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자동차 업체간 합병과 제휴는 약(藥)인가 독(毒)인가.
미국 자동차 업계에서는 요즘 합병과 제휴를 통해 몸집을 불리기보다는 차라리 "홀로 서기"가 나은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고 뉴욕 타임스 인터넷판이 15일 보도했다.
미 자동차 업계는 10년 마다 판단 착오에 따른 패착으로 "뼈저린" 교훈을 얻었는데 합병과 제휴가 능사는 아니라는 것이 최근의 교훈일 수 있다고 이 신문은 지적했다. 1980년대는 일본의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소형차 외에는 결코 만들 수 없을 것이라고 "과소평가"하는 우를 범했고 1990년대에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에 지나치게 집착하다가 구매자들의 취향이 승용차로 회귀하는 바람에 낭패를 봤다는 것.
독일 다임러크라이슬러는 지난 14일 계열사인 미국 크라이슬러 그룹의 분사를 포함,가능한 모든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양사의 "결별"은 9년 전 독일 자동차 제조업체 다임러 벤츠에 의한 역사적인 크라이슬러 인수가 원점으로 돌아갔음을 의미한다. 대등한 파트너 끼리의 합병이 "적과의 불행한 동침"으로 끝난 셈이다.
최근 몇 년 간 미국 자동차 도시 디트로이트와 외국 자동차 회사들에 최선의 성장 전략은 인수.합병 또는 제휴였다. 지난 해 여름만 해도 프랑스 르노와 일본 닛산의 최고경영자 카를로스 곤은 제너럴 모터스(GM)에 3각 연대를 제의했었다. 하지만 현재 전 세계에서 가장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는 도요타와 혼다,BMW 등의 자동차 업체들은 여전히 "홀로 서기"를 고집하고 있다. 다른 회사들도 이제는 합병 회사나 제휴선에 신경 쓸 필요없이 독자 생존에 전념하는 것이 차라리 낫다는 데 공감하고 있는 듯 하다.
예컨대 "군더더기"를 정리하는 작업에 착수한 GM은 이쓰즈와 스즈키 등 일본 자동차 메이커는 물론 이탈리아의 대표적인 자동차 제조업체 피아트의 지분을 매각키로 했고 금융 자회사의 분사도 추진 중이다. GM은 여기서 얻어지는 현금을 새 승용차와 트럭 개발에 투입, 회사 "회생"을 도모하겠다는 각오다. 포드도 애스턴 마틴 등 고급 외국 브랜드를 매각키로 하는 등 "군살빼기"에 적극 나서고 있고 크라이슬러 역시 2009년 까지 ▲전체 인력의 16%인 1만3천명 감원 ▲4개 공장 전면 또는 부분 폐쇄 ▲32개 차종의 10∼20% 단종 ▲딜러 10∼15% 감축 등의 구조조정 방안을 최근 발표했다. 미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대대적인 구조조정에 나선 것은 일본 업체들과 경쟁하려면 한결 날렵하고 민첩해질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크라이슬러의 경우 1998년 성사된 다임러 벤츠와의 합병이 과연 바람직했던 가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양사는 합병시 자동차 부품 공동 구매를 통해 비용을 절감하고 기술 인력을 상호 교류함으로써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으나 현실은 기대에 못미쳤다.
합병의 시너지 효과를 거두지 못하기는 닛산-르노도 마찬가지다. 브라질 출신 프랑스 기업인 카를로스 곤은 닛산의 "부활 신화"를 창조한 데 이어 르노를 회생시킨 후 양사 연대 체제를 구축했지만 만족할만한 결과를 얻지 못했다. 곤이 사령탑에 앉은 지 6년 만에 처음으로 닛산의 이익이 감소한 사실이 이를 반영한다.
애널리스트들은 단순한 "군살빼기"만으로는 충분치 않으며 고객의 구미에 맞출 수 있는 "유연한" 공장에서 "마음에 드는" 차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미 자동차업계 전문 조사업체 "오토데이터"의 론 피넬리 사장은 미 자동차 3사의 경영진이 올바른 결정을 내리고 좀더 현실에 걸맞도록 문화를 바꾼다면 회생의 전기가 마련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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