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행거리별 자동차보험료 차등화, 실현 가능성 '글쎄'

입력 2007년01월25일 00시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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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주행거리에 따라 자동차보험료가 달라지는 ‘마일리지 자동차보험’이 운전자는 물론 손해보험업계에 화제로 떠올랐다. 그러나 마일리지 자동차보험 논의가 나오자마자 실현 가능성이 떨어진다는 의견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 24일 금융감독원이 자동차보험료를 산정할 때 운전자의 주행거리를 반영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금감원 관계자는 “주행거리가 길수록 사고확률이 높아지므로 자동차보험료에도 이를 반영하는 게 합리적”이라며 “미국 등 외국에서는 주행거리에 따라 보험료를 달리 매기는 보험사들이 있다”고 설명했다. 금감원은 아울러 해외사례를 수집한 뒤 향후 1년간 예상 주행거리를 보험사에 알리고 보험료를 낸 다음 실제 주행거리로 보험료를 나중에 정산할 지, 과거 주행거리로 보험료를 산정할 지 검토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보험사들은 그러나 마일리지 보험은 실현 가능성이 매우 적다고 지적하고 있다. 주행거리에 대한 위험요율을 평가하는 게 쉽지 않아서다.

대형 보험사인 A사의 자동차보험 담당자는 “주행거리가 많은 운전자들이 사고를 많이 내는 것으로 알려져 주행거리를 자동차보험에 반영하는 게 타당해 보이지만 통계가 없는 상황에서 위험요율을 책정하는 게 쉽지 않다”며 “GPS 등을 이용해 주행거리를 측정할 수는 있겠으나 매우 번거롭고, 기기가 고장났을 때 주행거리를 두고 갈등이 빚어질 수 있는 등 문제점이 많아 검토 필요성을 못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보험사들이 마일리지 보험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데에는 중요한 이유가 또 하나 있다. ‘돈’이 안된다는 것. 현재 GPS 장착, 주행거리 조작 등의 문제로 모든 자동차에 마일리지 보험료를 적용할 수는 없기 때문에 특화상품으로 만들어야 한다. 또 특화된 마일리지 보험은 주말이나 출퇴근용으로 차를 자주 사용하지 않는 운전자들이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점에서 시장성을 갖추려면 보험료를 낮춰야 한다. 높은 손해율로 자동차보험 적자가 많다며 보험료를 계속 올리고 있는 보험사 입장에서는 보험료 수입이 줄어드는 상품이 반가울리 없다.

온라인보험사인 B사의 마케팅 담당자는 “새로운 자동차보험 개발은 금감원이 나선다고 되는 게 아니라 보험사들이 시장성이 있다고 판단해야 가능한 것”이라며 “자동차보험 적자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보험사들이 앞장서 보험료가 줄어드는 상품을 개발할 이유가 있느냐”고 반문했다.

2001년 하반기에도 마일리지 보험을 검토한 보험사들이 있었으나 흐지부지된 사례가 있다. 2001년 8월 자동차보험료가 자유화돼 경쟁체제로 들어서자 생존에 위협을 느낀 중소형 손보사들이 타사와 차별화된 상품을 개발하면서 미국의 마일리지 보험에 관심을 가졌던 것. 1가구 2차 시대를 맞아 주말 레저용으로만 사용하는 차가 늘어나는 것도 요인이 됐다.

당시 중소형사 D사는 출퇴근이나 주말 레저용으로 차를 사용하는 직장인을 가입대상으로 설정한 뒤 국내 자동차들의 1년 평균 주행거리인 2만km마다 보험을 갱신하는 마일리지 보험을 검토했다. 운전자가 보험에 가입한 지 1년이 됐더라도 주행거리가 2만km에 이르지 않으면 보험을 갱신할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미국에서 판매중인 상품은 1만마일이 갱신기간이다. D사는 운전자가 주행거리를 조작하지 못하도록 5만원 정도에 판매됐던 위치표시 송신기를 부착한 뒤 수신기로 실제 주행거리를 확인해 보험 갱신시기를 가입자에게 통보하는 방안도 마련했다. D사 외에 S사와 K사도 비슷한 상품을 놓고 고민했다

그러나 상품설계가 복잡한 데다 주행거리를 초과했을 때 발생한 사고에 대한 보상문제가 사회문제화될 가능성이 있었고, 보험료 감소로 영업이익이 악화될 걸 우려해 상품 개발을 포기했다. 현재 보험사들도 5년 전과 같은 이유로 마일리지 보험의 개발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판단한다. 결국 금감원발 마일리지 보험 개발 논의는 5년 전과 마찬가지로 ‘찻잔 속의 태풍’에 머무를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다.








최기성 기자 gistar@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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