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선아리랑과 아우라지로 유명한 강원도 정선에는 끝자리가 2, 7일에 재래 5일장이 열린다. 전국 각지에서 많은 사람들이 장구경을 올 만큼 관광상품으로 자리를 굳힌 정선장에는 도시에서 찾아볼 수 없는 다양한 볼거리와 먹거리, 무르익은 인정이 기다린다. 이 맘 때면 꼬마 눈꽃열차를 타는 또다른 즐거움도 있다.
보이는 건 온통 산뿐인 깊고 깊은 오지인만큼 이 곳 장날에 거래되는 주요 품목은 산에서 나는 각종 산나물과 약초, 감자, 황기, 더덕, 마늘 등의 농산물들이다. 봄이면 몰라도 한겨울에 무슨 산나물이 있을까 싶지만 봄날에 잘 갈무리해 말린 무공해 산나물들이 쏟아져 나온다. 그 중에서 으뜸은 단연 곤드레나물. 곤드레는 가난했던 시절 부족한 끼니를 푸짐하게 하기 위해 밥 속에 넣었던 구황식물이라고 한다. 큰 잎사귀에 긴 뿌리가 특징인 산나물인데 정식 이름은 고려 엉겅퀴. 바람에 흔들리는 잎사귀 모양이 술 취한 사람과 비슷하다고 해서 곤드레라 불리게 됐다는 것.
정선장 구경 가서 이 곤드레 나물밥 한 그릇 먹지 않고 돌아오면 감히 정선에 다녀왔다고 말하지 말라고 한다. 곤드레 나물밥은 곤드레나물을 푹 삶아 들기름과 소금, 표고버섯을 다져 넣고 손으로 조물조물 무쳐서 솥 밑바닥에 깔고 밥을 한다. 밥이 다 되면 골고루 잘 섞은 후 여기에 양념장을 넣고 비벼 먹는다. 콩나물밥과 원리는 비슷하나 맛은 비교할 수 없다. 맛과 향이 고스란히 살아있는 곤드레나물밥은 담백하면서도 부드럽다. 향긋한 곤드레나물의 고소한 맛은 먹어보지 않고는 뭐라고 말할 수 없다.
이 것만이 아니다. 먹자골목과 난전으로 들어서면 걸음을 옮겨 놓을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한 먹거리가 발목을 잡는다. 금방 쪄낸 따끈따끈한 감자떡과 옛날 찐빵, 말랑말랑하게 부쳐내는 수수부꾸미, 두둑하게 속을 채운 메밀총떡, 드럼통처럼 생긴 큰 들통에다 즉석에서 설설 끓여 만드는 족발을 보고 있노라면 어디든 엉덩이를 걸치고 막걸리 한 잔을 얼른 걸치고 싶다.
콧등치기 국수도 빼놓을 수 없는 이 곳의 별미다. 재미있는 그 이름 때문에 외지사람들이 무척 흥미로워하는데 사실은 메밀국수의 일종이다. 시원한 육수에 말아먹는 일반 메밀국수와 달리 콧등치기 국수는 칼국수처럼 펄펄 끓여 먹는다. 메밀가루로 만들다보니 면발이 약해 후루룩후루룩 들이키게 되는데 그럴 때마다 국수가락이 콧등을 툭툭 치기 때문에 이런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이 또한 가난했던 시절, 정선사람들이 밥이 없어 대신했던 끼니였다. 옥수수로 만든 올챙이 묵과 올챙이 국수도 다 같은 맥락.
부른 배를 꺼트릴 겸 다른 난전쪽으로 걸음을 옮기니 나무를 깎아 만든 온갖 종류의 동물모양 장식품이 시장 한귀퉁이를 차지하고 있다. 어랍쇼? 가만 보니 통통한 돼지 두 마리 입에 정선아리랑 CD가 물려 있는게 아닌가. 저 놈의 돼질 잡아서 주둥일 벌리면 그 구성진 정선아리랑이 흘러나오지 않을까. 얼얼하게 취한 장돌뱅이 눈에는 그 순간 돼지 두 마리가 씨익 웃는 것처럼 보인다.
*가는 요령
영동고속도로나 중앙고속도로를 이용할 수 있다. 영동고속도로 하진부 인터체인지에서 빠져 지방도 405번을 탄다. 나전을 지나 국도 42번으로 옮겨 타고 달리면 정선땅에 이른다. 중앙고속도로로 갈 경우 제천 인터체인지에서 나와 영월 - 영월 3거리 - 미탄 - 정선에 이른다. 두 코스 다 걸리는 시간은 3시간30분 남짓하다.
*맛집
동박골식당(033-563-2211)은 곤드레나물밥으로 여러 매스컴을 타 이름난 곳. 미락정( 033-563-4477), 고향식당(033-562-8929) 등에서도 곤드레나물밥을 맛볼 수 있다. 시장 안에 있는 먹자골목으로 들어가면 별미집, 동면집, 아리랑맛집, 아우라지식당 등등 어깨를 맞댄 상점들이 긴 골목을 이룬다.
이준애(여행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