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유경수기자 = 성과급 50%의 추가지급을 요구하는 노조와 강경 대응방침을 천명한 현대자동차간 감정의 골이 깊어지면서 불안한 노사관계에 따른 경영위기 가능성이 고조되고 있다. 지난 12월 28일부터 시작된 노조의 잔업 및 특근 거부로 발생한 회사의 생산차질이 벌써 1천500억원을 넘어섰고 12일에는 파업결의까지 예정돼 있어 생산차질액은 눈덩이처럼 불어날 공산이 크다. 이미 해외 딜러망으로부터 파업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고 경쟁업체의 음해성 소문까지 더해져 회사측은 안팎에서 곤경에 처한 상태다.
◇ 경영위기의 시작인가 = 현대차는 올해 국내외에서 273만5천대를 팔아 42조원의 매출(해외법인 포함)을 올리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발표했다. 이같은 판매목표는 작년보다 23만5천대 많은 규모로 공격경영을 통해 환율 위험, 치열한 세계경쟁을 뚫어 나간다는 전략이었다. 하지만 현대차의 목표는 노조의 반발로 시작부터 삐걱대고 있다. 지난달 28일부터 10일까지 10일(휴일제외)간 잔업 및 특근거부로 생산하지 못한 차가 1만263대, 금액으로는 1천552억원에 이른다. 만일 노조의 계획대로 12일 파업결의를 시작으로 전면 파업에 들어간다면 생산차질 규모는 더욱 늘어 하루 900억원의 매출 손실이 예상된다.
노조의 파업움직임에 해외 딜러망도 흔들리고 있다. 현대차 수출팀 관계자는 "아반떼, 겟츠 등 지속적으로 공급이 부족한 차종의 경우 이번 노사갈등으로 납기가 지연될 것이 예상돼 딜러들이 걱정을 많이 하고 있다"고 전했다. "노조에 원칙대로 대응하는 것이 노사관계를 안정시킬 수 있어 장기적으로 봤을 때 더 회사에 이익이라고 딜러들을 안심시키고 있지만 파업으로까지 연결되면 수년간 공들여온 품질 제고노력은 물거품이 되고 대외신인도 저하에 따른 매출 감소가 우려된다"는게 현장의 목소리다.
미래에셋투자증권의 김재우 애널리스트는 "아직 조업차질이 현대차의 영업이나 매출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지만 작년 파업으로 인한 생산차질로 수출쪽에 재고물량이 적어 이 물량이 소진될 경우 적잖은 악영향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 현대차 "투자할 돈도 부족하다" = 최근 우리투자증권이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해외법인을 제외한 현대차의 매출은 27조339억원, 영업이익 1조3천80억원으로 2005년보다 매출은 0.2%, 영업익은 5.5% 줄어들 전망이다. 환율 상승에 따른 가격경쟁력 저하, 노조의 정치파업으로 인한 생산차질이 그 원인이다.
영업이익만을 놓고보면 현대차의 작년 실적은 노조가 말한대로 "성과급 50% 이상을 지급해도 문제가 없는 상황"임은 틀림없다. 노조가 요구하는 50%의 성과급이 평균 1인당 100만원꼴이니 줘봐야 400억원 규모고 앞서 생산목표 미달에도 불구, 노조에 성과급을 충분히 지급했던 전례도 있다. 하지만 회사입장에서 상황은 녹록치 않다는데 문제가 있다. 현대차는 기아차와 합쳐 2010년 600만대 생산체계를 목표로 전세계에서 설비 확충작업을 진행중이다.
중국 베이징현대차 2공장(30만대), 인도 2공장(30만대), 기아차의 중국 둥퍼위에다기아 2공장(30만대), 미국 조지아주공장(30만대), 현재 부지조성중인 현대차 체코공장(30만대) 등이 그것이다. 베이징공장에 10억 달러, 체코공장에 8천470억원, 인도공장에 6억-7억 달러 등 2조원 이상의 돈이 필요하다. 또 현대차는 미래 신차개발과 엔진개발 등 연구비로 연간 1조원의 돈을 투자하고 있다. 여기에 현대차는 달러당 환율이 올해 880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지금 환율이 940원이고 10원이 떨어질때마다 영업이익이 1천398억원 감소하는 점을 감안하면 현대차는 올해 최악의 경우 8천400억원의 손실이 예상된다.
◇ 전문가들 "노사, 대타협이 필요하다" = 현대차의 노동생산성은 미국의 26.5%에 불과하다. 일본의 경우 자동차는 미국의 1.6배의 노동생산성을 기록중이다. 실제 2000-2004년 차 한대를 만드는 시간이 현대차는 2000년 32.4시간에서 2004년 33.1시간으로 오히려 악화된 반면 GM은 26.3시간에서 23.1시간, 도요타는 21.6시간에서 20.6시간으로 떨어졌다. 회사의 영업이익률도 5.5-5.8% 수준으로 도요타(8.5%), 닛산(9.4%)과 비교가 안된다.
전문가들은 현대차 노사가 서로를 대립각으로 볼 것이 아니라 동반자로서 인식하고 경영현실에 대한 치열한 논의를 거쳐 대타협을 이루지 않으면 현대차의 미래는 어둡다고 본다.
김기찬 가톨릭대 교수는 "현대차를 비롯한 국내 업체는 경직된 노사관계와 생산성의 위기로, 내부 원가절감의 가능성이 보이지 않으며, 국내공장의 생산성이 해외공장의 생산성에도 미치지 못한다"며 노조의 협조를 통한 작업의 유연성, 현장에서의 생산성 제고, 원가절감 노력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한국자동차공업협회 허문 상근부회장도 "무엇보다 노사관계가 안정되어 상생협력 관계로 발전된다면 현재의 어려움을 극복하는데 큰 힘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래에셋증권 김재우 애널리스트는 "작년에 전격 타결된 산별노조효과가 올해 임단협부터 나타나기 시작할 것"이라며 "새 노조집행부가 예전대로 강성의 이미지를 갖고 가고 이로인해 올해도 파업이 이어진다면 현대차 뿐 아니라 전 산업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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