, 회사의 덩치를 키워줬다. 이런 과정이 반복되자 지금은 파업이 시장점유율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는 현대 직원들은 거의 없다. 겉으로는 기업이미지 운운하며 걱정하지만 그럼에도 소비자들이 현대차를 살 수밖에 없다는 점을 내부적으로 자신하고 있는 셈이다.
실제 지난해 파업 때 노조는 대외적으로 엄청난 비판과 손가락질을 받았으나 파업이 끝난 후 아반떼와 그랜저, 쏘나타는 연일 사상 최다판매를 기록하며 승승장구했다. 경쟁이 치열한 SUV시장에서도 싼타페의 주문은 폭주했다. 언론이 현대의 파업 당시 대외 신인도 악화를 우려했으나 말 그대로 "우려"에 그쳤고, 오히려 내수와 수출 모두 증가했다. 예기치 못한 환율로 인해 수익성이 약간 나빠졌을 뿐 판매실적이 늘어났다는 점은 현대에게 자신감을 심어주기에 충분했다.
노조의 빈번한 파업배경도 이와 무관치 않다. 파업으로 회사가 휘청거릴 정도의 타격을 입는다면 노조도 생각을 달리하겠으나 그 오랜 기간 파업을 해도 회사가 성장하니 파업에 따른 손실은 별로 괘념치 않는다. 최근 벌어지는 현대차 불매운동도 그저 불평많은 일부 소비자들의 "잔소리"에 지나지 않는다고 여긴다. 현대가 올해 내수판매대수를 지난해보다 10만대 정도 더 팔겠다고 공언한 것도 만들기만 하면 팔린다는 확고한 믿음에서 출발했다. 회사 내부적으로 제아무리 시끄러워도 규모와 제품력이 있는 한 망하지는 않는다는 신념이 팽배한 셈이다.
그렇다면 이번 사태는 어떻게 해결될까. 전문가들은 회사의 경우 대의명분을, 노조는 실리를 얻으며 마무리될 것으로 보고 있다. 회사는 원칙대로 대응한다는 걸 천명한 만큼 성과급 지급을 하지 않는 쪽을 고수할 것이고, 노조는 윤여철 사장이 구두로 "성과에 도달하지 못해도 성과급을 지급할 것"이란 약속을 다른 형태로 얻어내는 방식을 취할 수 있다는 것. 쉽게 보면 성과급을 다른 명목으로 전환해 추후 지급키로 하면 회사는 명분을 얻고, 노조는 실리를 얻는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이번 사태는 그렇게 해결되더라도 관행은 문제로 남는다. 성과급을 다른 명목이나마 지급하면 어쨌든 성과를 달성하지 못해도 해마다 성과급을 줘야 하는 아이러니한 일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물론 그 성과급은 고스란히 소비자들의 주머니와 협력업체의 고통에서 나온다. 당장 한 푼이라도 더 얻어내려는 노조의 사고와, 어떻게든 길들이기를 하려는 회사가 대립하면 결국 공멸 외에는 길이 없다. 그러나 현대 관계자는 "회사 문제를 떠나 소비자들이 구매할 수 있는 차종이 결국 현대차밖에 없다는 점에서 앞으로도 파업은 계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권용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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