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문가의 신예, 캐딜락 BLS

입력 2007년02월03일 00시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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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딜락 BLS를 탔다.

BLS는 혈통이 좀 복잡하다. 캐딜락 브랜드로 팔리지만 생산은 스웨덴 사브가 맡고 있다. 유럽, 아시아시장에서 팔리지만 미국에서는 판매하지 않는다. 게다가 ‘럭셔리 브랜드의 보급형 모델’이라는 차의 성격이 보기에 따라 애매할 수 있는 컨셉트다. 럭셔리 브랜드의 보급형 모델은 럭셔리할까, 그렇지 않을까. 최선의 조합은 품질은 럭셔리, 가격은 보급형일테고, 최악의 조합은 품질은 보급형, 가격은 럭셔리일 것이다. 최선과 최악 그 사이 어디엔가 BLS의 자리가 있다.

캐딜락 브랜드의 차가 미국이 아닌 대서양을 건너 유럽에서 생산된다는 건 나름대로 큰 의미가 있다. 미국 고급차의 자존심 캐딜락 아닌가. 캐딜락으로선 내키지 않는 선택이었을 지 모른다. 그러나 캐딜락의 브랜드를 유지하고, 사브의 시설과 노하우를 이용해 더 많이 팔 수 있는 차를 만들겠다는 전략은 타당하다.

▲디자인
"역시 캐딜락"이라는 소리가 절로 나오는 건, 라디에이터 그릴에 큼직하게 자리잡은 엠블럼 탓이 크다. 작지만 역시 캐딜락이다. 볼륨감있게 조금은 과장한 듯 부풀린 차체가 명문가의 영양상태 좋은 열아홉 청년을 보는 듯하다.

브랜드, 구체적으로는 차에 매달린 엠블럼이 주는 영향은 절대 무시할 수 없다. 특히나 고급 브랜드라면 더 그렇다. "차값은 브랜드값"이란 말까지 나올 정도다. BLS는 자랑스런 이 가문의 구성원임을 내세우듯 캐딜락 엠블럼을 쓰고 있다.

직선의 맛이 살아 있는 디자인은 기하학적인 형태의 헤드 램프, 격자 무늬의 그릴 등과 어울리며 미래지향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이 같은 디자인 경향은 이미 이전 캐딜락 모델에서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추세였다. 캐딜락의 디자인 아이덴티티인 셈이다.

고급 가죽으로 만든 시트, 월넛 원목을 이용한 인테리어, 고급 보스 오디오 등으로 고급스러움을 강조했다. 하지만 다른 부분의 인테리어 소재는 이 같은 고급 분위기에 반한다. 손으로 쓰다듬어보면 손끝이 이를 알아챈다.

리어 램프는 컴비네이션이 아니라 세퍼레이션이다. 브레이크등과 비상등은 같이 모였지만 후진등은 분리됐다.

가 속페달이 있는 공간은 조금만 더 넓게 만들었으면 좋겠다. 좁은 건 아니지만 아쉬움이 남는다.

▲성능
이 차는 2.0ℓ 터보 가솔린과 1.9ℓ TiD 디젤 등 두 종류가 있다. 시승차는 2.0 터보 가솔린이다. 사브 9-3에 올라가는 엔진이다. 최고출력 175마력, 26.9kg·m의 최대토크를 낸다.

캐딜락이 대부분 후륜구동을 택하는 데 반해 이 차는 전륜구동이다. 후륜구동을 선호하는 럭셔리 세단의 공식에서 한 발 비껴난 세팅이다.

풀 가속해서 속도를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조용하던 엔진이 시속 100km를 넘기면서 거칠어지기 시작한다. rpm이 레드존을 노크하면서 부지런히 엔진을 재촉하고 차는 탄력을 받아 질주에 나선다. 3단 6,500rpm에 이르면 변속이 일어난다. 속도는 시속 160km. 다시 4단으로 갈아탄 이 작은 캐딜락은 거침없이 내닫는다. 속도가 높아지며 바람소리가 파고들고 노면소음도 커진다. 이런 상태로 시속 200km에 도달하기까지는 시간이 좀 걸렸다. 이 차의 최고속도는 220km/h. 그러나 굳이 이를 확인할 필요는 없다.

배기량이 2.0ℓ인 엔진치고는 나무랄 수 없는 성능이다. 그럼에도 같은 엔진을 얹은 9-3와 견주면 운동성능은 아무래도 좀 떨어진다. 대신 고급스러움은 BLS가 우위다. 고급스럽게 만들려다보니 좀 더 무거워진 탓이다. 0→100km/h 도달시간도 9.7초로 빠르다 할 수는 없다. 차의 성격이 성능에 포커스를 두지는 않았음을 알 수 있다.

▲경제성
이 차의 매력을 어디서 찾아야 하나. 바로 ‘돈’이다. 이 차의 가장 큰 매력은 캐딜락의 가격을 크게 내렸다는 점. 4,000만원에 180만원을 더 주고 캐딜락을 탈 수 있다는 건 충분히 매력적인 제안이다. BLS의 가장 큰 장점은 바로 이 차가 캐딜락이라는 사실이다. 차값이 브랜드값이라는데. 캐딜락을 좋아하는 소비자라면 이 가격이 솔깃할 수밖에 없다. 더구나 그 사람이 드빌이나 스빌을 탐내기에 주머니가 조금 얇다면.

미국에서 캐딜락을 탄다는 말은 ‘성공했다’는 말과 비슷하다. 그러나 이제는 꼭 성공하지 않아도 탈 수 있는 BLS라는 캐딜락도 있다. 그 차가 미국에서는 팔리지 않지만 말이다. 묘한 아이러니다.

10.2km/ℓ라는 연비도 고개를 끄덕이게 만든다. 놀랄 정도로 우수한 건 아니지만 이 정도면 나무랄 수준은 아니기 때문이다.

시승 / 오종훈 기자 ojh@autotimes.co.kr
사진 / 권윤경 기자 kwon@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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