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주행거리, 조작도 문제지만 소비자들의 집착도 문제

입력 2007년02월01일 00시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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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행거리에 따라 자동차보험료를 달리 책정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최근 금융감독원이 밝히면서 주행거리가 자동차업계의 주요 관심사로 떠올랐다. 사실 주행거리는 자동차보험보다 중고차유통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소비자들은 중고차를 살 때 가격, 사고 여부와 함께 주행거리를 따지고 있다. 그래서 계기판에 표시되는 거리를 실제 운행거리보다 줄이는 주행거리 조작은 2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지는 범법행위임에도 불구하고 중고차시장에서 공공연히 벌어져 많은 문제를 낳고 있다. 현재 중고차시장에서 유통되는 중고차 10대 중 7대는 주행거리가 조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2월 YMCA 시민중계실이 2003년 1월~2006년 5월 접수된 중고차 피해상담사례를 조사한 결과 주행거리 조작 등 소비자 기망행위가 전체 1,739건 중 418건에 달했다. 소비자보호원이 2001년부터 2005년까지 중고차 소비자 피해유형을 분석한 결과도 주행거리 조작은 4년만에 두 배 정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다보니 주행거리가 소비자들이 중고차시장을 불신하는 주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러나 때로는 소비자들이 주행거리에 너무 민감하게 반응하는 건 아닌 지 의문이 들 때가 있다. 주행거리의 기능과 필요성을 따져보면 더욱 그렇다.

주행거리는 신차 보증수리(2년 4만km~3년 6만km)를 받을 때 중요하다. 정해진 주행거리를 초과하면 보증수리를 받을 수 없다. 그 다음으로 소모품이나 오일류를 바꿀 때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차의 상태를 간접 파악할 때 주행거리를 확인한다. 연평균 2만km를 기준으로 연식에 비해 주행거리가 너무 길다면 같은 연식의 다른 차보다 낡았을 가능성이 있어서다. 차의 상태를 파악하는 데에는 주행거리 외에 사고 유무, 소모품 교체 여부, 소유자 변경횟수 등 수많은 기준이 있다. 게다가 주행거리 20만~30만km를 넘는 고령차들도 소모품만 갈아주면 운행에 문제가 없는 것에서 알 수 있듯 계기판에 기록된 주행거리보다는 차의 관리상태가 더 중요하다.

그럼에도 소비자들은 주행거리 자체를 중요한 구입조건으로 판단, 가격과 성능은 괜찮은데도 주행거리가 길다면 구입을 주저한다. 주행거리가 연평균보다 긴 게 문제된다면 가격을 깎아 구입비 부담을 줄일 수 있는데도 구입 자체를 포기하는 소비자들도 많다. 주행거리에 과도하게 ‘집착’하는 것. 이 때문에 중고차딜러들은 주행거리 조작에 나서게 된다. 최근에는 일반인들도 여기에 가담하고 있다. 경매장 성능점검업체에 따르면 일반인들이 자동차경매장에 내놓은 차를 보면 주행거리를 조작한 경우가 늘고 있다. 처벌조항을 잘 모르는 일반인들이 차값을 높게 받기 위해 죄의식없이 단골 정비업체 등을 통해 주행거리를 바꾸는 셈이다.

이 처럼 차의 정보를 알려주는 한 가지 지표였던 주행거리가 어느 새 중고차값을 더 높게 받는 데 절대적인 요소로 간주되면서 중고차딜러와 일반 소비자들이 서로 속고 속이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러나 소비자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주행거리가 중고차가격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 중고차딜러들은 차를 살 때 영업용이 아니었고, 1년에 2만km를 넘지 않았다면 큰 문제를 삼지 않는다. 또 중고차딜러들은 주행거리 조작차를 팔았다가 나중에 보상문제로 곤란을 겪거나 처벌까지 받을 수 있다는 걸 잘 알기 때문에 예전보다 주행거리를 조작하는 사례가 줄고 있다. 아울러 차 상태와 비교해 주행거리가 너무 짧으면 소비자의 의심을 사 판매가 오히려 안될 수 있어 심각한 조작행위는 많이 사라졌다.

그렇다고 주행거리를 무시하자는 말은 아니다. 당연한 얘기지만 여전히 공공연히 행해지고 있는 주행거리 조작은 철저한 단속과 처벌 강화를 통해 반드시 근절해야 한다. 또 보험사고이력, 정비 및 검사이력 등을 통합 관리하는 제도를 도입해 주행거리 조작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차단해야 한다. 그러나 이 같은 노력도 소비자들이 주행거리에 과도하게 집착하는 한 물거품이 될 수 있다. 수많은 중고차 평가요소 중 하나로 주행거리를 바라보는 소비자 인식전환이 뒤따라야 주행거리 조작은 사라질 수 있다.



최기성 기자 gistar@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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