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츠의 '그레이' 사랑

입력 2007년01월28일 00시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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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MBK)가 지난 18일 가진 기자간담회를 놓고 업계가 시끄럽다.

MBK는 이 날 올해 판매계획을 발표하며 "다임러크라이슬러그룹이 2006년 한 햇동안 한국시장에서 1만133대를 판매했다"고 밝혔다. 벤츠, 크라이슬러, 짚, 닷지 브랜드의 승용 및 상용차가 모두 포함된 실적이라는 설명까지 붙였다. 이에 따라 한국은 단일시장에서 연간 1만대 판매를 넘기는 중요한 시장으로 성장했으며, 다임러크라이슬러그룹은 국내 수입차시장 판매선두에 섰다고 회사측은 강조했다. 여기서 문제가 된 부분이 1만대가 넘는 지난해 판매실적이다.

2006년 브랜드별 등록대수를 보면 벤츠는 5,026대, 크라이슬러(짚/닷지 포함)는 2,606대다. 여기에 벤츠트럭이 400~500대선이다. 트럭을 500대로 보고 모두 더해도 전체 숫자는 8,132대에 그친다. 1,981대의 차이가 생긴다. 이 2,000여대는 어디서 튀어나온 숫자일까. MBK는 이 의문의 실적까지 포함해 2006년 렉서스와 BMW를 제치고 판매선두에 올랐다고 자랑했다.

MBK 관계자는 "국내 병행수입업체(그레이임포터)의 벤츠 등록분까지 더한 실적"이라고 해명했다. MBK가 수입하진 않았으나 어떤 경로로든 국내에 판매된 벤츠이기 때문에 숫자에 포함했다는 것. 병행수입차까지 더하는 건 누구의 생각이었냐는 질문에는 "본사의 지시"라고 답했다.

업계는 MBK의 이 날 발표를 접한 후 병행수입차를 포함한 실적일 것이라고 짐작은 하면서도 "설마 그렇겠느냐"는 반응과 함께 "만일 그렇다면 문제가 생길 여지가 많다"는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공식수입업체들은 병행수입차의 판매를 억제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펼치고 있다. 예전에는 국내에 팔린 병행수입차의 차대번호를 본사에 통보해 원천적으로 수입을 틀어막거나, 병행수입차에 대한 애프터서비스를 제공하지 않기도 했다. 병행수입차로 인한 여러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서다. 우선 공식수입업체의 판매실적이 줄어든다. 그 피해를 가장 많이 보는 업체가 벤츠다. 실제 MBK가 밝혔듯이 지난해에만 연간 2,000대 정도의 벤츠가 비공식 경로로 팔렸다. 이 차들을 모두 MBK가 판매했다면 당당히 판매 1위에 오를 수 있다.

다음으로 병행수입차가 들어와 국내에 신규 등록되기는 하지만 실제로는 대부분 중고차나 마찬가지다. 외국 현지 딜러가 국내 무역상에게 차를 판 후 그 차를 국내 소비자에게 되팔기 때문이다. 사용 여부와 관계없이 서류상 중고차가 되는 셈이다. 실제 중고차나 도난차 등도 들어와 버젓이 신차로 팔리는 경우가 있고, 이 경우 브랜드 이미지에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 있는 게 문제다.

두 가지 점을 감안할 때 MBK가 병행수입실적을 공식 기자회견에서 다임러크라이슬러그룹의 판매실적으로 발표한 데 대해 업계는 상식 밖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평소에는 팔지 못하도록 온갖 방법을 검토하다가, 게다가 이미 현지 판매실적으로 잡힌 중고차를 국내에서 더해 판매 1위라고 주장하는 건 자가당착이란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수입차시장을 조금이라도 안다면 병행수입업체가 판 차를 공식수입업체가 집계해 내부자료용이 아닌 전체 실적으로 둔갑시켜 대외에 발표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더구나 판매선두라는 표현을 쓴 데 대해 많은 업체들이 불쾌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 일각에선 당일 기자간담회장에 율리흐 워커 다임러크라이슬러 동북아시아 회장이 참석한 점을 주목하고 있다. MBK가 고위 관계자 앞에서 한국시장 내 활약상을 부풀리거나, 아니면 한국시장의 중요성을 부각시키기 위해 무리수를 둔 게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이유야 어쨌든 평소 경원하던 그레이를 결정적인 순간에 활용한 벤츠의 해명이 반드시 필요하며, 판매통계를 왜곡시키는 일은 절대 없어야 한다고 업계는 입을 모은다.

강호영 기자 ssyang@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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