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도 남단, 숨은 듯 자리잡은 작은 절 정수사를 아십니까. 눈물처럼 삐죽 솟구치는 서해가 한눈에 바라보이는 곳. 이웃한 절 전등사의 그늘에 가려 그리 널리 알려진 곳은 아니지만 한 번 정수사를 찾은 이들은 그 단아하고 소박한 아름다움에 반해 가슴 한쪽에 늘 묻어두게 되는 산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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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해가 보이는 돌계단. |
정수사는 신라 선덕여왕 8년(639)에 회정대사가 창건한 고찰이다. 회정은 마니산의 참성단을 참배한 뒤 그 동쪽의 지형을 보고 불제자가 가히 삼매정수할 수 있는 곳이라 판단해 절을 세웠다. 그 뒤 세종 8년(1426) 함허화상이 중창했는데, 이 때 법당 서쪽에서 맑은 물을 발견하고 절 이름을 정수사(淨水寺)로 바꿨다고 한다.
맑은 물이 있는 절. 그 때문인지 정수사로 오르는 길은 여느 절과 달리 야단스럽지 않다. 호젓한 산길로 접어들어(승용차 출입이 가능하지만 일반 등산객들은 걸어서 오른다) 청정한 분위기를 호흡하다보면 절집으로 이어지는 돌계단이 나타난다. 아래서 올려다보면 아득해 보이는 긴 돌계단이지만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오르기 좋은 길이다. 세속의 잡다한 먼지를 털어내며 한 걸음 한 걸음 올라가면 수줍은 새악시처럼 살짝 얼굴을 내미는 정수사와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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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수사 오르는 길. |
자잘한 돌멩이가 가득 깔린 절집 마당에 서면 대웅보전과 산신각, 요사채만이 있는 단촐한 규모가 한눈에 들어온다. 정수사의 대웅보전은 보물 제161호로 지정됐는데, 특히 법당의 문살을 눈여겨 볼만하다. 모란과 장미가 꽃병으로부터 활짝 피어나간 모양의 꽃살창호는 청·황·홍·녹의 4색으로 채색돼 더없이 화사하고 아름답다.
대웅보전 옆에는 함허화상이 중창 당시 발견한 물줄기가 샘을 이루고 있어 지금도 이 곳을 오가는 사람들이 들러 목을 축인다. 샘을 끼고 총총한 돌계단을 오르면 산신각으로 이어진다. 그 곳에 서면 눈물빛깔의 서해가 제대로 보인다. 때론 속을 드러낸 갯벌이, 때론 회색빛 바다가 꿈결처럼 펼쳐질 때면 여린 바람에 울리는 풍경소리가 더없이 애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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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웅보전. |
정수사는 마니산으로 오르는 등산로의 한 코스이기도 하다. 따라서 주말이면 많은 등산객들이 이 곳을 거쳐 간다. 그 등산로 초입에는 군고구마 화덕통이 자리잡고 있다. "엥? 이 산중까지 군고구마 장사가 진출했구나" 싶은데 그 게 아니다. 정수사 스님들이 이 곳을 찾은 사람들에게 베푸는 따뜻한 보시다. 추운 날 이 곳까지 온 사람들이 맨입으로 내려가는 건 절집 인심이 아니라는 정수사 주지스님의 뜻에 따라 고구마 화덕통이 그 곳에 놓이게 됐다. 등산객들은 화덕 곁에서 잠시 몸을 녹이기도 하고, 그 사이 익은 고구마를 꺼내 나눠 먹는다. 그리고 떠날 때는 뒷사람들을 위해 날고구마를 화덕통에 집어넣고 자리를 뜬다.
정수사의 인심은 그 것뿐이 아니다. 종무소 옆에 마련된 작은 찻집에는 따뜻한 차가 마련돼 있다. 누구라도 들러 준비된 차를 마시고, 마신 찻잔을 씻어 놓고 가면 된다. 서해가 한눈에 보이는 이 전망좋은 찻집은 그래서 아무리 추운 겨울날에도 주변을 훈훈히 녹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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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망좋은 차실. |
*가는 요령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김포 인터체인지에서 나가 48번 국도를 타고 김포 - 강화대교 - 강화읍에 이른다. 강화읍에서 84번 지방도를 따라 이정표대로 움직이면 전등사 - 함허동천 시범야영장 - 정수사에 이른다. 또는 국도 48번을 타고 김포 누산리에서 P자 좌회전해 양곡 - 대명리를 지나 초지대교를 건너면 함허동천 - 정수사로 이어지는 지방도가 연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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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꽃살창호. |
함허동천 시범야영장 주차장에서 동막리 방향으로 1km 채 못가 오른쪽에 정수사 진입로가 나온다. 이 길은 경사가 급하고, 폭이 좁기 때문에 마주오는 차를 주의하며 운전해야 한다. 관광버스는 출입할 수 없다. 이 길을 따라 2km 남짓 가면 정수사 입구 주차장(변변치 않다)이 나온다.
*맛집
정수사에서 가까운 동막해안은 세계 5대 갯벌 중 하나로, 이 곳에 서식하는 갯벌장어는 강화도의 명물이다. 갯벌장어는 일반 장어보다 쫄깃함이 남다르다. 장흥리 일대에 장어구이 맛집들이 모여 있다. 너멍골숯불장어(032-937-6592), 강화장어구이(080-592-0592) 등이 대표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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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다가 보이는 곳. |
이준애(여행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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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산객을 위한 군고구마 보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